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2만달러를 유지할지 불확실하다.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탓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필요성이 명확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 대규모 자금이 투자된 기술은 조정기에 새로운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지속 성장을 해왔다.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업 상승기에 생태계에 투입된 자금은 조정기에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가 되고, 이는 개선된 서비스 제공의 원천이 된다. 개선된 서비스는 다음 단계로의 발전·성장을 이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적용되며, 벌써 개선된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성장 스토리를 예상해 보려면 지난 성장 사이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은 알고리즘으로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이더리움은 여기에 스마트 컨트렉트를 적용해 확장성을 확보했다. 블록체인 상에서 다양한 앱을 구성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의 앱을 대체하는 탈중앙화 앱(DApp)들이 개발됐고, 이런 앱에 사용되는 가상화폐인 토큰 발행과 상장(ICO)이 활성화되며 2017년 1차 크립토 상승기가 있었다.

블록체인의 느린 속도에 영향을 받아 앱 사용 한계를 보이며 블록체인 기반의 앱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꺾였다. 그 결과 크립토는 2019년 겨울을 맞이했다.

하지만, 2020년 말부터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탈중앙화 금융(DeFi)를 앞세워 큰 폭의 2차 상승을 보였다. NFT가 이를 더 극대화하는 것에 기여했다. DeFi와 이를 지원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2017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다양한 DApp에 비해 확실하고 구체적인 활용성을 확인시켜 주면서 크립토 1차 상승보다 더 큰 2차 상승을 이끌었다.

테라-루나발 조정은 2차 크립토 겨울을 만들었다. 과도한 예치 이자 지급과 이로 인한 시장 왜곡을 보완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테라-루나만 보더라도 예금과 대출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는 높여서 균형을 만들 수 있는 구조로 설계가 됐어야 했다. 충분한 이자 지급으로 예금 수요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엥커플랫폼이 20%의 이자 지급을 통해서 140억달러의 예치를 이끌어 낸 것만 보면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이나 자산에 투자해서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될 때 대출 수요가 높아진다. 가상자산 산업 역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나 투자할 자산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이번 조정기에는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는 시기가 돼야 하고, 이는 NFT를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본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작자가 2차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수취하기도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창작자들이 NFT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예술 작품 NFT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작품이 다양해지고 시장이 커지면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하거나 이들 작품을 메타버스에 전시하는 사업모델이 도입이 될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 것에 기여할 것이다.

예술 NFT 뿐 아니라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이 보여준 커뮤니티 NFT도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로 확대되면서 NFT 시장을 키워 나갈 것이다. 커뮤니티의 활동이 활성화 되면서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고 이는 NFT 가격에 반영된다.

지금까지는 NFT 및 가상자산에 관심이 높은 커뮤니티를 위한 NFT만 좋은 가격에 거래가 됐지만, 이는 점차 다른 주제로 확대될 것이다. 아직은 불편한 점들이 많고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이와 같은 개념이 점차 대중화 되면서 그 저변을 확대할 것이고 이는 다양한 커뮤니티 NFT의 발행과 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다.

투자 대상이 되는 NFT보다 조금 더 관심 있게 봐야 하는 NFT가 유틸리티 NFT이다. 유틸리티NFT는 공연 티켓이나 상품권 등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티켓이나 상품권의 경우 NFT를 적용하면 2차 거래의 용이성을 제공할 수 있다. 공연에 임박해서 관람이 어려워진 예약자는 어렵게 예약한 공연 티켓을 비싼 위약금 물고 취소해야 한다.

예약이 어려운 공연은 원래 가격보다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지만, 손해를 보고 취소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위조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에 기인한다. 상품권도 유사한 경우가 많다. 당장 사용할 필요가 없어 현금화 하려고 해도 위조 여부 확인이 어려워 현금화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은 NFT를 활용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티켓이나 상품권 모두 발행사의 지갑에서 최초 발행된 것 인지만 확인하면 위조 여부는 쉽게 가릴 수 있다. 발행사 지갑에서 최초 발행된 NFT는 어떤 경로를 거치더라도 진품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컨트렉트를 활용하면 간단하고 안전하게 2차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보관도 용이하다. 관람 티켓을 컬렉션으로 모으고 싶어도 번거로운 경우가 많은데, NFT 기반으로 발행된 티켓은 파일 형태로 지갑에 보관할 수 있다.

부정 사용 및 발행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중기부가 발행하는 온누리 상품권의 경우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5~10% 할인해서 판매한다. 이를 악용해서 소위 ‘상품권 깡’이라는 부정 사용 등의 사례가 꽤 된다. 정부 발행 상품권이기 때문에 조폐공사에서 화폐 수준의 위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다. 그만큼 발행료가 비싸다.

하지만 NFT로 발행하면 거래 내역 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에 상품권 깡과 같은 일은 원천 차단할 수 있고, 발행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웹이나 앱 방식으로 구현이 되지 않기 때문에 NFT 사용상 불편함은 있지만, 이번 조정기에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난이도의 기술이다. 1~2년 안에 웹이나 앱이 블록체인 기반인지 아니면 인터넷 기반인지 구분도 못하게 유사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블록체인 기반의 앱에서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QR 인증을 통해 공연장에 입장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는 크립토 시장의 3차 상승기를 견인하게 될 전망이다.

유틸리티 NFT에서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서비스는 오프라인과 NFT의 연결이다. 인터넷 산업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다양한 방식의 NFT와 오프라인 연결 시도가 있겠지만, 현재는 친환경 프로젝트인 ‘메테라’ 프로젝트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하는데, 메타라 프로젝트는 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회용 컵에 QR을 음각해 이를 NFT로 발행하고, QR과 NFT를 연동시키는 형식이다. 매장에서 컵을 재활용해 사용한 기록은 NFT 기반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QR을 통해 오프라인 컵과 NFT가 연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프라인의 컵이 몇 회나 재활용되었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고 재활용 컵이 얼마나 회수가 되는지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사용자 NFT까지 연계할 경우 어떤 사용자가 사용했었는지 그 이력도 알 수가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상을 할 수도 있고 이를 활용해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수익화도 가능하다.

이런 개념은 스니커즈와 같이 2차 거래가 많은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스니커즈에 QR을 음각하거나 NFC(근거리통신) 칩을 내장하고 이와 연결된 NFT를 발행하면, 정품 인증 및 거래 내역 조회 등이 쉬워진다. 기존의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서비스인만큼, 새로운 산업 영역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NFT 기반 산업이 활성화되면 이와 연계된 대출 수요도 발행할 수 있다. 이는 기존 DeFi의 부활을 이끌면서 동시에 크립토 시장은 2차 상승기를 넘어 3차 상승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