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8일 저축은행 대표단을 끝으로 전 금융업권 대표(CEO) 및 전문가와의 상견례를 마무리했다. 은행을 시작으로 금융연구기관장, 증권사, 보험사를 거쳐 이번달 여전사, 이날 저축은행까지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금융권 상견례에서는 ‘내부통제 제도 강화'와 ‘자산 건전성 확보’ 주제가 주를 이뤘다. 금융으로 영역을 확장한 빅테크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이야기도 중점 과제로 언급됐다.

(왼쪽에서 세 번째) 지난달 30일 보험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박소영 IT조선 기자
(왼쪽에서 세 번째) 지난달 30일 보험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박소영 IT조선 기자
"횡령 더 이상은 안 돼" 내부통제 제도 업권별 개선

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 14개사 대표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금융권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이 금감원장은 금융권 상견례에서 금융권 내 잇따른 횡령 사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금감원은 이에 맞춰 전체 업권의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 제도를 강화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만 대표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특정인에 대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따질뿐 일률적으로 책임자의 책임을 강화시켜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KB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등에서 수십 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지난 4월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준법 감시 및 감사 담당자 등이 포함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조성했다. 금융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는 부분은 자체 점검하고, 사고 위험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은행장과의 만남에선 "최근 자산시장에서 가격 급등락 등으로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내부통제 자체점검을 확대하고, 필요 시 내부통제 조직 및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전경. / 박소영 IT조선 기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전경. / 박소영 IT조선 기자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자산 건전성’ 확보 주문

변동성이 커지는 대내외 시장 상황에 맞춰, 각 금융사의 건전성과 유동성 확보를 지시하기도 했다. 은행에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으로 부도율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크므로, 보다 보수적인 미래전망을 반영,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라"고 했다.

이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은행들이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보험사에는 경기 격변기에 IFRS17 및 신 지급여력제도(K-ICS) 등 신 제도 도입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건전성을 특히 강조했다.

여전사에는 결제성 리볼빙에 대해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장점이 있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있으니 자체적인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에는 유동성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유채권 손실에 대비해 채권포지션 및 듀레이션(채권 회수 기간) 관리 등 건전성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ELS 자체헤지 마진콜에 대비해 외화유동성 관리도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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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진출한 빅테크 맞서, 디지털 규제 혁신 약속

디지털 금융에 대한 열의도 보였다. 그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은행장들에게는 "금융의 디지털화·플랫폼화 등 시장환경 급변에 맞춰 금융시장 선진화와 혁신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와 감독관행을 걷어 내겠다"고 전했다.

보험사 대표들에게도 빅테크에 대항해 규제를 혁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보험산업은 전통적으로 설계사 중심의 대면 영업을 통해 성장해 왔지만 향후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정이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AI(음성봇)를 활용한 보험모집과 함께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어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혁신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여전사 대표들에게는 빅테크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로 여타 업종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으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여전업계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격려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