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진통 속에 김주현(사진)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육성안도 속도를 낼 지 업계 관심이 높다. 김주현 위원장은 11일 취임사를 통해 기상자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신뢰 확보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균형있는 육성과 규제안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가상자산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김주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지명 후 35일만에 취임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금융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도,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그는 가상자산 시장을 언급하며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국민들의 관심도 높고 최근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는 가상자산과 빅테크 등에 대한 규율체계도 차분하게 정립해 나갈 것"이라며 "가상자산 관련 기술의 미래발전 잠재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생태계가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건강하게 육성되어 나가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가상자산 핵심 정책을 진두지휘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5월 내놓은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상자산 정책을 단독 주관하게 된다. 디지털 자산 인프라와 규율 체계 구축 과제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인수위는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을 허용한다는 과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가상자산 업권법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마련해야 한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가상자산 정책으로 사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루나(LUNA) 붕괴 사태로 투자자 보호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육성책도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현재 가상자산 정책은 기술 육성과 지원보다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추적과 가상자산 거래소 자율규제안 마련 등, 규제 강화에 집중돼 있다. 금융위도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상황이라, 업계에선 국내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판교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가상자산을 육성하자는 게 초안이었으나 루나 사태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김주현 위원장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6월 초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 육성에 대한 의지를 정확히 피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단화된 사안"이라며 신중론을 펼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응용돼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불꽃을 꺼트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육성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김주현 위원장은 "지금 시점에서 가상자산 업계에 계신 분들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업계 자정 작용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난 정부 시절, 은성수 전 위원장이 가상자산 불법 행위에 집중하고, 고승범 전 위원장 역시 사업자에 대한 고강도 감독을 강조하며 부정적인 기조를 이어왔던 분위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반(反)가상자산 정책보다 진일보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육성과 지원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리감독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시장의 오랜 숙원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확인) 확대와 법인계좌 개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투자 확대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안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구축함과 동시에, 시장 독점을 조장한 보이지 않는 규제를 정비해 건전한 경쟁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