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유니콘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어려운 시장상황으로 성장주에 대한 투자기준이 엄격해져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이뤄지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비상장 주식 거래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두나무(업비트), 야놀자, 빗썸 등 이른바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던 스타트업의 비상장 주식 시세가 올 들어 최대 60%까지 빠지는 등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우선 국내 최대 유니콘으로 손 꼽히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달 11일 기준, 추정기업가치 (주식거래가×총발행주식) 10조7812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반토막이 났다. 올초 20조원 수준을 기록했지만, 장외거래가가 지속적으로 빠지면서 추정기업가치가 6개월 전과 비교해 50% 가까이 빠진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분기 안으로 프리IPO를 통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지만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경색되면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내년을 목표로 진행해왔던 기업공개 일정도 최대 3년까지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유니콘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6개월 전과 비교해 마켓컬리는 -54.5%, 두나무 -43.2%, 야놀자 -29.5%, 빗썸 -60%, 케이뱅크 -33.3%, 오아시스마켓 -20.9% 등, 굵직한 유니콘 기업들의 추정기업가치가 크게 빠졌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며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다. 이러한 가운데, 공모시장 위축에다, 유니콘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박해지다 보니 스타트업 기업 전반에 걸쳐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VC) 업계 심사역은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인 만큼 벤처캐피탈 업계 전체가 위축된 상태"라며 "코로나19 이후 지난해까지 이어진 유동성 장세가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 잠정 벤처캐피탈 투자규모는 95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1000억원 규모 이상의 굵직한 투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은 골프 플랫폼 기업 스마트스코어(1800억원·프리IPO)와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1000억원·프리IPO) 두 곳에 그친다.

지난해 6월 비바리퍼블리카(4억1000만달러), 컬리(2200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1603억원), 카카오모빌리티(1400억원) 등 굵직한 투자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다만 이러한 통계와 별개로, 공모주 및 벤처 투자 환경의 부침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일부 반등의 신호도 보이는 만큼, 신규 물건을 찾는 투자가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분위기가 완전히 꺾였다기보다 작년 기저효과가 커 보인다"며 "4월 8개, 5월 6개에 그쳤던 공모주 심사 및 상장승인이 6월에는 11개로 늘어나는 등 하향추세였던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점점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준호 기자 junok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