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만나 전지 소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미 지역 내 양극재 공장 신설을 적극 검토하는 등 2025년까지 110억달러(14조4500억원)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구상도 밝혔다.

LG화학은 19일 옐런 장관이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강서구 LG화학 마곡 R&D 캠퍼스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 중인 옐런 장관은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LG화학을 방문했다. LG사이언스파크 마곡 R&D캠퍼스에는 LG화학의 차세대 양극재와 분리막 등 미래 전지 소재 연구 시설이 모여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왼쪽)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LG화학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왼쪽)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LG화학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번 방문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옐런 장관과 함께 LG화학의 전지 소재 기술과 지속가능 전략이 담긴 전시장을 둘러보고, 소재 공급망 구축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 LG화학이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열어준 곳이 북미 대륙이었다"며 "이번 옐런 장관의 방문으로 미국과의 더욱더 특별한 역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 잔고만 해도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사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소재 분야만 2025년까지 6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양극재부터 분리막, 탄소 나노 튜브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육성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기 위한 관련 투자액이 2025년까지 11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배터리 재활용 기술 및 역량에도 투자를 계속해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 자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스피치 장면 /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스피치 장면 / LG화학
옐런 장관은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면서 "여러분과 같은 한미 양국 기업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양국이 굳건한 경제 동맹으로 성장했다"며 민간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옐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글로벌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망으로 인한 물가 인상으로 타격받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생산하는 공급망의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을 통해 (공급망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스피치 장면 / LG화학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스피치 장면 / LG화학
옐런 장관은 또 "경제 회복력과 성장, 공급망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며 "파트너와 동맹국 간에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도입하고. 더 굳건한 경제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공급망 지배를 막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동맹 강화’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경제 회복력과 성장을 위해 공급망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며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을 도입해 굳건한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 경제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프렌드 쇼어링이란 친구(friend)와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는 의미인 쇼어링(shoring)을 합친 신조어로, 동맹국끼리 뭉쳐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그는 프렌드쇼어링에 대해 "관계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가정을 물가 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정학적·경제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며, 제품 생산은 원활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LG화학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LG화학
옐런 장관은 "공급망을 더 강화하기 위해 주요 우방과 경제 협력을 굳건히 해야 하고,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며 "집중할 핵심 국가들에 더 집중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뒤로 물러날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경제 안보와 관련해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견제하는 발언도 했다.

옐런 장관은 "독재 정치를 하는 국가들은 경제에 큰 타격과 압력을 주고 있다"며 "원자재·기술과 관련해 자신의 지정학적 힘을 활용해 경제적 압력을 주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경우 특정 재료와 물질의 제조 환경에서 지배적 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합리한 시장 질서를 도입하고 있다"며 "공급망에서 특정 세력·국가에 지배적 권한이 넘어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