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중국 판호 발급 이슈와 게임질병코드 도입 등 국내 게임 업계 상황을 진단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 소관 부처의 무관심한 행정에 쓴소리를 냈다.

판호 발급 타이밍 늦었다…학회 "엄연히 불공정 무역"

한국게임학회는 21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게임 시장의 사업 현황과 정부의 행보를 평가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판호 발급, 게임질병코드 도입 등 핵심 이슈에 대해 정부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보였다.

위 학회장은 최근 님블뉴런의 ‘이터널리턴:인피니트’ 판호 발급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판호 발급 기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위 학회장은 "중국 정부는 한국 지식재산권(IP) 자체를 제거하려고 했다. 만약 한국 IP를 사용한 것이 확인되면 내자 판호도 발급하지 않던 것이 과거에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터널 리턴:인피니트는 그 관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국 IP에 대해서 조금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학회는 서머너즈워 판호가 나온 이후 후속 조치가 빨리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쳐 어려워진 상황이다"라며 "사드배치 이후 우리는 6년간 중국 게임 시장의 변화를 모르는 상황이다. 그럴 기회를 맞이하지 못해 시장 변화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위 학회장은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불공정 무역에 해당하고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외교부가 소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라며 중국 판호 발급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불공정 무역이지만 외교부는 관심이 없다"며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 등이 했던 노력을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 "문체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반대 목소리 내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위 학회장은 문체부의 강력한 반대를 요구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위해 올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과학적 근거 분석, 국내 실태 조사, 파급 효과 등에 따른 연구를 마무리지었다. 이들 보고서는 지난 2019년 출범한 민관협의체가 검토하고 국무총리실에 권고한다.

여기서 위 학회장은 파급 효과 연구에 참여했다. 그러나 국내 실태 조사 보고서에 대해 위학회장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추진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로 보인다"며 "나머지 두 개의 보고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시 파급 효과가 심각하다는 내용인 만큼 총리실이 합리적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박 전 장관의 문체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명확하게 반대했다"며 "박 장관은 국무회의 등에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발언해 달라. 문체부 전체 조직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향한 작심 발언… 위정현 "단호한 모습 보여줘야"

학회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선 전보다 국내 게임 업계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점을 의식한 분위기다. 이날 간담회에서 위 학회장은 문체부 등 소관 부처를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위 학회장은 "지난달 한국게임협회에서 열린 박 장관 기자간담회는 급하게 열린 간담회다"라며 "발빠르게 개최한 것은 좋았지만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확률형 아이템 개선 방향,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플레이투언(P2E) 시장 대응, 인디 및 중소 개발사 생태계 확대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위 학회장은 "국내 게임 업계가 점차 보수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글로벌 게임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했어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철학을 언급했어야 한다. 박 장관은 이런 방식의 말이 아니라 단호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에도 지난달과 같은 국내 게임 산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은 환영한다"며 "박 장관이 영혼을 갖고 산업을 바라봐 달라. 밤을 새워 공부를 하고 담당 실무 보고서를 읽고 토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