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29일 SK텔레콤 신청 ‘5G 중간요금제’ 승인
KT·LG유플러스, 맏형 따라 유사한 요금제 출시 준비

윤석열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5G 중간요금제를 선정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통신비를 절약해야 가계 통신비도 줄어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5G 중간요금제를 정부에 신고한 SK텔레콤를 겨냥한 비난 여론이 크다. 이통3사는 상반기에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매년 수익이 늘어나는데, 5G 중간요금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회사 이익만 고려했다는 것이다.

타 이통사의 모방 요금제 출시가 이어지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일반적으로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이면, KT와 LG유플러스가 이와 유사한 상품을 선보인다. 이동통신 맏형인 SK텔레콤이 월 24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신고한 만큼, 경쟁사 역시 비슷한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2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9일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중간요금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전경 / SK텔레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전경 / SK텔레콤
SK텔레콤은 2019년 국내 첫 5G 상용화 당시 통신3사 중 가장 먼저 과기정통부에 요금제 심사를 신청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청된 요금제를 반려했다. 지나치게 고가로만 구성됐다는 이유다. 과기정통부의 보완 지시에 따라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 구성을 신고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요금제가 결정된 후 유사한 수준의 5G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이 만들어 놓은 시세에 맞춰 통신3사의 5G 요금제가 잇달아 나왔다.

2019년 당시에는 정부의 요금인가제가 시행되던 시기였다. 시장점유율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의 과도한 통신료 인상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SK텔레콤이 신규 요금제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가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후 인가해주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요금인가제가 아닌 유보신고제 체제다. 이용자 차별, 공정경쟁 저해 가능성 등이 없는 한 예전처럼 통신사가 신고한 요금제를 반려할 수 없다.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에 이용자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6GB보다 적은 24GB 기준의 5G 중간요금제를 신고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요금제를 두고 잡음이 많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제출한 5G 중간요금제에 대해"SK텔레콤이 제출한 5G 중간요금제를 반려하려면, 이용자에게 피해나 차별을 주는지와 같은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도 기존 저가 요금제에 비해 데이터 사용량을 더 늘리고 요금을 조금 올렸기 때문에 반려가 어렵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5G 중간요금제 초안대로 상품이 나오면, 이는 업계 시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통신사의 자유롭게 요금제 신고를 통한 경쟁 촉진을 바랐지만, 유사한 형태의 요금제 출시는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이통3사가 설계한 5G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10GB 이하 또는 100GB 이상으로 구성된다. 금액대도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통신시장은 3개 사업자가 과점하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단순히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되지는 않는다. 통신료 인하 효과가 발생하려면, 사업자 스스로 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신3사 합산 영업이익은 ▲2019년 2조9000억원 ▲2020년 3조4000억원 ▲2021년 4조원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올해 상반기 통신3사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5G 가입자 중 47.6%인 1088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대국민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지 않는 한, 윤 정부가 생각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신사의 5G 중간요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새롭게 신고한 5G 중감요금제는 실제 고객의 월간 데이터 사용량을 기반으로 설계한 요금제다"며 "고객 선택권 확장 측면에서 준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