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신용등급으로 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직장인 김영준(가명, 35)씨는 최근 2금융권보다 평균 4~5%포인트가량 금리가 낮다는 P2P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6개월 전만 해도 해당 업체의 대출 가능 대상으로 분류돼 상세대출 조건까지 안내받았던 김씨는 업체로부터 '신용대출을 위한 재원이 제한적이라 대출규모를 축소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결국 더 높은 이자부담을 안고 2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구조/ P2P센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구조/ P2P센터
온투금융의 대출재원이 막히면서 수요 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투업은 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 서민 부담을 줄이는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당국의 무관심에 김씨와 같은 중저신용자의 대출수요가 고금리 대출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온투업계는 6~7월 온투협회와 핀테크산업협회 등을 통해 민관 협력기구인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업계 규제완화와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다. 온투협회를 통해서는 7개, 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서는 12개의 안건이 올라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36개 주요 추진과제를 살펴보면 온투업계와 관련한 내용은 단 한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온투업계의 건의사항은 세부과제 리스트에만 이름을 올렸다. 해당 리스트는 금융권 협회들이 건의한 234개 건의사항이 모두 포함된 사실상 말그대로 '건의사항 목록'이다. 주요 추진과제에서는 온투업계 의견이 사실상 묵살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기관,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저축은행권의 연계투자와 관련된 부분이다. 온투업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온투업 대출상품 모집액의 40%까지 연계투자를 할 수 있다. 이때 투자는 대출로 분류돼 금융기관은 각 업권법에 따라 대출자의 개인정보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온투금융사가 금융기관에 차입자의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가 불명확해 이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까지도 온투업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개인신용대출 조회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연계투자금 규모에 맞춰 제한적인 금액의 중금리 대출만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1위사인 피플펀드 관계자는 "월 최대 75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신용대출 문의가 유입되고 있으나 모집되는 투자금 규모에 비해 한정해 중금리 대출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플펀드가 상반기에 취급한 개인신용대출을 다 합쳐도 조회규모와 비교해 턱없이 적은 1150억2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피플펀드는 6월 말 기준으로 온투업 개인신용대출 시장점유율 68.4%를 차지하고 있다.

당국의 무관심으로 온투업계의 대출성장이 막히면서 중저신용 서민들의 금융안전망이 약화되고 있다. 온투업의 주요 순기능 가운데 하나는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2금융권 대출을 받고 있는 고금리 대출이용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강점때문에 온투업은 1.5금융이라고도 불려왔다. 당초 정부가 온투업을 제도권에 포함시킨 이유도 서민금융공급 확대를 위한 측면이 크다.

금융기관의 연계투자금이 절실한 온투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에 목을 매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금융당국의 '교통정리'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기관 연계투자 문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답답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온투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기술에 투자하면서 비은행권 기술혁신을 통한 서민금융 공급처로 발돋움하기 위해 준비해왔지만 막상 기관투자 지연으로 성장이 막혀있다"며 "현행법상 기관투자는 허용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계투자 어려움 등의 문제로 현재 정식등록된 온투금융사는 모두 적자상태다.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 온투업 등록증을 반납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 적자가 계속된다면 내년쯤 온투업계에서 대거 등록증 반납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중앙기록관리기관인 P2P센터에 따르면 1일 기준 온투업체 49곳이 금융위원회에 등록돼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대출금액은 4조5964억원, 대출잔액은 1조396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현재로선 원론적인 입장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협회 건의과제 세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만큼, 제도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준호 기자 junok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