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문에 골목상권이 활기찾았는데 폐지하는 건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 아닌가"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을 폐지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10년전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생겨났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월 2회 휴업해야 하고,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는 운영을 하지 못한다. 대형마트 운영을 축소하면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정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윤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톱10 온라인 투표 대상에 포함시키고 상위 3건 안에 들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현재는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로 투표를 중단했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4일 열리는 첫 규제심판회의 안건에 부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일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단체는 정부가 내놓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지역별 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전통시장, 슈퍼마켓 등에서 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부당할 뿐 아니라 노골적인 대기업 퍼주기라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다만,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모두 이용해본 소비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시장마다 상황이나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대개 카드 내밀기 무안하고 위생 관리가 잘 안 되는 곳이란 인식이 높다. 대형마트 규제 폐지를 반대하기 전에 골목상권에 대한 소비자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별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 활성화, 청결한 거리 조성 등에 힘쓴 덕분에 과거에 비해선 개선됐지만 여전히 대형마트의 편리함과 쾌적함에는 못 미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생긴 지 벌써 10년이 됐다. 규제 취지에 맞게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대형마트보다 찾게 됐는가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 때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을 이용한다는 소비자가 49.9%로 가장 많았고,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소비자는 16.2%에 불과했다.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에 방문하겠다는 의견도 전통시장에 가겠다는 의견보다 2배(33.5%) 많았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67.8%)이 영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형마트가 영업 규제를 받은 10년 동안 전통시장보단 온라인 시장이 되레 커진 상황이다. 2010년 25조원 규모였던 온라인쇼핑 시장은 지난해 192조원 규모로 대폭 성장했다.

특히 쿠팡의 '로켓프레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등 신선식품까지 익일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들도 나온 마당에 대형마트에 못 가더라도 전통시장에 갈 리가 만무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품질이나 서비스 등의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품의 퀄리티가 대형마트나 온라인보다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 대형마트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거라면 대형마트와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전통시장을 지역 특색을 담은 장소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작정 대형마트 규제에 목소리 높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