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는 2분기 5G 가입자 수 증가 효과에 따른 매출 증가로 1억 2000만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다. 하지만 3분기부터 효자 역할을 했던 5G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5G 중간요금제와 설비투자, 전기료 인상 등 악재로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2분기 연결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1조2095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6.1%가량 증가한 수준이며, 전 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1조2000억원을 상회한다. 5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SK텔레콤이 9일, KT가 10일 실적을 발표한다.

5G 문자 그래픽/ iclickart
5G 문자 그래픽/ iclickart
이통3사의 2분기 실적은 5G 가입자 증가와 미디어와 플랫폼 등 신사업의 견조한 성장세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집계한 2022년 상반기 기준 5G 요금제 신규 가입 고객 수는 SK텔레콤이 180만7438명으로 가장 많고, KT(109만4419명), LG유플러스(73만4278명) 순이다. 총 순증 인원은 364만명쯤이다. 5G 이용료는 기존 LTE보다 비싼 만큼, 가입자 증가는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통신3사 실적 추정(컨센서스) 자료를 보면, 회사별 영업이익은 ▲SK텔레콤은 4651억원 ▲KT는 4879억원 ▲LG유플러스는 2565억원이다. LG유플러스만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고,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7.3%, 2.5% 씩 증가했다. 매출은 ▲SK텔레콤이 4조3095억원 ▲KT가 6조3443억원 ▲LG유플러스가 3조3841억원을 기록했다.

이승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통신3사 모두 인건비 관련 일회성 비용인 1050억원(SKT 200억원, KT 400억원, LGU+ 450억원)을 반영했다"며 "실제 실적은 최근 발표한 전망치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3분기부터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8월 출시 예정인 5G 중간요금제와 5G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추가 기지국 설치 등이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주로 가입자가 매달 지불하는 사용료에서 나온다. 고객이 비싼 요금제를 써야 수익이 더 늘어난다. 현재 이통3사가 판매하는 5G 요금제 상품 중 10G~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이 없다.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GB쯤인데, 원활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 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에 가입해왔다.
이통3사는 이른바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더 가격이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식) 효과를 통해 수익을 늘려왔던 셈이다.

하지만 5G 중간요금제는 영업이익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소비자당월평균매출(ARPU)이 줄어들면 영업이익이 직격탄을 맞는다. 5G 중간요금제는 이통3사가 출혈을 감수하고 내놓는 것이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용자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무시한 요금 책정이라는 이유에서다. 5일 SK텔레콤을 시작으로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된다. SK텔레콤은 24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출시하고, KT는 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월 6만2000원짜리 요금제를, LG유플러스는 26G~30GB 구간 데이터를 주는 상품을 선보인다.

다만, 이통3사의 5G 중간요금제가 실효성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상품의 데이터 제공량이 어중간하게 설정됐다는 이유에서다.

김홍식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5G 중간 요금제 출시에 이어 KT와 LG유플러스도 곧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며 "하지만 월간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만큼 소비자가 사용할 비율이 낮을 수 있고 도입 효과 역시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5G 커버리지 관련 불만이 높고, 중간 요금제에 대한 여론 역시 싸늘하다"며 "10월 열릴 국정감사 시즌까지도 5G 요금제 관련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인상 역시 이통3사 실적 악화를 부르는 대형 악재 중 하나다. 통신사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장비와 IDC 등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통신3사는 2021년 전력수도비·수도광열비 명목으로 총 9600억원을 지출했다. 명목은 나뉘어 있으나 대부분 전력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h당 전기료를 5원 인상했고, 10월에는 4.9원을 추가로 인상한다. 하반기 ㎾h당 10원쯤이 인상되는 셈이다. 전기료 인상을 고려할 때, SK텔레콤 한 곳의 올해 전기료는 4000억원 이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간요금제가 출시된 후 일시적 실적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며 "10GB 등 데이터 소량 이용자들이 중간요금제로 옮겨가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기존 상품 가입자가 이용하던 다른 혜택 등도 있기 때문에 실적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