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주관 부진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를 상장 전 지분투자로 메웠다. 직접 투자한 기업의 상장까지 주관해 수수료 수익은 물론, 투자 차익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

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0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다. 총 공모금액은 3028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공모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총 8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으며 공모총액은 9549억원이다. 올해 건수는 다소 늘었지만 공모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3% 급감했다.

이에 인수수수료 수익도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이 벌어들인 인수수수료 수익은 82억4607만원으로 전년 동기(89억7129만원) 대비 7억2521만원(8.1%) 감소했다. IPO로 벌어들인 수익이 감소했지만 대신 투자 차익으로 꽤 쏠쏠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상장을 주관한 유일로보틱스의 주식 59만9950주(9.42%)를 확보한 바 있다. 2020년 4월 28일 제3자유상증자에 참여해 해당 주식을 취득했다. 주당 취득가액은 5000원, 총 취득금액은 29억9975만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6일까지 시간외매매와 장내매도 등을 통해 해당 주식 중 38만2448주를 매도했다. 2만1015~2만3339원에 처분해 85억4433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유일로보틱스 인수수수료로 8억8580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4월 상장한 지투파워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투자 효자 종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투파워의 지분 5%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지난 5월 3일 한국투자증권은 시간외매매로 12만주를 주당 2만378원에 처분했다. 처분수익은 24억4536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투파워의 인수수수료로 4억1854만원을 받았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새빗켐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적지 않은 수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새빗켐의 지분을 4.18%(공모전 기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9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지 약 한 달 뒤인 9월 2일 한국투자증권은 새빗켐 주식 16만주를 주당 취득가액 6600원에 취득했다. 총 투자규모는 10억5600만원이다.

새빗켐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670.9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 공모가를 밴드(2만5000~3만원) 상단을 초과한 3만5000원에 확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공모가에 상장 전 투자한 주식 16만주를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투자 차익으로만 45억원을 얻게 된다. 지난 4일 상장한 새빗켐은 공모가의 2배인 7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하다 7만2500원에 상승마감했다. 5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 거래일 대비 2.1% 오른 7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한국투자증권은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번 새빗켐 IPO에서 대표주관업무수행 보상으로 신주인수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일로부터 3~18개월 이내에 공모가 이상으로 새빗켐 주식 10만7000주를 인수할 수 있다.

비상장사에 증권사가 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한 후 상장 주관에 나서는 일명 ‘셀프상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자신과 자신의 이해관계인이 총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다른 금투회사와 공동으로 주관을 맡아야 한다. 새빗켐의 경우 총 지분이 5%가 넘지 않아 단독주관이 가능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유일로보틱스와 지투파워 역시 지난해 6월 신설된 규정으로 인해 주관이 가능했다. 발행회사가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일 경우 주관사는 지분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