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변화를 줬다. 비대면 교육과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메타버스라는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가상 세계가 교육에 활용됐다.

하지만 업계는 이런 교육 방식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메타버스 교육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디지털 소외 지역과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연령 제한이 있어 서비스 이용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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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현실화된 ‘재밌는 수업’

4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발간한 ‘메타버스 기반 교수학습모델 개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활용되면서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에서 학생들은 게임처럼 학습에 참여해 재미와 흥미를 느꼈다. 대부분 학생은 원격수업임에도 현실감 있고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교육을 진행한 교육자들 역시 학생들로부터 일반 화상수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에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교육 환경에서 자사 플랫폼이 활용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은 초등학생 대상 교육용 맵 제작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초등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면서 교육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맵을 확보하고 다양한 교육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외에도 VR웨어 에듀, 게더타운, 마인크래프트 에듀, 스페이셜, 듀코젠 등이 교수학습 설계와 현장에 메타버스 활용을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디지털 격차 등 남겨진 숙제 산적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기에 위험 요소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격차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디지털 격차란 디지털이 보편화하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계층은 지식이 늘고 소득도 증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발전하지 못해 양 계층 간 격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이용하려면 기본 인프라가 필요하다. 메타버스에 접속하기 위한 고사양의 기기(PC·노트북·VR헤드셋 등)와 통신 설비가 갖춰져야 한다. 기기가 저사양이면 프로그램 구동이 어렵고, 인터넷이 느리면 네트워크 접속이 원활하지 못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 수준은 93.7%로 전년대비 2.0%p 상승했으나 여전히 취약계층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 플랫폼별 이용연령 제한도 제각각인 상태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이 초등학생 등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14세 미만 청소년이 공식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더타운의 경우 이용약관에 ‘게더는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플랫폼 또는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네이버 제페토 역시 가입 최저연령은 14세다. 보호자 동의를 얻어 가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개방성과 연결성에 노출되면 디지털 성범죄나 사이버불링 같은 위험이 존재한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디지털·에듀테크 활용 역량도 필요

교육자와 학생의 디지털 역량, 에듀테크 활용 역량도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은 일반국민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서 및 자료 작성 등 취약계층의 PC 이용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PC보다는 격차가 적었다.

교육 목적이 아닌 상업용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할 때 학습을 지원하는 기능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할 때 플랫폼에서 템플릿 기능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교육자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출결, 진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거나 다른 에듀테크 서비스를 연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기 전 플랫폼 선정부터 교수학습 설계, 콘텐츠 개발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타버스 기반 교수학습모델 개발 연구 보고서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교수학습 기능을 민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현장 밀착형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다며 현장 교사, 교육청,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