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해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1998년 9월, 야후가 쥐고 있던 검색 서비스 시장에 스탠퍼드대학교의 두 대학원생은 ‘구글'이라는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메인 페이지 가운데에는 덩그러니 검색 바만 놓여 있었다.
당시 검색 서비스들의 메인 페이지는 현재의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 형식이었다. 망망대해에 외딴 섬같은 구글의 검색바에 그때 사용자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혁신적이라는 단어보다는 ‘이게 뭐야, 아무 정보도 없잖아’라는 반응이 더 지배적이었을 것 같다. 물론 혁신과 외면은 늘 함께하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글보다는 야후, 엠파스, 라이코스 등의 서비스에 사람들이 더 많이 방문했다. 하지만 구글 입장에서는 결코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구글은 독자적인 검색 엔진을 무기로 검색 서비스 시장에 나왔으니까.
검색 엔진과 검색 서비스는 다르다. 도서관 서적 관리에서부터 시작된 검색 엔진은 1990년대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검색 서비스는 이를 이용해 포털 사이트처럼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였다.
당시 야후, 라이코스 등은 데이터웨어, 펄크럼(Fulcrum), 엑스칼리버(Excalibur), 서치97(Search97)과 같은 검색엔진 패키지들을 제공 받아 온라인으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소 2000년 3월호에서는 구글에 대해 "구글은 관련성 피드백을 이용한 랭킹 구조를 가지고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구글의 정확도는 하나의 문서에서 발생하는 키워드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서에 대한 정확도를 해당 문서를 링크하고 있는 다른 문서 수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진다.
즉, 많은 사람들이 링크를 걸어두고 있는 사이트는 자신한테도 의미있는 사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확률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시범 서비스 기간에도 하루 200만명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많은 벤처투자업체들이 앞다퉈 투자를 서두를 정도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사이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네이버에게도 무기가 있었다. 구글처럼 검색엔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당시에는 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이를 제대로 처리(색인 및 수집)하지 못했고, 갱신 안 된 오래된 정보들이 계속 늘어났다. 검색 정교성도 떨어졌다.
"네이버는 가장 자주 업데이트 되는 많은 데이터 소스로부터 짧은 인덱싱 주기(전체 한달)를 바탕으로 약 웹문서 300만 개 이상의 대용량을 처리하고 있다. 또한 국내 검색서비스 중 가장 다양한 연산자(12가지)를 지원해 정교한 검색을 지원한다. 특히 네이버가 제공하는 위치연산(Proximity Operation) 기능은 매우 뛰어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고 마소 2000년 3월호는 설명했다.
위치연산은 검색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는 개념으로, ‘네이버^검색엔진'이라고 치면 한 단어에 이 단어가 들어있는 정보를 우선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와 같은 기호를 넣지 않아도 거의 원하는 정보가 검색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검색 품질이 매우 낮아, 검색만 잘해도 마치 인터넷 전문가 대우를 받기까지 했다.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뜬 건 2002년 그 유명한 ‘지식IN’이었다.
구글과 네이버가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만고의 진리를 증명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첫 번째는 ‘검색엔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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