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쏘카가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얻었음에도 상장을 강행하기로 했다. 공모밴드 이하로 공모가를 낮춰 투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전일 최종 공모가 2만8000원을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3만4000~4만5000원)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이다.

앞서 쏘카는 지난 4~5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56.1대 1이라는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쏘카가 상장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몸집은 대폭 줄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이 공모 밴드 하단 이하의 가격을 써내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쏘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은 348개로 이 중 83%(290개)가 밴드 하단 미만의 가격으로 신청했다. 밴드 상단 초과 가격을 써낸 기관은 1곳에 불과했다.

총 공모 주식 수는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줄었다. 이에 총 공모규모는 1019억원으로 기존 공모 규모(밴드 상단 기준) 대비 50% 감소했다. 상장 직후 예상 시가총액은 9418억원으로 1조원을 넘지 못했다. 기존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과 비교하면 40% 가량 줄어든 수치다.

IB업계 관계자는 "쏘카 측의 상장 완주 의지가 대단히 강하다"며 "몸값을 낮춰서라도 증시 입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쏘카의 청약 흥행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몸값을 낮추면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울 수 있지만 수요예측이 부진한 만큼 청약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수요예측이 부진하면 청약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쏘카의 경우 기관들의 참여 자체도 적어 경쟁률이 낮게 나와 개인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쏘카가 다른 산업을 미래 주요 먹거리로 내세웠지만 렌터카에서 대부분의 수익이 나와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을 끌어오지 못했다"며 "게다가 시장이 침체되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밴드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 중 상장 이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곳도 있어 저가 매수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루닛과 에이프릴바이오가 대표적이다. 당시 루닛은 수요예측 경쟁률 7대 1, 청약 경쟁률 9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4만4000~4만9000원) 미만인 3만원에 확정했다.

다만 상장 첫날은 사전 분위기와 대조적이었다. 루닛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2.7% 오른 3만800원에 결정됐고 종가는 상한가까지 올라 시초가 대비 29.9% 상승한 4만원을 기록했다.

에이프릴바이오 역시 수요예측에서 14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내면서 공모가를 밴드(2만~2만3000원) 하단보다 20% 낮은 1만6000원에 결정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21.9% 높은 1만9500원에 형성했다.

루닛과 에이프릴바이오는 현재(8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각각 40.3%, 39.4% 높은 4만2100원, 2만2300원이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던 넥스트칩(-10.4%), 영창케미칼(-22.3%) 등과 비교하면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상장 당일 새내기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공모 흥행 여부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총 공모주식 수의 25%인 91만주를 대상으로 10~11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인수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