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USIM) 중심의 한국 휴대폰 식별칩셋 시장이 e심(eSIM) 기반으로 변화한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새로 출시한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가 e심을 지원하는 영향이다.

휴대전화를 처음 구입한 후 활성화하려면 가입자 식별 모듈인 유심 칩을 단말기에 장착해야 한다. e심은 실물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식별 방식을 바꾸는 방식이다. 단말기 하나에 기존 유심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대의 스마트폰이 2개의 휴대폰 번호를 갖는 식이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9월 e심을 도입한다. 현재 전산적용 등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의 한국 출시일은 26일 만큼, e심 사용전까지 며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Z플립4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Z플립4 사진./ 삼성전자
국내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중 e심을 지원하는 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통사가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기능 사용이 불가능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9월 1일부터 e심 서비스가 시작되며 시장이 개화한다.

e심은 파일을 내려받은 후 사용하는 형식이다. 고객이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무리없이 단말기 개통을 할 수 있다. 편의성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좋다. 기존 유심은 7700원에 판매됐지만, e심은 2750원이면 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가 수익 부진 이유로 e심 도입을 반대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익과 직접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존 유심은 이통사를 변경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라면, e심은 단순 기기변경 시에도 과금이 되는 방식이다. 한번 내려받을 때 2750원이면 되지만, 단말기를 자주 변경하는 고객은 유심 개통 방식을 사용할 때마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통업계는 e심 도입 후 고객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고, 통신사 이동이 더 자유로워 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고객이 e심으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고, 이후 SK텔레콤의 저렴한 상품으로 요금제를 갈아탈 수 있다.

전문가들은 e심 시대 개막에 대응한 이통사가 알뜰폰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저렴한 e심 전용 요금제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직까지 집계된 e심 시장 관련 고객 수요나 반응 자료가 없는 만큼, 상황을 보고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9월 e심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전산적용 등 과정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신규 요금제 출시와 같은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며 "추후 고객 사용 패턴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토할 수 있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e심은 단순히 개인 식별 모듈로 어떤 것을 쓰느냐는 형태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전용 요금제까지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