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 9일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공개했다. 노트북용 인텔 아크 프로 A30M 및 소형 데스크톱용 인텔 아크 프로 A40(싱글 슬롯)과 A50(듀얼 슬롯)이다.

이번 GPU는 전문가용으로, 레이 트레이싱 하드웨어, 머신러닝 기능 및 AV1 하드웨어 인코딩 가속 기능을 탑재했다. 이번 제품 공개를 통해 ‘인텔 GPU 라인업’의 밑그림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인텔은 그래픽카드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 이번 아크 프로를 포함해 올해 총 세 번 GPU 시리즈를 공개했다. 3월에는 노트북용 그래픽칩셋인 A350M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북2 프로 15.6인치에 탑재해 출시됐다.

6월 중순에는 데스크톱 PC용 GPU ‘A380’을 중국 시장에 공급했다. A380은 중국 그래픽카드 업체인 군니르(GUNNIR)를 통해 첫 제품화가 이뤄졌다. 그래픽카드 업체 애즈락에서 ‘인텔 아크 A380 챌린저 ITX’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인텔의 이러한 GPU 라인업 구축에 우선 반기고 있다. 이제까지 그래픽카드 시장은 1강(엔비디아) 1약(AMD) 구도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높은 제품 가격이나 제품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어도 결국 두 기업의 제품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도에 인텔의 진입은 제품 구성의 다양성과 가격 하락 등을 기대해볼 수 있게 한다. 실제 PC 커뮤니티에서는 인텔 그래픽카드 출시에 대해 "기존 ‘엔암(엔비디아, AMD를 부르는 약칭)’에서 ‘인엔암’ 삼국 대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이 다수 보인다.

하지만 그와 동시 실망 섞인 우려도 나타난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재까지 인텔에서 공개한 그래픽카드 사양이 기존 엔비디아, AMD의 제품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기존 그래픽카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텔 아크 A380을 탑재한 애즈락의 그래픽카드 ‘인텔 아크 A380 챌린저 ITX’의 경우 중국에서 1299위안(한화 약 25만원)에 판매된다. 비슷한 사양의 제품인 엔비디아의 ‘GTX 1650’은 약 23만원대에, AMD의 ‘RX 6400’은 약 19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결국 새로운 경쟁자가 그래픽카드 시장에 나타났지만 기존 시장을 재편할 만큼 핵심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이 현재 소비자들이 느끼는 아쉬움이면서 우려이다.

인텔은 올해 3분기 A380의 상위 버전인 A580과 A750, A770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출시가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CPU 분야에서 쌓아온 명성만큼이나 그래픽카드 분야에서도 소비자들이 바라는 요소들을 세심히 살펴 앞으로의 제품에는 꼭 반영하기를 바란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