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당수는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설적인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떠올리며, 그날부터가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또 상당수는 ‘무슨 소리냐! 이전부터 PDA, 블랙베리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대는 펼쳐지고 있었다’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의견이야 어떻든 모바일 시대의 시작만큼은 생각보다 더 일찍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9년 4월호에는 ‘21C 컴퓨팅 환경의 선두주자, 모빌(‘모바일’이라는 단어조차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다)’이라는 제목의 모바일 특집이 다뤄졌다.
마소에서는 "몇몇 사람들만이 팜파일럿이나 HPC(Handheld Personal Computer)를 사용할 뿐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컴퓨팅 환경의 미래를 모바일로 판단하고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23년 전 모바일 기기의 성능과 디자인은 어땠을까. 지금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과 비교하면 성능과 디자인 모두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겠지만 생각보다 꽤 높은 수준이었다. 이미 PC 환경과 비슷한 운영체제가 적용됐었고, 전용펜으로 터치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프로세스와 저장장치 등까지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샤프의 PDA ‘자우루스’는 자체적으로 만든 ‘ZaurusOS’ 운영체제를 사용했다. 프로세서는 MIPS RISC CPU를 사용했으며, 메모리는 8MB였다. 무엇보다 디지털카메라 슬롯을 제품 측면에 장착해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컴퓨팅 기업에서는 이 같은 모빌(모바일) 기기를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했다. 물론 성능의 한계, 사용의 불편함 등 단점들이 수두룩했고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제품들이었지만 컴퓨팅 기업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 하다.
마소 1999년 4월호 ‘모빌 특집’의 마지막 문장은 "컴퓨팅 환경 발전 과정상 다음 단계가 모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끝난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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