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산업과 자산은 국내 원캐리트레이더(원화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투자자)에게는 또다른 기회다.

원캐리트레이더들의 자금조달 조건은 90년대 사실상 제로금리였던 일본과 비슷해 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스텝(0.75%)으로 금리를 올려 한국의 기준 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를 밑도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행이 이를 두고볼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코로나 기간 동안 통화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만큼, 급격한 금리 인상은 시장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상당 기간 한미간 금리 역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제는 원캐리트레이더들이 투자할만한 자산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90년대 일본의 엔캐리트레이더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국 증시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낼만한 투자 종목이 고갈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서학개미의 손실이 20조원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크립토 자산은 어떨까? 이 역시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크립토 자산 중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종목은 지속적으로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자산과는 상황이 다르다.

비트코인은 발행량 자체가 제한돼 있고 2019년 이후 전세계 주요 투자은행들과 기업들이 보유량을 늘리고 있어 유통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가스비 중 일부를 채굴자에게 주지 않고 소각하는 EIP-1559 도입으로 실질 유통량 증가율이 마이너스 단계로 진입했다. 이는 다른 종류의 자산들이 가격 하락기에 유통량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할 때 분명 차별화된 장점이다.

물론 크립토 자산은 일본 투자자들이 엔캐리트레이드에 나섰던 90년대나 2000년대 초의 해외 자산에 비해 안정성이 낮다. 그러나 현재의 원캐리트레이더에게는 90년대의 고성장 신흥국 투자와 같은 확실한 투자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크립토 자산의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90년대 일본의 엔캐리 투자자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미국과 유럽의 기관들이 감수하기 어려운 고위험 투자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이 그런 위험을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분산효과다. 잘게 분산된 투자 위험이라면 50% 정도의 손실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10%도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일 수 있다.

1000달러를 투자한 개인의 50% 손실은 500달러를 잃는 것이지만 100억달러를 투자한 헤지펀드가 10%의 손실을 입는 것은 10억달러를 날리는 것이 된다. 만약 1000달러를 투자한 개인 1000만명이 50%의 손실을 각오한 전략으로 달려든다면 1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헤지펀드가 이에 맞서기란 쉽지 않다.

이는 작년 초 미국증시에서 게임스탑 사태라고 불리는 헤지펀드 공매도 전략에 대항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고위험 전략 승리 사례나 올초 엔화 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이 엔화를 끌어 올리며 수익을 노리다가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과 격돌했던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올해도 미국 증시에서는 개인들의 고위험 전략이 헤지펀드들과 격돌하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승률이 낮지 않다.

크립토 자산 시장에서 아직 이러한 격돌은 보이지 않는다. ‘고래’라고 불리는 가격 주도 세력들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크립토 시장을 뒤흔든다. 그러나 크립토 시장에도 다양한 기관들이 진입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ETF와 같은 투자 상품들의 출시가 임박해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전망이다. 이러한 규제적 정비가 완료되면 소수의 ‘고래’가 가격을 뒤흔들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이 시장을 뒤흔드는 시장 조작에 노출돼 있고 이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의 승인을 거절하고 있다.

허나 이미 만기시 현금으로 청산하는 비트코인 선물ETF가 출시돼 있고 또, 최근 각국 통화금융 당국이 공조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틀을 잡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발행구조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시세조종 우려는 해소될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ETF의 출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만약 시장 상황이 이 단계까지 성숙된다면 원캐리트레이더들은 비트코인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규제 당국의 방향은 비트코인 현물시장에서 시세 조종 우려를 덜어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이뤄지면 헤지펀드들이 시장 가격을 움직이면서 수익을 내는 합법적 거래가 활성화돼 자금 유입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크립토 자산의 가격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원캐리트레이더들은 헤지펀드뿐아니라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과 비교해서도 한미 간 금리 차이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을 감수할 수 있는 폭이 더 커지게 된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이러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90년대 엔캐리 투자자들이 했던 것처럼 투자의 경험을 통해 시장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크립토 현물 중심으로 거래했던 경험만으로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가격 메카니즘을 움직이는 거래 환경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해외 거래소들은 이미 다양한 파생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이미 2021년 이후의 전세계 크립토 시장은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규제 이슈와 원화 마켓 운영을 위한 원화실명계좌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로 파생상품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법정화폐 시장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세 조종을 방어할 방법이 용이함에도 말이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가상자산 투자를 범죄시’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정책의 시각을 버려야 한다. 크립토 원캐리 투자가 한국 경제의 미래에 가져다 줄 잠재력의 가치와 비교할 때, 적격 투자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파생상품 시장이 국내 거래소에서 열리는 것은 통제 가능한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위험일 뿐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중혁 블록체인경제연구소 소장 겸 바라고 대표이사 philosko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