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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억의 과학에세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혁신 전략

입력 : 2017.06.30 06:00:00


이태억 KAIST 교육원장/대한산업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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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을 주문한 거액의 기부를 받은 하버드대학이 2012년 처음 개최한 하버드 교수학습 콘퍼런스 핵심 메시지는 오늘날의 교육은 '배운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질문하고, 지식을 도출하고, 응용해 새로운 문제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미션의 실패'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교육의 문제를 명확히 짚어내고 미래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2012년 맥킨지 컨설팅에서 다수의 기업과 취업자에게 설문해 발간한 보고서 'Eduction to Employment'에서 오늘날 대학교육은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한마디로 'Skill Crisis'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지식, 직무역량, 문제해결, 창의성, 팀웍, 커뮤니케이션 등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방적 정보전달방식의 전통적 강의나 이러닝은 최하의 학습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미국 유명대학 학생들의 소셜네트워크나 교육 관련 온라인토론방을 보면 전통적 교육방식의 문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많다. 왜 귀중한 수업시간을 별 도움도 되지 않는 강의에 낭비하느냐는 것이다. 2012년 카이스트 신입생 중의 일부가 자체 설문으로 지난 학기 학습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을 복수응답을 허용해 조사했었다. 1~3위는 혼자 연습문제 풀기, 교과서 독습, 친구와 토의 등의 자기주도 학습이었고, 교수 강의는 4위 10%에 그쳤다. 물론 이들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역량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대학교육에 불만이 많은 기업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세계 최고의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의 CEO는 문제만 잘 정의하면 해결은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 문제 식별 및 정의 역량을 키워달라고 했다. 흔히 대학교육이 실무능력을 키우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 실무기술은 단순한 반복적 업무스킬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여기에 배운 것을 활용해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매년 세계에서 유망한 과학자들을 선별해 상을 주었더니 130명 중 40명이 평균 5년 이내 노벨상을 받았다는 이스라엘 울프재단 이사장이 방한했을 때 기자가 물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창의적 역량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질문에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명확한 답이 나오도록 잘 풀리게 설계된 문제에서 정답만 찾도록 하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들린다.

문제나 정답이 조금만 불명확하면 난리가 나고, 수능시험이 조금 만 쉬워지면 변별력이 없어진다고 법석을 떠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잘 풀리도록 설계된 교과서적 문제는 현실 세상에는 거의 없다. 흔히 학교에서 공부 잘한 우등생이 사회에 나와 두각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이 많다. 우리 교육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 핵심은 일방적인 전달 방식의 강의에 있다.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산업, 사회, 경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의심 없이 굳게 믿고 의지해온 오늘날의 수업방식과 교육체제는 도대체 누가 왜 만든 것인가? 19세기 프러시아는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 중 하나였다. 일찍이 중앙집권과 통일을 이룬 프랑스 등의 주변국에 비해 정치, 군사, 경제, 산업 등에서 뒤처져 있었다.

나폴레옹에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은 국민들에게 피히테는 왜, 무엇을 외쳤을까? 국민이 자각해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청소년을 국가가 교육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후 독일은 비스마르크 등으로 이어지는 군사력 증강에 심혈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전 국민을 교육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전대미문의 전 국민 교육은 쉽지 않았다. 결국 대량생산을 위해 공정과 작업방식을 표준화하듯이 대량교육을 위한 표준화가 진행됐다. 학년, 학기제, 주별 시간표, 수업시간, 교과서, 평가, 칠판, 교실, 강의방식 수업 등이 표준화됐다.

이후 프랑스, 영국, 미국 등으로 국가혁신 전략으로서의 대량교육이 급속히 확산됐다. 지금까지 각국은 중등교육뿐 아니라 고등교육까지 대량교육을 확산해 경제 및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지식 집약적, 자본 집약적으로 변하고 제조 및 서비스 프로세스가 자동화, 정보화, 지능화됨에 따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잘 정의된 프로세스에서 비슷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충실하게 수행하는 모범생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대량 교육을 위해 표준화된 강의위주의 수업방식과 교육체제를 이제 개별 학생 수준과 요구에 맞추는 대량 맞춤형으로 혁신해야 할 때다. 인터넷과 디지털기술이 그 변혁을 이룰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최근 급속히 발전한 글자 인식, 자연어처리 기술, 초고속 데이터처리 및 연산 기술, 초고속 통신기술, 지식 모델링 및 구조화 기술, 센서 기술 등을 바탕으로 대량의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데이터화해 머신러닝을 통해 패턴 인식, 이상탐지, 분류, 진단, 예측,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되어 제조뿐 아니라 의료, 법률, 금융, 교육, 연구개발 등에 적용되고 있다. 잘 정의되고 반복돼 데이터가 축적된 패턴을 찾아 학습해 자동화 할 수 있는 업무는 머신러닝, 인공지능, 로봇, 기계가 더 잘 할 수 있다.

미래 인재는 의문을 갖고 질문하고, 창의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정의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별로 특화된 지식과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고 이를 창의적, 감성적으로 활용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고객 및 동료와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며 팀웍을 이루고 교감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역량은 별도의 교과목을 만들어 직접 가르칠 수가 없다. 평가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업방식, 학습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미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학생 참여 학습, 협력학습, 동료학습, 문제기반 학습, 프로젝트기반 학습, 토론식 수업,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등의 좋은 방안을 제안했다. 공통점은 수업과정에서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학습하며 팀 동료, 교수, 조교와 토론, 질의응답, 협업 등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수업시간을 강의에 사용해버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수와 학생들이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있다. 교수는 학생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너무 많고,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자연히 짧은 수업시간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학생들이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학생들도 이러한 강의서비스를 받는 수동적 시청자로서의 역할에 익숙하다.

수업시간에는 전달 받는 데 주력하고 학습은 집에 가서 숙제나 시험공부로 하게 된다. 대량 교육이 확대되고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대형 강의실, 파워포인트, 프로젝터 등의 효과적인 전달 시스템, 심지어 이러닝이 확산되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제 수업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게 할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강의 중심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러닝 기술을 올바로 활용해야 한다. 귀중한 수업시간에서 강의를 반복하지 말고 이러닝으로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강의 대신 지금까지 알려진 학생참여,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수업방식을 창의적으로 개발, 실천해야 한다.

수업시간은 전달 받는 시간이 아니라 학습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토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고 실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거꾸로 학습이 이러한 방안 중의 하나이지만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일부 대학과 학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차원의 교육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닝 기술, 이러닝 산업, 이러닝 솔루션 및 콘텐츠 산업, 출판사와 대학, 학교가 협력해 새로운 교육 생태계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닝은 이미 보편화되어 각종 온라인 교육과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확산되고 있다. 흔히 이러닝은 기존의 교실에서의 수업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부분의 이러닝은 엄밀히 말하면 e-'Lecturing'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를 비디오로 만들었을 뿐이다. 간단한 단답식 또는 선다형 온라인 퀴즈 등이 제공되지만 종래의 강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래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수업에서 학생참여와 상호작용을 극대화한 대량 맞춤형 교육 및 학습을 위해서는 e-'Learning' 기술을 다시 한번 혁신해야 한다.

첫째, 학습과정에서 학생의 지식 및 학습 수준과 역량에 맞추어 지능적으로 상호작용해 개인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출판사들은 이미 디지털화된 교과서를 바탕으로 성우가 녹화한 강의비디오를 제공하고 연습 문제를 자동적으로 생성하고 평가해 완전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이를 이용해 정규수업을 거의 온라인으로만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인공지능 및 지식공학기술을 추가적으로 활용하면 개인 맞춤형 학습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

둘째, 학생의 질문에 교수가 직접 답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지능적으로 답변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많은 수강생들의 질문과 답변을 데이터화해 머신러닝기술로 학습하면 가능하다.

셋째, 온라인 학습뿐 아니라 오프라인 수업 과정도 지원해 끊김 없는 통합적 학습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강의 대신 팀 과제, 문제풀이, 실습, 토론 등이 진행되는 교실에서 수업 및 학습을 위한 디지털 자료를 공유하고 평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 학습 콘텐츠를 교수나 조교가 오늘날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것처럼 손쉽게 저작하고 쉽게 변경 가능해 학습 콘텐츠 저작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교수나 교사는 강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콘텐츠를 저작하고 학습과정을 코치하는 역할로 변신해야 한다.

이러닝은 교육의 진정한 기회균등도 이룰 수 있다. 오늘날 지역별 소득계층별 교육 격차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학교에 지원할 기회가 있지만, 품질 높은 수업과 학습의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 능력과 여건이 되는 가정은 자녀 학업 때문에 서울, 그 중에서도 특정 지역, 평준화 예외 학교로 몰리고 있다. 위장전입이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과거 상당히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했던 지방 명문 국립대들도 이제 거의 빈사상태다. 생각하기 보다는 패턴화된 지식을 테스트하는 수능시험 한번으로 원하지 않는 대학, 학과로 진학한 학생들은 평생 낙인이 따라 다닌다. 누구나 좋은 수업을 들을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닝 기술을 고도화하고 고품질 학습 콘텐츠를 MOOC처럼 공유하거나 저렴하게 제공해 누구에게나 최고의 교육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인터넷과 디지털기술, 인공지능 기술은 교육혁신, 산업혁신, 국가혁신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 기회를 살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대학과 교수의 역할도 진화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태억 교수는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교육원장이며 대한산업공학회 회장입니다.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신성장동력기획단 위원, KAIST 정보시스템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자동화, 정보기술 응용, 산업지능 분야 전문가이며, 일방전달방식강의에서 탈피하는 수업방식 혁신을 통한 교육혁신,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을 위한 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C) 확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KAIST,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래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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