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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억의 과학에세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 창출 전략

입력 : 2017.07.14 06:00:00


이태억 KAIST 교육원장/대한산업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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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전체 실업률 4.2%에 비해 청년 실업률은 11.3%라고 한다. 심지어는 취업준비생, 무상으로 가족 사업을 돕는 청년,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정규직도 사실상 실업으로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33%라는 보도도 있다. 이공계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지만 인문사회, 예술 계통의 취업난은 매우 심각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간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서 새벽부터 밤늦게 공부하는 청춘이 많다. 한번 취업하면 안정된 노후가 보장된다고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대학에 대단한 '스펙'을 갖춘 취업생이 몰린다. 금융위기,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을 거치면서 리스크가 거의 없이 안정되고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 공기업,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의 전문 직종에만 몰린다. 이공계 우수 졸업자 중 상당수도 의학대학원, 법학대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은 대거 조기 퇴직을 경험하고 나서 자녀들은 도전보다는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희망한다. 1970년대에서 2000년 초반까지 이어진 고도 성장기에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취업해 안정된 가정을 만드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소박한 꿈조차 멀고 험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제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정의는 없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늘지 않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 자동차, 철강, 유화 등의 제품 제조 중심의 주력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다. 자동화, 정보화로 인해 투자를 해도 이전처럼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없다. 더구나 중국 등의 후발국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고 주력 시장 접근성, 저임 노동력, 투자 인센티브, 규제 및 노동 환경을 고려해 많은 신설 공장은 해외로 나갔다. 노동집약적 제조업보다는 지식집약적, 자본집약적 산업 비중이 늘면서 고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물인터넷, 데이터기술,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의 기술혁신에 의해 제조뿐 아니라 서비스 프로세스의 자동화, 무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자동화, 지능화가 용이한 단순 반복적 업무부터 컴퓨터와 로봇으로 대체되어 계층간, 업종간의 인력 수요의 불균형과 과부족을 심화시킬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의 자동화, 정보화, 지능화, 무인화를 막을 수는 없다. 국가재정의 지속적 부담 때문에 공무원만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일자리를 늘릴 묘책은 무엇인가?

과거 산업혁명 과정을 살펴보면 기계화, 자동화, 정보화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걱정과 저항이 많았다. 그러나 원가 및 품질의 혁신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서 산업이 급속히 성장했다. 신 개념 제품 및 서비스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이 창출되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기업이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산업과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체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 미래에도 이러한 기술혁신에 의한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첫째, 디지털기술, 초고속 인터넷 및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는 신개념 비즈니스, 벤처를 대거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든다. 기업가치가 1조원가 넘는 스타트업 기업을 지칭하는 '유니콘'이 223개나 되고 총가치가 770조 달러를 넘었다. 이중 상당수가 우버, 에어앤비 등의 인터넷기반 신개념 서비스 기업이다. 상위 5개 중 3개가 중국 기업이고 우리나라 기업은 쿠팡 등 2개에 불과하다. 인구가 많고 시장이 커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쉬운 국가가 유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발할 필요가 있다.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구호와 프로그램은 넘치지만 정작 창업 여건은 아직 미흡하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의 도전이 충분하지 못하다. 안정된 직장, 대기업만 선호하는 풍토에서 리스크 높은 창업에 도전하기 쉽지 않다. 대학, 기업, 매스컴에서 창업 문화를 만들고 창업 정신을 키워야 한다.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엘론 머스크 같은 성공한 혁신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한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기술과 함께 비지니스와 시장을 이해하는 융합역량이 절실하다.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기술 벤처를 초기 단계부터 기술과 사업계획만 보고 담보 요구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진정한 벤처 캐피털, 엔젤 투자자가 절실하다.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까지 만든다고 하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정부는 창업 기반 및 환경 조성, 자금 지원만해야지 간섭, 복잡한 절차, 조급한 실적과 평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앞서면 결과는 뻔하다. 수년전 신개념 태양전지 양산기술을 개발했다는 일본의 벤처기업을 기술타당성 검토를 위해 방문한 적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가였던 폴리실리콘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고난도 태양전지 제조공정 개발을 위해 수많은 실패를 했음에도 일본정부가 1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해 성공했다는 데 놀랐다.

둘째, 국가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디지털기술, 인공지능, 로봇 등에 의해 작업과 업무가 자동화됨에 따라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지만 사람의 역할이 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다. 서비스나우(ServiceNow)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79% 기업들은 업무자동화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믿으며, 94%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관리업무는 자동화되면서 협업, 커뮤니케이션, 창의적 문제해결 등의 소프트 스킬이 요구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산업혁명 과정을 보면 기술과 산업혁신에 의해 요구되는 역량과 인력의 수요가 크게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렸다.

산업구조가 기술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업종별, 직종별 인력 수요가 크게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규제와 대학 내 이해관계 때문에 전공별 정원은 거의 변화하지 않고 있다. 학과, 전공 구분이 오늘날 산업과 사회의 요구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교과과정 뿐 아니라 교육방식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에만 맡겨둘 수 없다.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규모 무상 재교육, 평생 교육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기업의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부서가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협업을 확대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서비스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해 서비스 담당자가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상호작용하는 비중을 낮추어 다수의 고객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투자결정을 자동화하는 로보어드바이저로 금융 컨설턴트를 대체하기 보다는 컨설턴트 업무를 지원해 대량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맞춤형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전체 수요가 늘고 컨설턴트 고용이 늘게 된다. 인공지능으로 법률, 의료 서비스 등에서도 전문가를 대체하기 보다는 자료 검색, 분석 등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판결, 진단 등의 의사결정을 검증하고 지원하는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제조업도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업으로 대량 맞춤형으로 혁신할 수 있다. 최근 윌슨 등은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서 인공지능 자체를 위한 새로운 직무 및 직업이 생길 것이라고 제안한다. 인공지능의 학습을 지원하고 교정하는 인공지능 훈련자, 인공지능이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를 자연어로 맥락에 맞게 설명하고 오류를 모니터링하는 전문가, 인공지능 결정의 윤리성, 차별성, 사회성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새로운 역할, 직무, 직업을 위한 대규모 무상 재교육이 필요하다. 싱가포르 정부가 2015년부터 컨설팅기업 엑센츄어, 세계 최대 MOOC플랫폼인 Coursera 등과 협력해 디지털기술 확산에 대응한 재교육 프로그램인 SkillsFuture Credit Course를 개발, 운용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태억 교수는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교육원장이며 대한산업공학회 회장입니다.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신성장동력기획단 위원, KAIST 정보시스템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자동화, 정보기술 응용, 산업지능 분야 전문가이며, 일방전달방식강의에서 탈피하는 수업방식 혁신을 통한 교육혁신,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을 위한 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C) 확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KAIST,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래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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