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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카드' 꺼낸 SK...도시바는 누구 품에

입력 : 2017.08.31 09:53:12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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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SK하이닉스 포함 한·미·일 연합은 애플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지만,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SK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이자 이번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핵심 참모로 일선을 진두지휘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 SK M&A 승부사 박정호 사장의 해법은...

박정호 사장(사진)은 1989년 선경 입사 후 SK그룹 내 주요 보직을 거치며 구조조정과 신사업 발굴에 두각을 보였다.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M&A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다졌다.

박 사장의 M&A 파워는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때 빛을 발했다. 당시만 해도 미운오리새끼 신세였던 하이닉스는 2017년 2분기 SK그룹 내 처음으로 영업이익 3조원을 넘긴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박 사장은 이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 그룹 내 탁월한 성과를 낸 인물에게 수여하는 수펙스추구상 대상을 받았다.

박 사장은 2013년 SK C&C 대표직을 맡은 후에도 M&A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SK C&C는 홍콩 반도체 모듈 업체 에센코어를 인수했는데, 인수 당시 순손실 9억원의 적자 회사였던 에센코어는 3년이 지난 2016년 순이익 640억원 회사로 거듭났다. 에센코어의 메모리 사업은 D램 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도 궁합이 잘 맞았다.

SK C&C는 2014년 엔카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분리해 SK엔카닷컴을 설립했다. 엔카닷컴은 호주 카세일즈닷컴에 지분 절반쯤을 매각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엔카닷컴은 이후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사이트로 성장했다.

2015년 8월 SK와 SK C&C 합병을 통해 출범한 통합 지주사 SK가 출범할 때도 박 대표는 조대식 당시 SK대표와 함께 합병 과정을 이끌었다. 이로써 SK그룹은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통합 SK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 오리무중에 빠진 도시바 인수전...승자는 누구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모습. / 도시바 제공

SK하이닉스는 원전 사업에서 큰 손실을 입은 도시바가 1월 반도체 사업부문 지분 20% 매각에 나선 때부터 공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도시바가 지분 20% 매각금으로는 경영 부실을 해결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면서 단숨에 판이 20조원 규모로 커졌다.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일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월 24일 직접 도시바가 있는 일본으로 날아가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에 뛰어들 뜻을 전했고, M&A 전문가인 박정호 사장도 핵심 참모로 나섰다. 최 회장과 박 사장, SK그룹 주요 참모진은 도시바 경영진과 채권단 등을 만나 상황을 조율하기도 했다.

6월 21일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을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때만 해도 최 회장의 뚝심과 박 사장의 수완이 빛을 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관련 의결권 요구도 일본 내 여론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판이 뒤집어졌다.

30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미·일 연합에 독점 교섭권을 주고 9월 중 계약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독점 교섭권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과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도시바는 기존 SK하이닉스 포함 한·미·일 연합이나 다른 입찰자와 교섭할 수 없다. 치열했던 인수전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도시바가 상황에 따라서는 독점교섭권을 파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데 있다. 도시바는 2017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2년 연속 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될 수 있다. 각국의 독점금지 심사를 거치는 데 6개월쯤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시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9월 안에 매각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내야 한다.

한·미·일 연합은 31일 애플을 끌어들이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애플이 만드는 제품 대부분에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탑재되는 만큼 도시바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전부터 있었다. 도시바 입장에서도 애플은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 도시바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을 위한 독점교섭 대상자 선정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를 문제 삼았으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수조원을 투자하고도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진 책임론이 나왔을 것이다"라며 "도시바가 입찰 관례를 무시하고 매각 대상자를 바꾼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를 문제 삼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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