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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폭격에 악재까지...그래픽카드 가격 폭등에 조립PC 울상

입력 : 2018.03.08 12:16:24


최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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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시작되고 신학기라는 최대 성수기를 맞았지만, 요즘 용산을 중심으로 하는 조립PC 시장 분위기는 한겨울 한파를 맞은 듯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계속되는 그래픽카드의 가격 폭등이 주된 원인이다.

그래픽카드 가격은 2월 설 연휴 직전 기준으로 제품에 따라 최대 2배~3배까지 치솟았다. 게임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6GB' 제품의 경우 30만원대 전후였던 가격이 40만원대를 넘어 최대 50만원대까지 오를 정도다.

▲그래픽카드 가격 폭등이 조립PC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1070 제품. / 엔비디아 제공

2018년이 시작될 때만 해도 신학기 특수뿐 아니라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떠 오른 '배틀그라운드'의 정식 출시로 인해 조립PC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그래픽카드의 가격 상승에 조립PC의 장점인 가성비가 희미해져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단기간 내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은 업계 및 시장의 여러 가지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채굴' 시장의 폭주가 가격 상승 최대 원인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한 직접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급등하면서 움츠러들었던 채굴 시장이 다시 활성화됐고, 업자들이 채굴용 그래픽카드를 있는 대로 쓸어 담으면서 쓸만한 제품들은 시장에서 씨가 말랐다.

▲6개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한 표준적인 형태의 채굴 PC의 모습. / 최용석 기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그래픽카드를 사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고, 그래픽카드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했다. 지난해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터졌던 '그래픽카드 대란'이 전 세계 규모로 확대 재생산된 셈이다.

2018년 새해가 시작되고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가상화폐 규제 및 통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가상화폐 열풍은 일단 한풀 꺾였다. 그러나 채굴 시장은 잠시 움츠러들었을 뿐 여전히 활발하게 돌고 있다. 이미 채굴된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거래 시장과 달리, 가상화폐를 만들어내는 채굴 시장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채산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전까지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글로벌 ICT 기업들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가상화폐(와 이에 연계된 블록체인)를 새로운 기간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채굴 시장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려 2월 초까지 폭락을 거듭하던 가상화폐 거래 가격도 슬금슬금 오르는 분위기다. 채굴 시장이 건재하는 이상, 시장에 그래픽카드가 대란 이전만큼 넉넉히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시장 상황에 편승하는 중간 유통 업계

일부 그래픽카드 중간 유통상들이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도 문제다.

대다수 그래픽카드 중간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1차 대란'을 겪으면서 유례 없는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학습'을 마친 중간 유통업체들이 이번 2차 대란이라는 상황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 그래픽카드의 가격을 일부러 비싸게 유지한다는 소문이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3월 들어 주요 그래픽카드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전 대비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다. / 다나와 가격비교 갈무리

일각에선 청와대 국민 청원에 용산 그래픽카드 유통 업체들을 상대로 '악질적인 그래픽카드 담합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한 유명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업계 관계자라고 자신을 밝힌 한 회원이 "일부 대형 중간 유통상들은 최대한 싸게 파는 곳에 그래픽카드 물량을 적게 주고, 비싸게 파는 곳에만 물량을 주는 식으로 그래픽카드 시장을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원본 게시물은 현재 삭제됐지만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 해당 내용이 공개되어 있다.

실제로 2018년 3월 현재 그래픽카드의 비싼 가격은 단순히 '공급 부족'만이 원인이 아니다. 제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설 연휴가 지난 이후로 그래픽카드 공급은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그래픽카드 1차 수입사는 올해 새로 입고된 그래픽카드의 상당 물량을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 비정상적인 시장 가격을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물량이 풀린 이후 그래픽카드 가격은 3월로 접어들면서 상승세는 한풀 꺾이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

공급 및 유통 문제가 해결돼도 그래픽카드 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다른 요인으로 인해 그래픽카드의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서 공급 가격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다.

한 그래픽카드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그래픽카드용 일부 GPU의 공급 가격이 상승했으며, 그래픽카드용 GDDR 메모리도 공급 불안정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 원가가 오른 상태다. 제조사 입장에서 공급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10나노 16Gb GDDR6 그래픽 D램. / 삼성전자 제공

특히 GPU보다는 메모리 공급 불안정이 그래픽카드 공급가격 인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되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현재 서버급 메모리 제품을 수요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불과하다. 최근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서버용 메모리 제품군의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그래픽 메모리의 공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보다는 기존 생산 설비를 변경하는 것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20나노급 이전 공정의 D램 생산설비 일부를 수익성이 높은 시스템반도체 생산 설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평택에 추가로 D램 메모리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공장 및 제조 설비가 완성되어도 일정 이상의 수율을 확보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게 반도체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만큼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도 상당히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는 상황에서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2018년 상반기 내로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저가 보급형 PC보다는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고성능 PC를 많이 팔아야 수익이 남는 조립PC 업계와 PC 기반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한숨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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