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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삼성증권 유령 주식 쇼크…"추락한 신뢰 블록체인으로 보완"

입력 : 2018.04.12 06:00:00


김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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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주식을 매매한 삼성증권 사태로 한국 증시의 민낯이 만천 하에 드러났습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식 시장의 취약성,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 개선해야 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추락한 신뢰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건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만큼, 한국 증시 시스템의 약점과 블록체인 기술 활용 가능성을 꼼꼼히 짚어봤습니다.

▲삼성증권 제공

◆ 삼성증권 사태로 드러난 3가지 민낯

삼성증권은 4월 5일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 1주당 1000주씩 주식으로 배당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증권은 총 112조6985억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줬고,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은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삼성증권 사태는 크게 3가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① 유령 주식 생성이 너무 쉬웠다

먼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주식이 어떻게 생성, 거래됐냐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은 비록 직원 실수로 발생한 일이지만, 주식이 배당됐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공매도(空賣渡)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이번 삼성증권 사태가 투자자들은 전산 입력만으로 유령 주식을 만들어 실제로 시장에서 팔렸다는 점이 '무차입(無借入) 공매도' 형태와 유사하다며 공매도 제도 철폐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복사·붙이기 형태로 늘릴 수 있다면, 주식 시장 시스템 자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하지만, 먼저 주식을 매도한 후 대금을 갚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② 거래소부터 금융감독원까지 몰랐다

두 번째 문제는 112조6985억원에 달하는 주식이 배당돼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에도 이를 관리 감독한 기관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삼성증권이 직원 실수로 전산 입력 실수를 한 시점은 4월 5일로, 해당 주식 28억주는 이튿날 6일 오전 9시 30분 직원들의 계좌에 들어갔습니다.

삼성증권 측은 9시 31분 직원 오류를 확인하고, 9시 39분 사고 사실을 각 부서에 알렸습니다. 다시 9시 45분쯤 직원들에게 주식을 팔지 말라고 공지했습니다. 회사 측은 51분부터는 3차례 사내망에 팝업창도 띄워 주식을 팔지 말라고도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16명의 직원이 501만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삼성증권은 10시 8분 전체 임직원 계좌를 '주문정지' 시켜서 거래를 강제로 차단했습니다.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한 지, 딱 37분만입니다.

문제는 37분 동안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등 어느 한 곳도 이를 인지하고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악의적으로 이번 사태를 모방한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해도 사실상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유사한 형태의 범죄가 없었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③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금융업 종사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 사태를 직원 개인의 실수가 촉발한 사안으로 축소하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엄연한 '유가증권 사기' 사건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주식을 빌린적도 없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갚을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냥 잘못 입고된 공짜 유령 주식을 매매한 것입니다. 이를 매매하는 것은 엄연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투자자와 국민들은 화가 났습니다. 사고의 시작은 엉성한 내부 프로세스와 업무에 미숙한 신입 직원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주식을 팔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하는 과정에서도 더 깨끗해야 할 금융권 내부 직원들이 돈을 쫒아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당연히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합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10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진행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보상을 제일 처음 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 입력된 주식을 판 16명의 직원 전원을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 물거품이 된 초대형 투자은행 꿈

삼성증권은 증권업계에서도 웰스매니지먼트(WM)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었습니다. 삼성 브랜드가 갖는 프리미엄이 고액 투자자와 기관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상황은 정 반대가 됐습니다. 더 나아가 삼성증권이 목표로 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도 추진동력을 잃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의 면허정지까지 당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당장 삼성증권에 돈을 맡긴 대형 투자 기관들이 거래를 중단하고 나섰습니다. 먼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0일 삼성증권과의 직접운용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융사고 발생으로 거래 안정성이 저하됐다는 게 주요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의 거래 중단으로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삼성증권과의 직접운용 부문에서 주식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단계에서 이들 연기금들은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의 조사가 결과에 따라 완전히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연기금 외에도 한국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도 삼성증권과 거래를 중단할 예정입니다. 거액 투자기관들이 삼성증권과 거래를 끊으면 일반 투자자들 역시 삼성증권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삼성증권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형 투자 기관들은 삼성증권과 거래를 중단함과 동시에 대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큽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연기금을 포함한 이들 기관들은 유령 주식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습니다. 아직 피해금액 조차 추정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큽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전체 순수수료이익 4727억원입니다. 이중 7%에 해당하는 316억원이 기관 투자자로부터 받은 수수료이익입니다. 당연히 앞으로는 이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여기에 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할 판국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면 삼성증권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업계 선두 위치에서 하위권 증권사로 추락해 사실상 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초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 3000여억원을 증자해 자기자본 4조원이라는 기준을 맞췄습니다.

금융당국은 IB 인가를 앞두고 삼성증권의 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 0.06%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것을 꼬투리 잡아 초대형 IB 지정을 미뤄 오고 있습니다.

유령주식 매매 파동이라는 악재까지 터졌으니, 사실상 삼성증권의 초대형 IB지정은 물건너 갔다는 게 업계의 판단입니다. 안 그래도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지정을 미룰 확실한 빌미를 준 것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해 "삼성증권 사고는 내부의 허술한 통제시스템과 일부 직원의 도덕적해이가 결합된 사건"이라며 "시장조사단의 조사를 토대로 불공정거래 혐의를 살펴보고, 혐의가 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금융감독원. / IT조선 DB

◆ 블록체인 기반 주식거래 도입 논의 급물살

주요 소셜미디어에서는 삼성증권 사태를 '시대의 시기극'으로 보는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청와대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매 사태와 공매도를 연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매도 때문에 피해를 본 개미 투자자들의 성난 민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매 사태로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증권 거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이날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증권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 중 하나는 전자증권화와 블록체인 적용"이라고 올렸습니다. 그는 "자금 세탁을 방지하는 데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투명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금융 업계 관계자들이) 너무 투명해지면 이해관계자들이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말은 금융 기관들이 완전히 투명한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들립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내역을 원장에 보관하고 다수의 서버에 원장을 분산 저장합니다. 거래가 발생하면 분산 저장된 거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전체 데이터의 50% 이상이 일치하면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전체 서버의 50% 이상을 동시에 해킹해서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고서는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금융권에서도 가장 민감한 서비스 분야 중 하나인 인증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곧바로 블록체인 기술로 증권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현단계의 블록체인 기술로는 실시간 거래를 지원하는 증권 거래시스템을 충족할만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플랫폼을 넘어 3세대의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진화의 핵심에는 '속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카르다노'(Cardano), '이오스'(Eos) 등 3세대 가상화폐는 송금서비스만 가능한 1세대 가상화폐,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보다 속도가 빠르고 검증에 필요한 비용을 줄인 게 특징입니다.

금융의 생명은 신뢰입니다. 서투른 직원의 실수와 책임자의 방관, 감독당국의 무능, 여기에 인간의 탐욕이 더해져 발생한 유령주식 매매 사태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한 사고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현 금융 시스템이 선량한 투자자가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라면, 차라리 탈 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완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장은 "삼성증권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증권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며 "국내 금융업이 타 업종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것이 사실이다.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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