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인? 에이징? 내 스피커에 꼭 필요할까?

  • 이상훈
    입력 2011.06.16 11:47 | 수정 2011.06.20 12:11


    스피커나 이어폰을 구매하면 번인(Burn-in)이나 에이징(Aging)을 권장하는
    문구를 종종 볼 수 있다. 정식 명칭' 번인'은 최초 스피커 작동 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퍽퍽한 상태의 유닛을 풀어줘 성능을 향상시켜 주는 '워밍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번인인지, 혹은 번인의 유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연 어떻게 해야 내 스피커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스피커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은 소리 들려줘

    스피커에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한 까닭은 스피커 제조사들이 추구하는 소리가
    통상적으로 3~6개월 정도 지난 후에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제품들은 대체로
    고음이 날카롭게 들리며 저음부는 음량이 100% 재생되지 않아 다소 부족한 듯 보인다.


    소비자들이 매장 청음실에서 듣던 소리가 가정에서 안 나는 것은 세팅 공간과 케이블
    등 액세서리들이 매장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시간에 걸쳐 스피커의 길들이기를
    끝마친 제품인 탓이 크다. 따라서 고음과 저음의 양을 맞추는 과정(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스피커를 사용하다 보면 고음의 날카로움이 부드럽게 바뀌게
    되며 저음의 양도 처음보다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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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커 유닛이 클수록 번인의 효과가 커진다. 사진은 JBL 4312M 스피커


    스피커 제조사들이 처음부터 저음과 고음의 '양'과 '질'을 더 정확하게 맞춰 출시할
    수 있지만 그 상태 역시 몇 달 후에는 바뀌게 되므로 유닛 재질 등을 고려해 몇 개월
    후 최적의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고려해 생산하는 것이다.


    스피커 전문 제조업체 인티머스의 김주영 대표에 따르면,
    처음에는 반드시 날카롭고 저음이 메마르게 들린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상이며,
    처음 12시간 정도 듣다 보면 이러한 음 성향이 많이 좋아지게 되고 72시간이 지나면
    통상적으로 90% 정도 길이 든다고 한다. 단, 이 초기 재생 시간 동안에는 일반적으로
    듣는 수준의 볼륨으로 재생할 것을 권한다고. 너무 작게 재생하면 번인 시간이 2배
    가량 걸리게 되며, 반대로 너무 크게 들으면 유닛 수명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유닛
    재질에 따라 번인 시간도 달라져

    우퍼 유닛은 통상적으로 처음에는 음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김주영 대표는 몇
    년 동안 사용해 온 우퍼 유닛에 잡음이 발생해 유닛을 교환해주면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1/3 정도 작아진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스피커 유닛은 인클로저를 기준으로 안팎으로 왕복운동을 함으로써 공기를 흔들어
    소리를 생성한다. 이 빠른 왕복운동 동안 부드럽고, 일정함을 가진 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동안 재생시켜야 한다. 자동차를 처음 구매할 경우 엔진 길들이기를 한다며
    일정 속도로 달려주는 것, 그리고 속도 저하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고속 주행을
    하는 것과 이치는 비슷하다. 다만 스피커 유닛은 재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재질

    길들이기 정도와 시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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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인 기간이 가장 길다는 케블라 유닛을 채용한 B&W 스피커


    우퍼 유닛을 길들일 때 그 시간이 가장 짧은 것이 플라스틱 계통의 폴리프로필렌이고
    다음으로 페이퍼, 글래스 파이버(레전드), 메탈, 케블라 순이다. 특히 케블라 파이버
    재질은 탄성이 뛰어나고 가볍다는 특징에 반해 길들이기 시간이 3개월 이상 걸린다는
    흠이 있다. 그렇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중립적이고(흔히들 케블라 유닛을 사용하는
    B&W 스피커를 가리켜 모니터적인 소리를 낸다고 한다. 중립적이라 하면 우수하다는
    느낌이 덜하지만 바꿔 말하면 저음/중음/고음 어느 한 곳에 크게 치우치지 않고 고루
    잘 낸다는 의미다) 선명한 음을 들을 수 있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트는 것만으로도 충분

    길들이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소리 성향이 많이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고음이
    밝아지거나 오히려 저음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유닛 재질 특성에 따른 정상적인
    과정이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몇 개월 꾸준히 들으면서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길들이기 방법에 왕도는 없다. 일부 번인용 음반들 중에는 가청 주파수 대역인
    20Hz부터 20,000Hz까지의 주파수 소리를 대역별로 나눠 들려주기도 한다. 이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전 대역에 걸쳐 고루 좋은 음이 난다는 것이다. 정확히 측정해 본 적은
    없지만 언뜻 논리적으로 들린다. 그렇지만 굳이 이런 수고(묘한 주파수 음을 장시간
    틀어놓는 것도 고역일 수 있다)를 하지 않아도 평소 즐겨 듣는 음반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번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번인 중 자성을 없애준다는 '디마그네타이징(demagnetizing)'
    음원은 음질을 많이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 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번인 도중 가끔은 자동차처럼 크게 틀거나 번인 음원을 틀어주는 것이 음질 개선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기본적인 길들이기 과정이 끝난 뒤에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번인
    도중 덕트를 막으면 좋지 않아

    앞서 언급한대로, 제품 초기에는 저음이 다소 부족한데 이럴 때는 앰프의 이퀄라이저로
    저음의 양을 늘려 사용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저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퍽퍽한 저음이 발생할 수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둥~둥~'거리며 심금을
    울리는(?) 저음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저음 과잉일 뿐, 실제 음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저음이 아닐 경우가 태반이므로 과도한 저음을 즐기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자신이 즐겨 듣는 장르, 예를 들어 팝 음악을 주로 재생하며 번인하면 팝이 잘
    재생되고, 클래식 음반으로 번인하면 클래식이 잘 나온다는 세간의 얘기들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된다. 약간의 연관은 있겠으나 스피커 유닛이 장르를 크게 가리지는
    않는다. 재생 주파수 대역별 음 성향과 장르는 크게 상관 없다는 중평이다.


    또한 번인을 위해 음을 틀어놓고 그 소리가 시끄러워 이불을 뒤집어 씌운다거나
    하는 일이 잦은데, 이 때 덕트가 막히면 스피커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액티브
    스피커의 경우에는 스피커 내부 앰프의 열이 덕트를 통해 발산되는데 열의 출구가
    막히면 내부 앰프 온도가 올라가 앰프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번인
    과정은 소리의 숙성 시간과 같아

    스피커의 단점이 이 길들이기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소리가 마음에 안 들면
    제깍 교환이나 환불해야 하는데 번인 시간을 기다렸다가는 통상적인 교환, 환불 기간인
    1주일을 한참 초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피커를 구매할 때는 고가 제품일수록
    반드시 청음을 하거나 사용자들의 리뷰를 다양하게 읽고 머릿속으로 종합해 소리
    성향을 예측하는 기술도 요구된다.


    번인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데 귀찮다면? 스피커에 적당한 음악을 물려 재생시킨
    뒤 낮 시간 동안 나들이를 하고 오는 것도 방법이다. 번인이 온전히 이뤄진 뒤 음악에
    심취하게 된다면 외출 시간이 짧아질 지도 모른다. 그 전에 바깥 바람을 쐬며 한층
    숙성될 음을 상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tearhun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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