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자존심경쟁이 성능의 과대표기로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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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12년형 디지털 TV 제품 정보를 보면 CMR(Clear Motion Rate, 삼성전자)과 MCI(Motion Clarity Index, LG전자)라고 쓰여진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헤르츠(Hz)’라는 단위가 붙어 있다. 그런데 이 헤르츠와 일반적인 헤르츠와 차이가 있다.

 

 

헤르츠 수치 높을수록 고급 제품으로 인식돼

 

▲ 삼성전자 홈페이지 제품 설명 문구. 기술적으로 잔상을 줄였다는
내용이 문제되지는 않지만 헤르츠 표기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헤르츠는 TV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전기신호로, 1초에 몇 장의 영상을 보여주는가를 의미한다. NTSC 방식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방송은 60Hz 규격을 사용한다. 이는 초당 60번의 전기 신호를 송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움직임이 빠른 스포츠나 게임 영상 등에서는 다음 화면이 나온 후에도 이전 화면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어 잔상을 남기게 된다.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런 잔상을 억제하기 위해 1초에 60장이 아닌 120장(120Hz), 240장(240Hz)을 만들어 정상적으로 송출된 영상 사이에 끼워 넣음으로써 잔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문제는 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헤르츠 단위가 기술경쟁으로 불거지면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720Hz, 960Hz, 1200Hz를 만들어 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LG 독자 규격으로 높은 Hz 표기해 소비자 혼란 우려

 

▲ 삼성전자의 CMR Hz 원리. 기본 패널이 240Hz임에도
CMR Hz를 복수 표기해 소비자들을 혼란시킨다.

 

삼성전자는 2010년 3D TV를 출시할 때 CMR을 처음 선보였다. CMR은 120Hz 또는 240Hz 패널과 영상 엔진, LED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을 조합해 잔상 억제 효과를 높인 것을 수치화 한 것이다. LG전자도 2011년부터 MCI라는 표기를 카탈로그 등 제품 정보에 삽입하기 시작했다. LG전자의 최상위 제품은 CMR 960Hz보다 높은 MCI 1200Hz라 표기되었다.

 

▲ LG전자 역시 MCI 1200Hz라는 자체 규격을 표시했다. 일부 오프라인 판매점
직원들은 이를 일반 헤르츠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해 주의를 요한다.

 

문제는 기술 알고리즘을 개선해 잔상 억제 효과가 다소 향상된 것을 실제 디스플레이 패널이 제공하는 헤르츠보다 몇 배나 높게 표기함으로써 소비자들이 960Hz 패널, 1200Hz 패널을 사용한 제품인양 오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의 최신 TV들은 240Hz 패널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 MCI나 삼성 CMR이나 비슷한 개념이다. 각 사의 패널 구동속도와 백라이트 스캐닝 방식을 조합해 측정한 것으로, 표준 헤르츠 규격이 아니다"며 "예를 들어, MCI 1200Hz라 하면 실제 실제 (구동) 영상은 아니지만 ‘장(프레임)과 장 사이에 몇 장 끼워 넣었더니 몇 장까지 구동 가능하더라’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서는 패널 구동 속도에만 헤르츠 표기해

 

▲ 미국 아마존 쇼핑몰에 표기된 스펙. 상품명에 패널 속도만 240Hz라
표기되었고 그 어디에서도 MCI란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국내보다 관련 규제가 엄격한 해외, 특히 전체 TV 시장의 글로벌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패널의 헤르츠만 표기할 뿐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이 자체적인 CMR, MCI 등은 표기하지 않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자체규격을 빼버리거나 헤르츠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국내와 달리 소비자들이 패널 구동 속도(헤르츠)에 대해 혼동할 일이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에도 패널구동속도 외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자체규격에 대해서는 헤르츠를 붙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헤르츠가 높은 제품일수록 좋다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이용해 해외에서는 표기하지 않는 자체규격을 만들고 높은 수치의 헤르츠를 붙여 고급 사양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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