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3의 화면 잔상 현상에 책임질 수 없다고 명시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자, 급히 설명서에 기재된 안내 문구 수정에 들어갔다.


▲ 갤럭시S3 메뉴얼에 기재된 내용

 

11일, IT 전문 온라인 사이트인 '클리앙'에 갤럭시S3 제품 매뉴얼의 일부분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정지된 상태로 오랜 시간 실행할 경우 생기는 화면 잔상 및 얼룩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 때문이다.

 

누리꾼들의 글과 각종 뉴스를 통해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논란이 일파만파 커져가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몰레드의 특성을 고려해 사용에 도움을 주고자 작성한 것인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화면 잔상 현상에 대해서는 서비스센터 규정에 의거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내문은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화면을 꺼두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 안내문에 거론된 화면 얼룩은 갤럭시S3에 채택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주로 나타나는 '번인(Burn-in) 현상을 말한다. 아몰레드의 화면이 오랫동안 특정 화면에 정지돼 있는 경우, 특정 화소의 특정 색상만 수명이 줄어들어 잔상이 남는다. 이는 다른 디스플레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사용량에 따라 화소별 수명이 다른 아몰레드의 특성상 더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 갤럭시S3가 큰 관심을 받고 있어 뒤늦게 화제가 됐을 뿐, 이 같은 문구는 지난해 9월 출시된 갤럭시S2 LTE부터 갤럭시 노트까지 꾸준히 기재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갤럭시S2 LTE 이전 모델은 매뉴얼에 번인 현상에 대한 안내문구가 없었지만, 갑작스레 관련 내용이 추가된 것은 블랙컨슈머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해 "화면을 최대 밝기로 10시간 정도 계속 켜놨더니 번인현상이 나타났다"며 무상교체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게시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아몰레드의 특성 상 장시간 고정된 상태로 화면이 켜져 있으면 잔상이 남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사용조건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못박아 말했다.

 

아몰레드의 번인 현상을 무상교체의 방법으로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 대해서는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삼성전자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매뉴얼에 "책임이 없다"고 기재한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상수리의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블로그를 통해 메뉴얼에 기재된 안내 문구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누리꾼들은 "말장난식 변명이다", "몇 시간 동안 사용해야 문제가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한 것 아니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경화 기자 h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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