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필수인 ‘블루투스’, PC에선 찬밥인 이유

입력 2015.04.13 18:42 | 수정 2015.04.15 00:11

[IT조선 최용석]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보편화되면서 관련 주변기기 시장도 급속도로 커졌다. 그 중에서도 ‘블루투스(Bluetooth)’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무선 주변기기들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루투스 주변기기는 종류도 다양하다. 헤드셋이나 헤드폰, 스피커, 키보드, 마우스 등 무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주변기기 대다수가 블루투스 방식을 사용한다. 약 10m 거리 이내라면 거추장스러운 선 없이 간편하게 연결해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셀카봉’의 인기에 힘입어 무선 셔터 리모콘에도 블루투스가 쓰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태블릿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규모의 주변기기 시장을 거느리고 있는 PC 시장에서는 블루투스 주변기기의 대접이 영 시원찮다. 분명 비슷한 용도(인터넷 검색 및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의 IT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태블릿 시장과 PC 시장에서 블루투스에 대한 대접이 천양지차인 이유는 무엇일까.

 

블루투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필수 기술로 자리잡았지만 PC 시장에서는 오히려 '찬밥' 신세다.
 

사실 PC용 주변기기 중에도 무선제품의 수와 종류는 적지 않다. 특히 작고 예쁘장한 ‘미니PC’나 디자인이 멋진 ‘일체형P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PC가 거실과 같은 공개된 장소로 나오면서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이 없고 거리에 구애 받지 않는 무선 주변기기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었다. 특히 필수 입력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의 무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용 블루투스 주변기기들은 여전히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불편함’이다. 그것도 PC와 처음 연결하기 위한 ‘페어링’ 과정이 문제다.

블루투스 주변기기들은 대상 기기와 연결하기 위해 반드시 ‘페어링’ 과정을 거친다. 처음 한 번만 연결해 두면 이후 자동으로 인식해 전원만 켜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다른 IT 기기에 비해 유독 PC의 블루투스 연결은 불편한 편이다. 메인 화면에서 간단한 터치 조작으로 바로 블루투스 주변기기를 검색,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태블릿과 달리 PC는 평소 잘 들어가지 않는 ‘제어판’이나 ‘PC설정’ 화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설명서가 있어도 PC 초보자들에겐 쉽지 않은 과정이다.

게다가 PC용 주변기기 시장에는 RF 신호를 이용한 USB방식의 무선 제품들이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반드시 페어링을 거쳐야 하는 블루투스와 달리 USB방식의 무선 주변기기는 그냥 무선리시버를 빈 USB 포트에 꽂으면 바로 연결되고 사용이 가능하다. PC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에겐 USB 무선 제품이 더욱 쉽고 편할 수 밖에 없다.

블루투스 기술이 막 상용화됐을 때만 하더라도 PC용 블루투스 주변기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와 같은 '불편함' 때문에 2015년 현재는 여전히 USB 무선제품들이 대세다. 가격비교사이트 등지에서 검색을 해보면 PC용 블루투스 주변기기의 수는 USB 무선 제품들에 비해 그 종류와 수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윈도 8.1의 블루투스 주변기기 연결 모습.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 비해 PC의 블루투스 연결은 아직 복잡하고 불편하다.
 

블루투스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도 문제다. 블루투스가 막 상용화된 윈도 XP와 블루투스 1.x~2.x대 버전 시절만 해도 블루투스 주변기기는 페어링 과정도 복잡하고, 페어링이 되어도 장치가 사라지거나 잘 끊기는 등의 문제가 많아 악명이 높았다.

지금은 신형 운영체제가 등장하고, 블루투스의 버전도 올라가면서 이 같은 문제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때문에 PC를 오래 사용해 온 유저들 중에서는 ‘블루투스는 불편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의외로 높은 소비전력도 블루투스가 PC에서 외면받은 이유 중 하나다. 처음부터 리시버와 해당기기가 1:1로 연결되어 있는 USB 무선 주변기기와 달리 블루투스는 하나의 리시버로 그때그때 다른 주변기기를 검색해 연결한다. 때문에 와이파이(Wi-Fi)처럼 항상 주위의 블루투스 기기를 검색하게 된다.

물론 각각의 블루투스 주변기기는 배터리 절약을 위해 필요할 때만 페어링 모드로 작동하지만, PC 본체의 리시버는 블루투스 기능을 아예 끄기 전까지 계속 주변 기기를 검색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모한다.

이는 노트북같이 한정된 배터리로 사용해야 하는 PC에 치명적이다. 특히 블루투스가 막 대중화됐을 때만 하더라도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고작 2~3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전력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소비전력 문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블루투스를 켜놓고 있으면 평소보다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빠르고, 배터리 절약 요령 중 하나가 사용하지 않을 때 블루투스를 꺼놓는 것인 이유도 알게 모르게 블루투스에서 소비하는 전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마우스(왼쪽)와 일반 USB 무선 마우스(오른쪽). USB 무선 제품들이 더 싸고 종류도 많은데다, 연결도 간편하다.
 

마지막으로 ‘가격’이다. 블루투스와 무선 USB 제품들의 기술적인 스펙은 상당히 비슷하다. 둘 다 2.4GHz 영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며, 최대 사용 거리도 10m 내외인 것도 비슷하다.

그런데 비슷한 성능과 기능을 갖춘 블루투스 주변기기와 무선 USB 주변기기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블루투스 제품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마우스를 예로 들면 USB 무선 마우스는 저가 제품이 1만원도 채 안 되는 반면, 블루투스 제품은 가장 저렴한 저가 제품도 최소 1만~2만원대 후반이다.

게다가 종류도 많지 않아 선택의 폭도 좁다. 수요 자체가 USB 제품들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마이크로소프트나 로지텍 등 유명 브랜드의 고가 제품들 뿐이다.

최근에는 초슬림 초경량 노트북과 2-in-1 형태의 노트북 및 윈도 기반 태블릿PC의 보급이 늘면서 PC용 블루투스 주변기기에 대한 수요도 다시 늘고 있다.

이는 요즘 나오는 초박형 노트북이나 2in 1 제품 등이 기존 PC 제품들에 비해 USB 포트의 수가 1~2개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윈도 태블릿의 경우는 아예 OTG 방식으로 USB 포트를 지원해 일반 USB 무선 주변기기 사용이 매우 불편하다.

즉 USB를 사용하지 않고 무선 연결이 가능한 주변기기를 찾으면서 PC용 블루투스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아예 스마트폰/태블릿과 PC 겸용으로 나오는 제품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다만 PC 지원 블루투스 주변기기의 수는 여전히 적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처럼 대접을 받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