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몇 개의 프라 리뷰를 진행했지만, 정작 프라모델계의 대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건프라(건담 프라모델)’가 아닌 죄다 스타워즈 관련 제품이었다. 물론 ‘베앗가이 F’도 건담 관련작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당당한 ‘건프라’라지만, 아무리 잘 봐줘도 곰인형(?)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된 건프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난 8월 출시된 따끈따끈한 녀석인 ‘건담 G-셀프 퍼펙트팩’이 그 주인공이다.

8월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 'HG 건담 G-셀프 퍼펙트팩'
8월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 'HG 건담 G-셀프 퍼펙트팩'
 
‘건담 G-셀프(Gundam G-Self)’는 건담 시리즈의 최근작인 <건담 G의 레콘기스타>에 등장하는 주인공 기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방영했고 베앗가이 F가 등장하는 <건담 빌드 파이터즈 트라이>가 외전격 작품인데 반해, <건담 G의 레콘기스타>는 소위 ‘건담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15년 만에 총 감독을 맡은 본가의 정통 시리즈다.
건담 G-셀프는 이번 '퍼펙트팩'으로 벌써 3번째 모형이 나왔다.
건담 G-셀프는 이번 '퍼펙트팩'으로 벌써 3번째 모형이 나왔다.
 

어쨌든 주인공 기체인 만큼 건담 G-셀프는 작중 등장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3가지 버전(우주용 팩까지 포함하면 총 4종)으로 출시됐다. 이번 ‘퍼펙트팩’은 작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옵션 팩을 장착한 버전이다.

조립 전부터 기를 죽이는 다수의 런너와 부품들
조립 전부터 기를 죽이는 다수의 런너와 부품들
 
현재 <건담 G의 레콘기스타> 시리즈의 건프라는 이번 ‘퍼펙트팩’을 포함해 1/144 비율의 HG 시리즈로만 나왔다. 최신 HG 시리즈 답게 런너(프라모델 부품이 붙어 있는 틀)와 부품 수가 상당하다. 건담 본체만 런러가 7개인데, 등짐인 ‘퍼펙트팩’을 구성하는 런너만 8개에 달할 정도다.
두툼한 설명서와 수많은 스티커가 난관을 암시한다.
두툼한 설명서와 수많은 스티커가 난관을 암시한다.
 

런너만 많은게 아니다. 설명서도 페이지가 많은지 꽤나 두툼하며, 붙이는 스티커(마킹 씰)도 수와 종류가 꽤나 많다. 실제로 저 많은 수의 씰은 프라 조립 시간을 대폭 늘리는 복병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머리 파트는 처음부터 스티커 작업을 많이 해야 한다.
다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머리 파트는 처음부터 스티커 작업을 많이 해야 한다.
 
시작은 머리부터다. 크기는 작지만 최신 건프라답게 복잡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4~5개의 부품으로 분할되어있다. 기존 ‘건담’들과 다른 독특한 뿔모양의 블레이드 안테나와 놀란 토끼(?) 같은 큼직한 눈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만드는 건담 G-셀프의 특징이다.

문제는 저 작은 머리부터 무지막지한 스티커 작업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엄지 손톱만한 작은 머리에만 무려 6개의 스티커(눈, 앞뒤 카메라 3개, 좌우 볼, 이마 등)를 붙여야 한다. 게다가 크기도 매우 작아서 끝이 날카로운 마이크로 핀셋 등이 없으면 붙이기도 쉽지 않다.

한편, 이번 G-셀프 조립에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간단한 먹선 작업도 같이 진행했다. 마스크의 패널라인(선 모양으로 파인 홈)과 헤드발칸 발사구 등의 검게 칠한 곳이 간단한 먹선 작업으로 디테일을 살린 부분이다. 사실 그냥 조립하려니 너무 허전해 보여서 마지못해 먹선 작업을 병행했다.

 
색분할을 스티커 작업으로 때운 머리 파트와 달리 몸통 파트는 최신 HG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꽤나 꼼꼼하게 색분할이 잘 되어 있다. 물론 부품수도 그만큼 많고 조립과정도 조금 복잡하다.

물론 몸통 역시 스티커 작업이 들어간다. 가슴 노란색 덕트 안의 검정색 부분과 양 늑골 부분의 파란색 부분, 어깨 장갑 앞뒤 끄트머리가 스티커 작업 부위다.

골반 파트도 색분할이 잘 되어 있다.
골반 파트도 색분할이 잘 되어 있다.
 
골반 파츠도 상당히 세심한 색분할이 적용됐다. 앞뒤 스커트의 노란색 부위는 옛날 킷이라면 스티커로 때웠겠지만 G-셀프는 앞쪽은 물론 뒤쪽 스티커까지 색분할이 적용됐다. 조립 후 먹선 작업만 살짝 해주면 더 이상의 도색이 필요 없을 정도다. 스티커 작업은 양 허리의 사이드아머와 벨트 부위의 파란색 클리어파트 밑에 붙이는 게 전부다.
허리 부위는 앞뒤 가동 및 좌우 회전이 가능하다.
허리 부위는 앞뒤 가동 및 좌우 회전이 가능하다.
 
일단 머리와 몸통, 골반 파트를 결합한 모습이다. 허리는 앞뒤 가동 및 좌우 회전이 가능해 다양한 포즈 잡기에 유리한 구조다.
내골격 형식의 팔은 외형에 비해 구조가 단순한 편이다.
내골격 형식의 팔은 외형에 비해 구조가 단순한 편이다.
 
머리와 몸통 다음은 양 팔이다. 복잡해 보이는 외형과 다르게 팔 부위 구성은 심심할 정도로 단순하다. 폴리캡도 양 어깨 부위에 하나씩만 사용하고 있으며, 상박과 하박부는 관절을 구성하는 뼈대에 외부 장갑을 입히는 형태로 조립한다.
어깨 장갑의 상당히 넓은 면적을 스티커로 색분할을 때우고 있어 다소 무성의한 느낌이 든다.
어깨 장갑의 상당히 넓은 면적을 스티커로 색분할을 때우고 있어 다소 무성의한 느낌이 든다.
 
양 팔의 구조는 단순한데 반해 스티커 작업은 짜증이 날 정도로 많다. 특히 어깨 장갑의 파란색 부분은 색분할이 아닌 파란색 스티커로 통째로 때웠는데, 스티커 면적이 상당히 큰데다 모서리에 맞춰 접어가면서 붙여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다. 아마도 건프라 초보자들이 느끼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깨 장갑의 버니어와 앞 뒤 ‘S’모양 마크도 스티커로 표현했으며, 손등의 하얀색 부분과 팔꿈치 안쪽 파란색 포인트까지 스티커로 때웠다. 몸통과 골반부의 뛰어난 색분할에 감탄했던 씨군을 다시금 실망시킨 부위였다.

한쪽 다리를 구성하는 부품들. 단일 부품 중 가장 부품 수가 많다.
한쪽 다리를 구성하는 부품들. 단일 부품 중 가장 부품 수가 많다.
 
부품 수가 많은 만큼 구조도 가장 복잡하다.
부품 수가 많은 만큼 구조도 가장 복잡하다.

다음은 다리다. 건담 G-셀프의 본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수의 부품이 사용되는 부위다. 관절부도 속 뼈대부터 조립하는 등 보다 세밀한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복잡한 구조 재현을 위한 부품 분할도 상당하다.

다리 부위는 단일 부품 중 가장 많은 스티커 작업이 필요한 부위이기도 하다.
다리 부위는 단일 부품 중 가장 많은 스티커 작업이 필요한 부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스티커 작업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단일 부품 중 가장 많은 스티커 작업이 요구된다. 종아리 안팎 파란색 반원을 시작으로 정강이 주변의 파란색 부위는 죄다 스티커로 색분할을 했다. 발 끝과 양 측면의 화살표 모양 역시 하얀색 스티커로 색분할을 해놓았다.
완성된 다리파트(왼쪽)와 이를 본체에 결합한 모습
완성된 다리파트(왼쪽)와 이를 본체에 결합한 모습
 
작중 그려진 모습이나 원작 일러스트에 비해 날렵하고 세련된 멋을 풍긴다.
작중 그려진 모습이나 원작 일러스트에 비해 날렵하고 세련된 멋을 풍긴다.

양 팔과 다리까지 결합하면 일단 건담 G-셀프의 소체가 완성된다. 복고풍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작 일러스트나 작중 등장 모습에 비해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프라모델만 보고 원작을 보면 오히려 실망할 정도다. 군데군데 적용한 먹선 작업이 디테일을 살려주면서 전체적인 디자인을 더욱 잘 살려주고 있다.

최신 킷임에도 불구하고 가동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최신 킷임에도 불구하고 가동성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허나 멋진 프로포션에 비해 가동성은 최신 건프라답지 않게 좋지 않은 편이다. 팔꿈치와 무릎관절에 이중관절 구조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팔은 딱 90도까지만 굽혀지며, 무릎도 약 100도 정도만 굽혀지는 게 전부다. 다리 자체도 앞 스커트가 걸려서 45도 이상 위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손목도 폴리캡 없이 끼우는 방식이라 고정성이 좋지 않다. 어깨는 폴리캡을 사용해 고정성은 좀 더 낫지만, 조금만 액션 포즈를 취하려 하면 쉽게 빠지는 편이다.

등에 지는 '퍼펙트팩'은 둥글둥글한 타원형 디자인으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등에 지는 '퍼펙트팩'은 둥글둥글한 타원형 디자인으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본체가 완성됐으면 다음은 이번 킷의 핵심인 ‘퍼펙트팩’의 조립이 남아있다. 여전히 대량의 스티커 작업이 필요하지만, 딱딱한 직선 중심의 다른 메카에 비해 둥글둥글한 유선형 중심의 퍼펙트팩은 색다른 손맛을 선사한다.
 
퍼펙트팩 양쪽의 큼직한 방패처럼 생긴 구조물은 큼직한 크기와 HG급 킷에서 보기 드문 다층 구조에 가변 기믹까지 적용되는 등 꽤나 세심하고 볼륨감 있게 만들어져 있다. 2개나 만들어야 하지만 그만큼 이 킷에서 가장 조립하는 손맛이 있는 부위기도 하다.
'퍼펙트팩'만으로도 상당한 볼륨감이 느껴진다.
'퍼펙트팩'만으로도 상당한 볼륨감이 느껴진다.
 
퍼펙트팩 중앙 동체와 양 옆 구조물은 곤충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다관절 암(arm)을 사용해 결합된다.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상당한 볼륨과 묵직함을 자랑한다.
퍼펙트팩을 장비한 채로 세워둘 수는 있지만 조금 불안하다.
퍼펙트팩을 장비한 채로 세워둘 수는 있지만 조금 불안하다.
 
G-셀프의 등에 백팩을 달아주고 균형을 잘 잡으면 일단 자립도 가능하다. 하지만 백팩 차제가 덩치와 무게가 있는 만큼 이대로는 다른 포즈를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디스플레이를 위한 전용 스탠드가 기본 제공된다.
디스플레이를 위한 전용 스탠드가 기본 제공된다.
 
디스플레이시의 문제를 고려해서인지 이 킷에는 백팩을 포함한 기체를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 거치시키기 위한 스탠드가 기본 동봉되어 있다. 최소한 디스플레이를 위해 별도의 ‘액션베이스’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장점이다.
G-셀프 기본 장비인 라이플과 빔사벨 외에 '퍼펙트팩' 사양의 전용 팡패가 제공된다.
G-셀프 기본 장비인 라이플과 빔사벨 외에 '퍼펙트팩' 사양의 전용 팡패가 제공된다.
 
기타 무장은 다른 물건을 쥘 수 있는 좌우 주먹 1개씩과 전용 빔사벨 2개, 퍼펙트팩 사양의 전용 방패 1개와 빔라이플+쥐는 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패에 커다란 클리어 부품이 사용되는 것이 인상적인데, 대신 방패 중앙의 노란색 띠와 십자모양 마크는 죄다 스티커 작업이다.

 
스탠드를 이용하면 훨씬 자유롭고 멋진 포징이 가능하다.
스탠드를 이용하면 훨씬 자유롭고 멋진 포징이 가능하다.

전용의 스탠드 베이스를 사용하면 그만큼 포징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G-셀프 본체의 가동성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지만, 머리를 잘 굴리면 그럴싸한 멋진 포즈를 충분히 취할 수는 있다.

 
퍼펙트팩의 가변 구조와 추가 이펙트 부품을 사용하면 작중 등장하는 '어썰트 모드'(사진 위) 및 '리플렉터 모드'(아래)를 구현할 수도 있다.
퍼펙트팩의 가변 구조와 추가 이펙트 부품을 사용하면 작중 등장하는 '어썰트 모드'(사진 위) 및 '리플렉터 모드'(아래)를 구현할 수도 있다.

특히 ‘퍼펙트팩’의 가동 구조와 추가 이펙트용 부품을 십분 활용해 작중에 등장하는 포격형 ‘어썰트 모드’나 방어형 ‘리플렉터 모드’ 등을 충실히 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 포즈는 무게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스탠드가 들어있지 않았으면 재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이번 ‘건담 G-셀프 퍼펙트팩’은 작업 내내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단 1/144 규격의 HG 건프라에 대한 씨군의 좋지 않은 선입견이 문제였다. 손이 굵은 편인 씨군에겐 조밀조밀한 1/144 HG 킷은 조립 자체가 꽤나 부담되는 작업이다. 최신 킷인 만큼 엄청난 부품 수도 걱정이었다.

‘건담 G-셀프’ 자체가 씨군의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은 기체라는 것도 문제였다. 복고풍으로 그려진 작중 등장 모습과 특유의 토끼눈이 시너지(?)를 일으켜 첫 인상부터 비호감이었기 때문이다.

G-셀프 퍼펙트팩은 작품 및 기체의 팬이라면 추천할만한 킷이다.
G-셀프 퍼펙트팩은 작품 및 기체의 팬이라면 추천할만한 킷이다.
 
조립과정에서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8월 출시된 최신 킷이라 기대를 했건만 그 기대를 배신하는 부족한 가동성과, 부족한 색분할을 때우기 위한 수많은 스티커는 조립하면서 붙이는 작업만으로도 고역이었다.

다만 그런 우여곡절 끝에 조립을 끝낸 건담 G-셀프 퍼펙트팩은 원작보다 세련되게 잘 빠진 본체와 많은 이들이 ‘이 킷의 존재의의’라고 칭송하는 화려한 ‘퍼펙트팩’이 잘 어우러져 꽤나 멋지게 완성됐다. 작업 내내 쌓였던 불평불만이 완성된 킷을 보고 상당부분 해소됐을 정도다. 원작과 ‘G-셀프’의 팬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킷임에는 분명하다.

 

이 기사는 '키덜트잇'(Kidultit.com)에 게재된 기사 입니다. '키덜트잇'은 프라모델, 피규어, 드론, 서브컬처 등 성인들을 위한 취미 전문 웹진입니다.

초보 딱지를 막 뗀
키덜트잇 모델러 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