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최근 5~6년간 클라우드와 가상화 이슈로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을 달군 컨버지드(통합) 바람이 다시금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버, 네트워크에 이어 스토리지 가상화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스토리지와 컴퓨팅 리소스를 통합한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HCI)가 급부상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은 지난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20%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내년이면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시장 규모가 20억달러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에 가상화 하이퍼바이저까지 얹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제공되는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관련 업계의 화두 중 하나였다.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높은 신뢰성은 물론 간편한 설치와 운영, 비용절감 등의 장점을 어필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도 막상 현실에서는 결국 하나의 사일로(silo) 형태로 운영된다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울러 기업 내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구축 시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외부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 비중이 늘어나면서 두 분산된 자원을 연동시켜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요구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급증에 따르는 용량 확장과 이에 따르는 데이터 최적화도 넘어야 할 숙제로 제시된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의 신뢰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지만, 마이크로 서비스로 대변되는 최근의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에서는 민첩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데이트가 잦고, 타임 투 마켓이 관건인 이러한 비즈니스에서는 실시간에 가까운 확장과 최적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스코가 최근 선보인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하이퍼플렉스’(사진= 시스코)
시스코가 최근 선보인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하이퍼플렉스’(사진= 시스코)

시스코는 최근 하이퍼 컨버지드 아키텍처 2.0을 표방하는 ‘하이퍼플렉스(HyperFlex)’를 선보이면서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서 시스코는 UCS와 넥서스 스위치 등 서버와 네트워크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스토리지 컨트롤러의 경우 전문업체와 협업하는 형태를 취해왔다. 반면, 하이퍼플렉스는 시스코가 컨버지드 솔루션 전문업체 스프링패스(Springpath)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스토리지 영역까지 자체적으로 통합한 첫 번째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이퍼플렉스는 시스코 UCS의 랙마운트와 블레이드를 기반으로 컴퓨트 노드와 스토리지 노드를 각각 독립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CPU 가상화와 같이 여러 개의 스토리지도 마치 하나의 풀처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데이터 분산 기능으로 높은 가용성과 성능, 효율을 보장한다.

최우형 시스코코리아 시스템엔지니어 수석은 “전통적인 파일 시스템 기반 시스템은 쓰기 작업을 로컬에 하고 나서 복제를 하는 방식으로 성능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스케일 아웃도 결국 성능상의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며 “하이퍼플렉스는 스프링패스의 로그 구조 파일 시스템과 SSD의 캐싱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성능을 최적화시키고, x86 기반으로 손쉬운 관리와 운영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EMC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포트폴리오(사진= 한국EMC)
EMC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포트폴리오(사진= 한국EMC)

과거 시스코, VM웨어와의 협력으로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를 선보인 바 있는 EMC도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EMC는 ‘v블록(vBlock), ‘V엑스블록(VxBlock)’, ‘V엑스랙(VxRack)’을 비롯해 ‘V엑스레일(VxRail)’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다. 이를 통해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워크로드에 대응 가능한 가상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넷앱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플렉스포드’(사진= 넷앱)
넷앱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플렉스포드’(사진= 넷앱)

넷앱 또한 자사의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플렉스포드(Flexpod)’ 역량 강화를 위해 시스코와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넷앱이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의 핵심은 ‘올 플래시(All Flash)’다. 최근 넷앱은 올플래시 시스템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자사의 올 플래시 FAS 스토리지와 시스코의 최신 UCS 서버 및 넥서스 스위치를 통합한 ‘플렉스포드 어드밴티지’ 구축을 완료한 바 있다.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