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종기지 증축공사 미리 가보니…친환경이 목표

입력 2016.07.06 11:39

"오늘 일할 수 있겠어? 사람들을 계속 대기 시켜 놓을 수도 없는데... 비 언제까지 온데?"
"모레까지는 작업을 멈춰야겠는데요. 비 때문에 일 못할텐데, 대기하고 있으라고 할 순 없잖아요."
"내일은 안될까? 일정이 너무 빠듯한데…."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새로운 연구동 강구조물은 장마철 우천으로 인해 조립이 중단돼 있다. / 유진상 기자
전국이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면서 비가 세차게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던 5일 오후 2시 충북 음성군에 자리한 남극 세종과학기지 증축공사 가조립장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관리자로 보이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장맛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공사 인부들을 마냥 대기시켜 놓을 수 없게 되자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새롭게 증축될 철강 구조물을 조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맛비로 작업이 중단되면서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쓰일 철강구조물은 철골 뼈대만 이룬 채 조립이 멈춰 있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새로운 연구동 강구조물의 가조립 상태. 철골로 뼈대만 이뤄져 있다. / 유진상 기자
증축되는 연구동은 2층 건물로 연면적은 1635.69㎡(약 495평)이다. 1층에는 연구시설, 2층은 연구원들의 숙소가 들어선다. 숙소는 4인실 6개, 2인실 17개, 스페셜 4인실 2개, VIP실(1인) 2개로 구성돼 총 68명이 상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손성현 우일 남극세종과학기지 증축공사 현장소장은 "남극에서는 공사 작업이 한국보다 힘들기 때문에 한국에서 철골로 이뤄진 뼈대에 판넬을 붙여 가조립해 보고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완벽하게 조립을 해보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남극으로 보내져 다시 조립하게 된다"고 말했다.

◆ 30년 이상 된 연구동 등 3개 시설을 하나로 통합

남극의 세종과학기지가 새롭게 증축된다. 30년 이상 노후된 지질지구물리연구동과 생물해양연구동, 숙소1동 등 3개 시설을 철거하고 연구동과 숙소를 합쳐 새롭게 하나의 시설로 지어진다. 숙소 2동과 중장비보관동, 장비보관동과 창고동 등은 보수 및 보강된다. 총 예산 196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최종 완공 목표는 2017년 12월 31일로 올해 11월부터 가설공사를 시작해 1년여 동안 진행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증축 조감도. / 우일 제공

세종과학기지 현황. / 우일 제공
세종 과학기지는 현재 연건축면적 4318㎡에 생활관(본관동), 연구동, 숙소 1·2동, 기계동, 발전동, 정비동, 중장비 보관동, 고층대기 관측동, 지자기 관측동, 체육관, 식물공장 등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 건물이 30년 이상 노후화된 상황이어서 극지연구소(KOPRI)는 일부 건물들을 새롭게 증축하고 있다. 세종기지는 1991년 이후 수차례 증축이 이뤄졌으며 2007년과 2008년 기지 대수선 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번 재증축 공사는 대수선 사업 이후 7년만이다. 세종기지가 이처럼 자주 수선 및 증축 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건축물의 내구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손성현 소장은 "1988년 준공된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하계연구동과 정비동을 신축하고 일부 동들을 철거·보수·보강(12개동)해 대한민국 남극기지로 상징성을 확보하는 사업이다"라며 "남극의 특수성을 고려해 연구원들의 안전과 편의성 확보, 에너지효율 극대화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 남극 여름 시기 3개월 내 90% 완공...현장 작업 최소화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서남극 남극반도에 평행하게 발달한 북서단 남쉐틀랜드 군도(South Shetland Islands)의 킹조지 섬과 넬슨섬으로 둘러싸인 맥스웰만(Maxwell Bay) 연안에 있다. 서울에서부터 약 1만7240km, 남극점에서 3100km 떨어져 있다. 킹조지섬의 면적은 약 1338k㎡로 전체 면적의 98%는 평균 100m 두께의 빙하로 덮여 있다.

킹조지섬은 남극 중에서 상대적으로 기후 조건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칠레·아르헨티나·우루과이·브라질·러시아·중국·폴란드 등 많은 국가가 상주기지를 운영한다.


남극 내 외국기지 현황. / 대한토목학회 제공
한국은 매년 20명 안팎으로 구성된 월동연구대가 기지 안에서 1년간 상주한다. 여름철인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는 150여명의 하계연구대가 파견돼 다양한 극지 환경을 연구한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극육상생태계, 지구물리(지진/지자기), 남극 지질·기상·대기·고층대기, 남극 연안 해양환경변화 모니터링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번 증축도 하계연구대 활동이 이뤄지는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남극의 여름이 시작될 무렵인 11월 가설공사를 시작으로 2017년 3월까지 90%의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2017년 11월에 2차로 공사 인력이 꾸려져 최종 공사가 끝난다. 공사인력도 1차에는 65명이 투입되지만, 2차에는 20여명으로만 구성된다.

손 소장은 "세종과학기지의 여름은 영상까지 올라갈 정도로 남극에서는 따뜻한 곳에 속한다"며 "하지만 한 겨울에는 영하 26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연하 50도에 육박해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남극은 6개월은 낮, 6개월은 밤이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은 여름인 3개월 밖에 없다. 현장에서의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프리캐스트(PC)공법을 적용한 이유다. PC는 부재나 패널을 현장에서 조립해 구조체를 만드는 공법을 말한다. 한국에서 판넬과 철골을 모두 제작해 가조립을 해 완벽하게 맞춰본 후 이를 해체, 다시 남극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손성현 우일 남극세종과학기지 증축공사 현장소장. / 우일 제공
손 소장은 "한국에서 세종기지까지 배로 자재를 나르는 데 한 달이 걸린다. 때문에 오차가 생긴다면 작업 전체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미리 철골을 세우고 판넬을 모두 부착해 한치의 오차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멀고도 험한 남극으로의 배송

남극까지의 여정은 멀고도 험하다.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평택항에서 건설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모아 9월 26일 출항하면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에 10월 20일쯤 도착하게 된다.


세종과학기지에 쓰일 자재를 옮길 공사수송선 ‘신성에버호’. / 우일 제공
모든 자재는 화물선(벌크선)로 배송된다. 벌크선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이다. 다른 선박에 비해 운송 서비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재물을 포장하지 않기 때문에 손상될 수 있다. 습기에 약한 쇠는 부식되기 쉽고, 곡물의 경우는 얼어버리거나 파도에 쓸려 손실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세종과학기지의 뼈대를 이루는 철골 역시 운송 과정에서 바닷물과 기상악화 등으로 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손 소장은 "녹 방지를 위해 뼈대를 이루는 철골은 일반 철골과 다르게 도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1차로 내화 피복을 한 뒤 2차로 우레탄 도장을 한번 더 입힌다. 이렇게 하면 운송기간 부식과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이 도장에 신경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배송 중 기후도 자재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에 평택항에서 출발하는데, 시기상으로는 가을이지만, 여전히 덥다. 적도를 지날 때 기온이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남극으로 갈 수록 기온은 떨어진다. 철골은 특성상 팽창과 수축을 한다. 더울 때면 팽창하고 추워지면 수축하는 데 이 과정에서 용접 부위가 파손될 수도 있다.

도착 후 하역작업에도 리스크가 있다. 평택항에서 배에 자재를 실을 때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쉽게 넣을 수 있다. 하지만 남극에 도착한 뒤에 진행되는 하역작업은 원시적으로 이뤄진다.

손 소장은 "하역할 때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자재를 바다에 빠트리는 사고가 일어날 수 도 있다"며 "하역 작업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친환경단지 목표

새로 증축되는 세종과학기지는 한국을 상징하는 친환경단지 건설이 목표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설계됐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과 시설을 설치한 이유다. 외부 판넬은 2중으로 구성해 단열효과를 높였다.


세종과학기지 투시도. / 우일 제공
손 소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태양광설비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설계함은 물론 연구원들의 안전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한지인 남극에 구조물을 건설하고, 활동해 나가면서 쌓은 경험과 성과가 향후 극지, 심해저, 나아가 우주(달, 화성) 등 아직 인류가 도전하지 않은 다양한 신공간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극저온 지대, 최고도 지대 등에서 극한 환경에서 과학기술 능력과 연구역량을 시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성현 소장은 "선진국과 경쟁해 극한지에 진출하고 미개척 에너지자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극한지 건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한다"며 "특히 극지에서의 다양한 활동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