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PC와 기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계절이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모처럼 원없이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들의 관심이 몰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PC방 게임의 대명사로 수년간 군림해온 LOL(리그 오브 레전드)의 질주를 제어할 것으로 기대되는 오버워치가 등장했고, 엔비디아와 AMD는 '우세한 성능'을 두고 한판 대결을 펼치는 등 다양한 이슈가 게이밍 시장을 달굴 전망이다. 한 낮 무더위를 날려줄 아이템으로 게임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명승부를 도와줄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게이밍 PC와 기어의 최근 트렌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떠한 일에 대해 특별히 잘하는 사람은 도구나 주변 여건에 상관없이 늘 잘한다는 말이다. 물론 잘하는 사람에게 좀 더 좋은 도구를 주면 평범한 도구를 쓸 때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각종 게임 관련 방송에 나오는 프로급 게이머들은 대부분 일반 게이머보다 월등한 게임 실력을 자랑하지만, 더욱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더욱 고성능 고품질의 주변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PC가 단지 업무용 기기였을 때만 하더라도 키보드와 마우스 등은 그저 평범한 입력장치에 불과했다. 1만원이 안되는 싸구려여도 글자를 입력할 수 있거나 커서를 이동해 클릭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PC가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기존의 주변기기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게임 환경에 특화된 주변기기, 즉 '게이밍 기어(Gaming gear)'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주변기기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다.

오늘날의 게이밍 기어 제품들은 단순히 게임을 더 잘 즐기기 위한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 독특한 디자인과 편의성, 일반 주변기기에는 없는 고유 기능 등이 어우러져 '사용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고급형 주변기기'로 대접받고 있다.

◆ 게이밍 기어의 꽃 '게이밍 키보드'

다양한 게이밍 기어 제품 중에서도 가장 핵심 제품을 꼽으면 단연 '게이밍 키보드'를 들 수 있다. 거의 모든 PC 게임들이 키보드를 기본적이면서도 핵심 입력장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밍 키보드는 2만원 안팎의 저렴한 제품부터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제조사와 브랜드도 워낙 많다 보니 맘에 드는 제품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게이밍 키보드는 스위치의 종류와 작동 방식, 외관 디자인 등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시중에서 만날 수 있다. / 스카이디디지탈, 앱코 제공
게이밍 키보드는 스위치의 종류와 작동 방식, 외관 디자인 등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시중에서 만날 수 있다. / 스카이디디지탈, 앱코 제공
게이밍 키보드는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주로 스위치의 종류에 따라 ▲단순하고 저렴한 구조의 멤브레인 방식 ▲경쾌한 타건감과 정확한 반응으로 인기가 많은 기계식 스위치 방식 ▲더욱 고급스러운 타건감으로 소수의 마니아만 사용하던 정전 용량 스위치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의 키보드가 존재한다.

게이밍 키보드는 외형적인 모습에도 신경을 쓴 제품이 많다.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 멋지고 화려한 디자인을 채택한 키보드부터 고급스러우면서도 견고한 메탈 소재를 다량 사용한 키보드, 스위치가 반쯤 노출되어 평범한 키보드와 차별화한 '비키스타일' 키보드, 스위치에 LED를 넣어 누를 때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효과를 제공하는 'LED 키보드' 등 시각적인 즐거움과 만족감을 제공하는 키보드들이 요즘 인기다.

게임에서 잘 안 쓰는 오른쪽 숫자 키패드를 제거해 마우스 작동 공간을 늘린 '텐키리스(tenkey less) 형태의 키보드는 평소 마우스를 많이 쓰는 게이머들에게 적합하며, 복잡한 입력을 버튼 한두 개로 쉽게 계속 반복 입력할 수 있는 '매크로' 기능은 입력 방식이 복잡한 MMORPG(다중 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사용하는 입력장치인 만큼 단순히 제품의 사양과 디자인, 기능만 보고 게이밍 키보드를 고르는 것보다는 될 수 있는 대로 직접 만져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 게임에 따라 선택 달라지는 '게이밍 마우스'

마우스 역시 키보드와 더불어서 PC 기반 게임에서 중요한 입력장치로 꼽힌다. 특히 '오버워치'와 같은 FPS(일인칭 슈터) 게임, 즉 흔히 말하는 총싸움 게임과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마우스로 인해 해당 장르의 게임이 완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늘날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광학식 마우스의 대다수는 광원의 종류나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바닥면에 광원 투사→반사된 표면 이미지를 센서로 스캔→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스캔 이미지의 변화를 감지해 커서를 움직임'이라는 기본 원리는 같다. 그래서 센서의 종류나 방식보다는 외형 디자인과 버튼 구성, 주로 즐기는 게임에 따라 마우스의 추천 기준도 달라진다.

게이밍 마우스는 주로 즐기는 게임의 종류에 따라 권장하는 제품도 다르다. / 최용석 기자
게이밍 마우스는 주로 즐기는 게임의 종류에 따라 권장하는 제품도 다르다. / 최용석 기자
마우스를 사용하는 대표적 장르인 FPS 게임의 경우 마우스로 상대방을 조준하고 사격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에 비해 빠르고 정확한 포인팅 능력을 요구한다. 사용 버튼도 많지 않기 때문에 손에 쥐기 쉬운 단순한 디자인에 3000DPI 이상 고해상도 지원 센서를 탑재한 마우스가 어울린다.

특히 일부 FPS 게임 특화 마우스는 게임에서 지원하지 않는 '점사'나 '연사', '저격' 등의 특수 사격 기능을 마우스 자체에서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

인체공학 설계를 적용해 손으로 쥐는 '그립감'이 우수하고 다수의 추가 버튼을 제공하는 게이밍 마우스는 MMORPG처럼 플레이 시간이 긴 게임에 더욱 유리하다. 단순한 형태의 마우스에 비해 장시간 사용해도 손에 걸리는 부담과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손에 맞는 마우스를 찾는 것이다. 기능이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자의 손에 맞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 내내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일부 게이밍 마우스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각 버튼의 기본 기능을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각종 게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를 작성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 동료들과 의사 소통에 필수인 '게이밍 헤드셋'
최신 온라인 게임의 양상이 1대1에서 팀대 팀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게임 시장에서 게이밍 헤드셋의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헤드셋이 있으면 바쁜 와중에 매번 채팅창을 열어 키보드로 타자할 필요 없이 음성 대화만으로 팀원과 아군과의 빠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실제 전쟁에서도 헤드셋을 통해 각종 상황을 주고받을 정도다.

팀 단위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 최근 게임 시장에서 실시간 음성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게이밍 헤드셋은 빌수 장비중 하나로 꼽힌다. / 앱코, 스틸시리즈 제공
팀 단위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 최근 게임 시장에서 실시간 음성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게이밍 헤드셋은 빌수 장비중 하나로 꼽힌다. / 앱코, 스틸시리즈 제공
게이밍 헤드셋은 모든 장르의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동료들의 목소리와 각종 게임 내 효과음, 주변의 각종 환경 사운드 등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만큼 음질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장시간 머리에 착용해도 부담이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편안한 착용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마이크의 위치와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헤드셋일수록 게임 환경에 더욱 유리하다. 마이크를 좀 더 입가에 가까이 고정할 수 있어 더욱 정확한 음성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게이밍 헤드셋은 사용하지 않을 때 마이크를 내부에 완전히 수납하거나 떼어낼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평소에는 마이크가 없는 일반 헤드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게이밍 헤드셋은 3.5파이(3.5mm) 스테레오 플러그를 사용해 PC와 연결하지만 종종 USB로 연결하는 제품도 있다. 보통 가상 7.1채널 등 고급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오디오 칩셋을 내장한 제품들이 USB 방식으로 나온다.

다만 USB 방식 게이밍 헤드셋은 PC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운영체제 및 시스템에 따라 별도의 드라이버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만 쓸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평범한 게임을 더욱 재밌게! 독특한 게이밍 주변기기 제품들

게이밍 주변기기에는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이지는 않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마니아를 가진 게임 장르를 위한 전용 주변기기 제품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레이싱 휠' 또는 '스티어링 휠'이라고 불리는 레이싱 게임용 핸들 제품이다. 평소 쉽게 볼 수 없거나 탈 수 없는 차를 가상의 트랙에서 맘껏 몰아볼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이 진짜 핸들과 변속기, 가속/브레이크 페달로 구성된 '레이싱 휠'을 만나면 마치 실제 차를 운전하는 듯한 현실감과 몰입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경주용 차량에 쓰이는 버킷형 시트와 비슷한 디자인의 게이밍 의자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다른 게이밍 주변기기보다 조금 비싸지만, 더욱 실감 나는 레이싱을 추구하는 마니아라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레이싱 휠이나 게이밍 의자는 레이싱 게임을 더욱 현실감 넘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게임 패드는 PC 게임을 콘솔 게임같은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 로지텍, 제닉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레이싱 휠이나 게이밍 의자는 레이싱 게임을 더욱 현실감 넘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게임 패드는 PC 게임을 콘솔 게임같은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 로지텍, 제닉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게이밍 패드'는 PC 게임을 콘솔 게임기를 사용하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주변기기다. 키보드보다 버튼 수가 적고 마우스보다 정밀한 조작이 어렵지만 '게임기' 고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써볼 만 하다.

특히 최신 게임 중에는 PC뿐만 아니라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게임기용으로 함께 출시되는 '멀티 플랫폼' 게임이 적지 않으며, 그로 인해 게임 패드를 기본 지원하는 PC 게임도 갈수록 늘고 있다.

PC용으로 디자인된 게임 패드 제품도 있지만, 엑스박스용 게임 패드의 경우 윈도 운영체제에서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작이나 설정 없이 그대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게임 패드를 지원하는 PC 게임들도 대부분 엑스박스용 패드에 맞춰서 버튼 설정이 되어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