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에 맞서 3D 낸드플래시 기술 투자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기업 XMC의 지배지분을 인수했다. 칭화유니그룹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했고, 올해 초에는 글로벌 톱 5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했으나 미국 정부가 반대해 수포로 돌아갔다.

칭화유니그룹은 결국 자국 기업인 XMC로 눈을 돌렸다. 반도체 메모리 중에서도 낸드플래시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 XMC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스팬션(Spansion)와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32단 적층 칩 양산의 초기 단계에 도달할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0억달러(27조원)를 투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웨이퍼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국영 기업인 두 회사가 합병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데는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선포하며 2025년까지 모바일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40%를, 통신장비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80%를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47%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2강 체제가 구축된 가운데, 인텔/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추격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011년~2016년 업체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 D램익스체인지 제공
2011년~2016년 업체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 D램익스체인지 제공
선 양 D램익스체인지 리서치디렉터는 "칭화유니와 XMC의 결합은 중국 반도체 메모리 산업 발전에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며 "두 회사의 합병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단일 생산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하는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한 새 라인을 조성 중이다. 현재 48단 적층 구조의 3세대 V낸드플래시로 시장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는 연내 64단까지 적층하는 4세대 V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세대 V낸드플래시를 채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연내 양산할 예정"이라며 "시장 및 경쟁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36단 중심으로 투자·생산하는 3D 낸드플래시를 올해 말부터는 48단 제품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전체 투자에서도 낸드플래시에 30~35%를 집중하고, 내년 말에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50% 이상이 3D 낸드플래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도시바는 2013년부터 3D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보다 발 빠르게 적층 수를 늘려 시장 선점 효과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비교적 늦은 올해 초부터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 시작한 도시바는 3D 낸드플래시에 집중 투자한 결과 3분기부터 64단 적층 제품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