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학교 길병원은 국내 의료업계에서 최초로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을 도입해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한다고 8일 밝혔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 / 한국IBM 제공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 / 한국IBM 제공
길병원과 IBM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천대 길병원-IBM 왓슨도입' 기자간담회를 갖고 10월 15일부터 인공지능인 왓슨을 도입한 의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인공지능을 의료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IBM과 협력해 왔다"며 "최고 품질의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왓슨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길병원이 도입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로 우선 암 치료에 활용된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미국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센터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방대한 분량의 정형(structured) 및 비정형(unstructured)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들이 암환자들에게 데이터에 근거한 개별화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를 학습했다. 의사들은 왓슨을 활용해 전문가 검토가 이뤄진 연구결과와 임상 가이드 라인, 전문가 소견을 참고할 수 있다.

로버트 메르켈 IBM 왓슨 헬스 종양학 및 유전학 글로벌 총괄 사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정보는 인간의 능력으로 따라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왓슨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의학정보를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방안을 의사에게 제공하고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왓슨, 자율주행차 아닌 내비게이션 역할

왓슨은 독자적으로 의사를 대신해 판단하고 치료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한다. 왓슨은 일종의 조언자 역할로써 의사의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언 단장은 "왓슨은 자율주행차가 아닌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며 "왓슨은 엄청난 양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최적의 방안을 의사에게 제시하고 의사는 관련 담당의들이 모여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종적인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

길병원은 왓슨을 도입해 유방암과 폐암, 대장암, 직장암, 위암 치료에 활용한다. 향후에는 암 진료를 넘어 고혈압과 당뇨, 난치성 신경질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생애주기 데이터를 연계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진단 오류를 줄이고 검사 남용을 방지하는데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언 단장은 "환자는 암진단을 받으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더 정확한 진단을 받길 원한다"며 "왓슨을 활용하면 환자들은 투명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돼 이는 곧 진단 오류와 검사 남용을 방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