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산 슈퍼로봇하면 대중들은 '태권브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다만, 태권브이를 필두로 한 대부분의 국산 슈퍼로봇은 안타깝게도 '마징가Z'등 외산 슈퍼로봇과의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1970년대 당시 어려웠던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 현장을 말해주는 것이고 동시에 희박했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 땅에서 태어난 로봇 만화・애니메이션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오리지널 로봇 메카닉 디자인이 증가한다. 현재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해외에 내 놓아도 떳떳한 로봇이 맹활약하고 있다.

3040세대의 추억을 장식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국산 로봇 만화・애니메이션을 인기작 위주로 정리해 봤다.

◆ 로보트 태권브이 (1976)

'태권브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퍼로봇이다. 김청기 감독 손에 의해 1976년 7월 24일 세상에 처음 공개된 '로보트 태권브이'는 1970년대 가난했던 대한민국에서 탄생한 기적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콘텐츠이자 캐릭터이며,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3040세대의 영웅이다.

높이 56미터, 무게 1400톤, 마하 3으로 날고 로켓주먹과 광자력 빔을 날리는 슈퍼로봇 태권브이는 과학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태권도를 하는 거대 로봇이다. 조종사와 로봇이 싱크로 되어 싸우는 로봇 중에는 아마도 세계 최초였지 않나 생각된다.

대한민국에서 영웅으로 승화 된 태권브이지만, 1972년 만화가 나가이 고(永井豪)에 의해 탄생 된 슈퍼로봇 '마징가Z'와의 카피 논란은 아마도 로봇 애니메이션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상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권브이 피규어 전문 제작사 태륜이 만든 1/61스케일 ‘로보트 태권브이’ 피규어. / 태륜 제공
태권브이 피규어 전문 제작사 태륜이 만든 1/61스케일 ‘로보트 태권브이’ 피규어. / 태륜 제공
◆ 철인 캉타우 (1976)

태권브이가 마징가Z와 비교되는 것과 달리 '철인 캉타우'는 카피 논란이 없는 기념비적인 국산 슈퍼로봇이다. 만화가 이정문의 손에 의해 1976년 탄생 된 만화 '철인 캉타우'는 수백만년 전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지구를 식민지화 했던 오크타 혜성인과 또 다른 외계인인 스펠타 성인 간의 전쟁에 인류가 휘말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캉타우 메카닉은 마징가처럼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닌 양산형 로봇 중에 남겨진 한 대다.

메카닉 디자인부터 만화 세계관 등 마징가 영향이 크던 1970년대 당시 마징가와 동떨어진 로봇 메카닉과 세계관 설정을 가진 '철인 캉타우'는 국내 로봇 만화사에 기록해야 할 작품이다.

철인 캉타우. / 나무위키 캡처
철인 캉타우. / 나무위키 캡처
◆ 로보트 킹 (1977)

'로보트 킹'은 1980년대까지 인기가 높았던 로봇 만화 작품이며, 만화가 고유성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로봇 크기가 높이 기준 100미터에 육박하는 슈퍼로봇급 메카닉 '로보트 킹'은 고대 우주인의 유물 '로보트 킹'으로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 '닥터 코크스'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화 분량은 단행본 기준으로 11권이다.

아쉽지만 인기작 '로보트 킹'도 카피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본에서 1967년 출간된 로봇 만화 '자이언트로보'에 등장하는 로봇 'GR2'와 거의 똑같은 외모 때문이다. 이 만화는 1980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이후 등장한 만화 복각판에서는 표절 문제가 지적됐던 메카닉 디자인과 장면이 수정됐다.

로보트 킹. / 나무위키 캡처
로보트 킹. / 나무위키 캡처
◆ 황금날개 1.2.3 (1978)

1978년 극장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황금날개 1.2.3'는 태권브이 아버지인 김청기 감독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은 선우박사에게 입양된 소년 '현'이 외계인 형사 '힌샘'을 만난 뒤 황금날개라는 초능력 영웅으로 거듭나 악당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금날개는 김 감독의 대표 로봇인 태권브이가 출연하는 크로스오버 작 '태권브이와 황금날개 1.2.3'도 추가 제작했다.

황금날개 애니메이션에는 대형 로봇 '황금날개3'가 등장한다. 산업용 로봇이란 설정의 '황금날개3'는 일본의 인기 슈퍼로봇 '겟타로보'와 닮았다. 황금날개도 표절 논란이 있다. 주인공 황금날개는 당시 일본에서 인기가 높던 '캐산'과 '허리케인 폴리머'를 섞은 듯한 디자인이며, 검은 표범 로봇은 캐산의 '프렌더', 청동거인인 황금날개3는 '겟타로보' 디자인을 따 온 듯한 인상이다.

태권브이가 출연하는 크로스오버 작품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 1.2.3’ 포스터. / 나무위키 캡처
태권브이가 출연하는 크로스오버 작품 ‘로보트 태권브이와 황금날개 1.2.3’ 포스터. / 나무위키 캡처
◆ 로봇 찌빠 (1979)

대한민국 40대 이상 성인이라면 사람 크기의 로봇 '로봇 찌빠'를 기억할 것이다. 만화가 신문수가 소년중앙 잡지에 연재한 1979년작 '로봇 찌빠'는 지능에 문제가 있는 미국산 로봇 '찌빠'와 한국인 소년 팔팔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추억 속 로봇 '찌빠'는 1976년 TBS에서 방송된 일본 애니메이션 '로봇코비톤(ろぼっ子ビートン)'에 등장하는 로봇 '부리킨'과 외모가, '도라에몽'과 콘셉트가 닮았다는 등 표절 논란이 존재한다.

로봇 찌빠. / 나무위키 캡처
로봇 찌빠. / 나무위키 캡처
◆ 혹성로보트 썬더에이 (1981)

지구 정복을 노리는 우주 악당 '카론'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은 '혹성로보트 썬더에이'는 조항리 감독이 각본을 맡고 태권브이 아버지 김청기 감독이 제작 총지휘를 맡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1981년 개봉된 썬더에이는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건담(RX-78)과 여러모로 닮았으며, 적진 보스 '카론'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무적강인 다이탄3'의 끝판왕인 '돈 자우서'와 닮았다는 네티즌들의 평이다.

1981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혹성로보트 썬더에이’. / 나무위키 캡처
1981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혹성로보트 썬더에이’. / 나무위키 캡처
◆ 초합금 로보트 쏠라원투드리 (1982)

태권브이 원작자 김청기 감독의 1982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쏠라원투드리'는 '메카닉 표절 모음집'으로도 유명하다. 쏠라 원 로봇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육신합체 갓마즈'의 '라'와 '신'을 섞어 놓은 듯하며, 쏠라 투는 갓마즈의 왼팔 '타이탄'과 오른 다리 '신'을 닮았다. 쏠라 쓰리는 '로봇 핫짱'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으며, 모선인 쏠라쉽은 특수촬영 드라마 '태양전대 선발칸'에 등장하는 메카닉 '재규어 발칸'과 도장으로 찍어낸듯 외형이 같다. 김청기 감독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쏠라원투드리는 당시 흥행에 실패했다.

1982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초합금로보트 쏠라원투드리’ 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1982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초합금로보트 쏠라원투드리’ 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 슈퍼타이탄15 (1983)

극장 애니메이션 '슈퍼타이탄15'는 1983년 공개된 것으로 알려진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박승철 감독이 감독은 물론 각본까지 맡은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은 붉은별 군단에 맞서 싸우고 별 군단 보스가 '수령님'으로 불려지는 등 '1970년대 반공'성격이 강하게 녹아 있다. 슈퍼타이탄15는 표절로 점철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 타이탄7은 특수촬영 드라마 '대전대 고글파이브'에 등장하는 '고글 로보', 타이탄15 디자인은 일본 토에이가 제작한 1982년작 애니메이션 '기갑함대 다이라가XV'의 다이라가XV와 판박이 수준이다.

1983년작 로봇 애니메이션 ‘슈퍼타이탄15’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1983년작 로봇 애니메이션 ‘슈퍼타이탄15’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 스페이스 간담V (1984)

태권브이의 김청기 감독이 만든 1984년작 '스페이스 간담 브이'는 당시 해외 인기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VF-1 발키리'를 그대로 등장시킨 표절작이다. 마크로스의 발키리와 간담 브이 기체와 차이점이 있다면 간담 브이는 헤드 고글에서 삼각형 레이저가 발사된다는 점 정도다.

김청기 감독의 1984년작 로봇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간담 브이’ 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김청기 감독의 1984년작 로봇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간담 브이’ 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 외계에서 온 우뢰매 (1986)

지금은 영화 감독으로 활약하는 심형래가 주연하고 김청기 감독이 제작한 1986년작 특수촬영 영화 '외계에서 온 우리매'는 국내에서 당시 2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인기작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독수리 모양 비행체로 변신하는 로봇 '우뢰매'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피에로'가 1985년 현지 방영한 애니메이션 '닌자전사 토비카게(忍者戦士 飛影)'에 나왔던 '쿠우마 호우라이오(空魔鳳雷鷹)'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영화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모두 9편의 작품이 만들어졌으며, 변신로봇 우뢰매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디자인이 매번 변경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인기 개그맨 심형래 주연의 인기작 ‘외계에서 온 우뢰매’ 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당시 인기 개그맨 심형래 주연의 인기작 ‘외계에서 온 우뢰매’ 포스터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 1990년대 후반부터 국산 오리지널 메카닉 등장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아이들을 즐겁게 했던 대한민국의 로봇 만화・애니메이션은 사실 거의 대부분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로봇 메카닉의 디자인 도용이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내용과 등장인물도 동시기 일본 작품과 많이 닮아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은 물론 장난감 모형 산업도 카피 일색으로 물들어 있던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를 말해주는 증표다.

국산 로봇 애니메이션은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겨우 '짝퉁'논란에서 벗어나게 된다. 1999년 방영된 '레스톨 특수구조대'의 경우 오리지널 로봇 메카닉과 당시 잘 만들어진 영상으로 해외에도 수출됐으며, 지금도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레스톨 특수구조대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레스톨 특수구조대 이미지. / 나무위키 캡처

레스톨 특수구조대 등장 로봇 메카닉. / 위키피디아 캡처
레스톨 특수구조대 등장 로봇 메카닉. / 위키피디아 캡처
현재, 국산 로봇 애니메이션은 일본풍 슈퍼로봇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변신 로봇의 활약이 돋보인다. 헬로카봇, 폴리, 터닝메카드, 다이노코어 등 아이들을 위한 로봇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재도약 하고 있으며, 어린이용 로봇 애니메이션이 거의 사라진 일본 시장을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 당당히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