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Wide & Wise 군사] 지도가 없이는 승리도 없다…전쟁지도와 구글맵

입력 2016.10.16 13:26

일반적인 상상과는 달리 전쟁은 땅따먹기가 아니다. 결국 적의 병력을 섬멸하여 싸우지 못하도록 의지를 꺾는 것이 실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6.25 초기 북한은 기습공격의 이점을 살려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으나, 결국 병력의 격파보다는 지역의 점령에 의미를 두다보니 반격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병력들이 싸우는 장소가 어떤 지형인지 아는 것은 전쟁의 승패를 가누게 된다. 손자병법의 10 지형편에서는 지형을 통형, 괘형, 지형, 애형, 험형, 원형의 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이를 활용하는 것을 지휘관의 책임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아프간 전쟁 초기에는 적당한 군사지도가 없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지도가 활용되기도 했다. / 미 국방부
◆ 지도 없이는 전쟁도 못한다

그래서 지도없이는 전쟁을 하기 어렵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은 빈라덴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보복을 결정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로 했다. 자유지속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전쟁을 수행하는데는 장애물들이 많았다. 일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작전계획이 없었다. 작전계획이 없으면 도대체 병력 몇 명을 데려가야 할지조차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할 군용지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이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전에 먼저 침투했던 CIA와 특수부대들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지도를 가지고 전쟁을 수행했다. 이게 2001년의 일이다.

또한 지도가 있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지도에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인천상륙작전의 예를 들어보면 명백하다. 당시 미군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제작한 지도와 해도에 의존하여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지도나 해도가 모두 부정확하고, 일부 지형은 아예 누락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상륙작전에 앞서서 모든 수치를 직접 측정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서 만조때 수면에서 방파제까지의 높이의 정확한 실측정보나, 접근 수로 상에 함정의 접근의 막기 위한 인공장애물이 설치되어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는 일이 그런 것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그려진 해군첩보부대가 한 일이 바로 그러한 실측정보를 확보하는 일이었고, 이는 전쟁 승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도와 지형정보를 매우 중시했던 나라가 있다. 바로 구 소련이다. 냉전시절 구 소련의 정보국은 전세계의 지형을 지도에 담았는데, 심지어는 건물 하나하나까지 다 반영되어 있었다. 미국 또는 유럽 도시의 군사지도를 보면 심지어는 현지의 지도에 없는 정보들까지 담겨 있었다. 예를 들어 도로의 폭이나 교량의 하중. 또는 무엇을 제작하는 공장인지 등등이다. 이런 자세한 정보가 있다면 예를 들어 전차 지휘관의 경우 전차가 통과가능한 도로인지 교량인지 파악하고 대열을 어떻게 편성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구 소련이 붕괴하자 이런 지도들은 시장으로 흘러나왔는데, 서구의 지도관련 업체들이 수백만 장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도 미 국무부에서는 구 소련의 지도를 참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의 기술을 생각하면 구글어스보다도 정밀한 전세계 지도를 보유했다는데에서 구 소련군의 능력을 알 수 있다고 하겠다.
사진은 샌디에고의 미군 기지 지형으로 구 소련군 지도(왼쪽)가 미국 지질조사국의 지도(오른쪽)보다 훨씬 정밀함을 알 수 있다. / public images
◆ 한반도의 전장지도

특히 한반도의 경우 한 번 전투가 일어났던 장소에서 전투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싸울만한 지형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임진강 유역으로 굳이 한 장소를 고르자면 칠중성이 그러하다. 삼국시대에서 임진왜란, 6.25에 이르기까지 칠중성은 임진강을 통제하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6.25 당시 중공군의 5차공세때 영국군 글로스터 연대 1대대는 칠중성을 지키면서 홀홀단신 중공군의 진격을 막아내다가 산화한 바 있다. 전쟁속의 지형에 능통한 건축가 황두진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반도에서는 '한번 전쟁터는 영원한 전쟁터(Once a battlefield, always a battlefield)'인 셈이다.

이런 인식에 바탕하여 우리 군은 2002년부터 지형분석실을 만들어 GIS(지형공간정보체계)와 GPS 등 정보를 융합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민간의 GPS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소위 COTS(commercial off the shelves; 첨단상용) 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지형정보체계를 다잡기 시작했다. 지형분석실은 2005년 육군 지형정보단으로 발족하여 활동하다가 2011년에는 국방지형정보단으로 발전했다. 공군, 해군 및 해병대와 합동성을 위하여 국직부대화한 것으로, 2017년부터는 지리공간정보사령부로 통합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형정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알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미군의 GIG. / 미 국방부
현재 지형정보분야에서 역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미군이다. 미군은 GIG(Global Information Grid)라는 무지막지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즉 통신과 정보가 지형정보와 만나서 전세계적인 통신망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투기나 전차 뿐만 아니라 지상의 병사들까지 GIG에 통합되어 서로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있게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GIG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전세계 어떤 지역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고 전투 상황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싸우는 수준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GIG 같은 것을 보유하기 위해선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지도이다.

사실 민간에도 이러한 GIG 수준의 지도가 있다. 바로 구글맵이다. 구글은 해당지역의 좌표부터 연계되는 정보까지 다양한 내용을 지도에 담을 수 있게 해놓았다. 그야말로 한번 클릭으로 모든 정보를 다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글맵 서비스가 유독 잘 되지 않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한국이다. 현재 구글지도는 3D지도나 길찾기 등의 기능을 한국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구글은 이전부터 우리 정부에 세부적인 지도데이터의 해외반출을 요청해오고 있다. 외국인관광객의 편의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생각하면 데이터를 해외로 가져가 자신들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여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한번 전쟁이 난 장소에서 역사상 전쟁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전략적 요충지는 정해져 있는 탓이다./ Doojin Hwang
◆ 구글맵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런데 정부는 왜 반대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안보에 있다. 현재 구글어스나 구글맵에는 대한민국의 군사시설에 관한 위성사진들이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다. 그것도 대략 50cm 정도의 해상도로 전달하고 있어, 예를 들어 전차의 종류나 항공기의 기종까지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이러한 영상지도가 구글이 반출을 요구하는 1/5000 수치지도와 결합되면 엄청나게 정밀한 군사지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GIS 전문가에 따르면 이 지도는 불과 15cm 정도의 오차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구글의 요청대로 데이터가 반출되어 우리군의 위치가 노출된 영상지도와 결합되면, 대한민국의 중요한 군사자산에 대한 위치정보를 매우 소상하게 구글어스난 구글맵로부터 볼 수 있게 된다. ISR 자산이 부족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이렇게 고마운 정보가 있으니 활용하면 그만이다. 즉 지도반출 행위가 우리군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맵 서비스가 가져다 줄 다른 장점을 생각한다면 마냥 거부하기만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구글에게 요청한 사항은 구글어스 등 국제적으로 제공하는 지도서비스에서 우리의 군사시설에 대해서는 모자이크로 처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글은 기존에 제공하는 서비스와 한국에서 반출하려는 데이터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면서 우리 정부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기존에 자신들이 확보한 잇점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전 중인 국가로 북한의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글로벌 기업에게 감안해달라고 호소한들 들어줄리 만무하다. 바로 이 경우 우리는 이스라엘의 경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구글은 이스라엘의 영상지도에 대해서는 1/25,000이상 축적으로 확대해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1997년 국방수권법에서 이스라엘과 관련된 상세한 위성사진의 수집 또는 게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구글은 미국기업이니 미국의 법률에는 따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법률은 이스라엘이 치열하게 미국의 국회에 로비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도 명확하다. 우선 미국 의회로부터 유사한 입법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글 뿐만 아니라 또 등장할 다른 미국의 기업들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를 규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에서야 데이터를 반출하든 말든 하는 결정을 대한민국의 이익에 따라 하면 된다. 포켓몬고도 좋고 생활의 편의도 좋지만, 북한의 위협이 현존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안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구글이 우리의 안보를 생각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우리의 안보이익은 우리 스스로가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표시된 구글어스의 한 장면. 해상도가 매우 낮은 영상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은 지도데이터로 도로나 건물 등을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 Google 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