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담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역작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 사태가 해결되기도 전에 최근 불거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비 관련해 35억원 지원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조선일보 DB
이재용 부회장. /조선일보 DB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기업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법적인 지위와 책임을 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그만큼 책임이 커졌음을 뜻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당초 9월 12일 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갤럭시노트7 화재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10월 초 갤럭시노트7 '단종' 발표로 입지가 흔들릴 위기에 빠졌다. 단종 발표가 등기이사 등재 직전 있었던 일이라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지만, 기업의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부담감을 느낀 듯 자신의 등기이사 등재를 결정하는 임시주총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묘한 행보를 보였다.

이어 터진 최순실씨 관련 사태는 이 부회장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대외협력단 및 미래전략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삼성전자가 최순실씨가 설립한 '코레스포츠'에 말 구입비 명목으로 280만유로(35억원)을 지원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승마를 즐겼던 터라 세간의 관심도 삼성전자뿐 아니라 이 부회장 개인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학 재학중이던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한국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1989년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승마선수권대회 장애물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언론은 이 부회장에 대해 "장애물비월과 마장마술에서 국가대표 수준급이며, 마장마술에서는 당대 최고인 서정균 선수와 각축전을 벌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시점이 10월 27일인데, 최순실씨 사태나 갤럭시노트7 단종 등은 그 이전 있었던 일이라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현 삼성전자 총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부담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검찰 출석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별도 압력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주요 그룹 총수의 검찰 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재용 부회장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적으로 추진한 '혁신'을 위해 전국에 마련한 것이지 정부 압박 때문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