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9일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검토는 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이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 구축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 조선일보DB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 조선일보DB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 이유로 주주가치를 제고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외적인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종잣돈 60억으로 270조대 그룹 물려받아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를 인수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재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위해 오래전부터 전략적으로 키운 회사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가의 가족 기업이다"라며 "삼성에버랜드와 같은 비상장 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애용해 왔던 편법 재테크 수단"이라고 말했다.

1995년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증여받은 금액으로 삼성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원의 주식 12만여주를 23억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19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얼마 뒤 두 회사는 상장된다.

이 부회장은 두 회사의 보유 주식을 605억원에 매각한 후 이 자금으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구매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확보한 삼성에버랜드 주식 지분은 31.9%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의 보유분은 각각 8.37%로 세 남매의 지분은 당시 41.84%에 달했다.

1998년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회사인 삼성생명을 주당 9000원씩 344만주를 매입했다. 그 결과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2.25%에서 20.67%로 증가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여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됐다. 따라서 에버랜드를 갖고 있으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과정을 거치며 60억원의 종잣돈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 271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늘려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주식 거래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됐다"며 "에버랜드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면서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 조선일보DB
이재용 부회장. / 조선일보DB
◆ 이재용 부회장, 계열사 쪼개고 합치며 그룹 지배력 강화

2013년 12월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에 패션부문을 넘겼다. 그리고 2014년 3월 남아있던 소재부분을 삼성SDI와 합병하면서 사명이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패션부문을 품은 삼성에버랜드가 2014년 7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다.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이사회가 9월 1일자로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0.35, 삼성물산이 1이었다. 이는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제일모직 주식 35주와 같은 가치로 쳐서 합병 법인의 주식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제일모직 주식 가치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  전자공시시스템 참조
삼성전자 지배구조. / 전자공시시스템 참조
하지만 당시 이 비율은 완전히 뒤바뀐 것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의 자본 총계는 13조7000억원이었다. 제일모직의 자본총계는 5조3000억원다. 삼성물산이 2.5배가 넘어가고 영업이익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세 배쯤 많았다. 하지만 주식 가치는 3분의 1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삼성물산 쪽에서 보면 완전 헐값으로 제일모직에 합병되는 것이다.

미국계 해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이유로 이를 제시했다. 또 엘리엇은 주식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2015년 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주총회가 개최됐으며, 참석자 69.5%의 찬성으로 합병이 진행됐다.

다시 정리하면, 2016년 3분기를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그는 3267만4500주(17.08%)를 갖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주식 19.34%(3868만8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8.13%)이다. 그 뒤를 이어 삼성물산이 4.25%(597만6362주)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0.6%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주식을 바탕으로 굳건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삼성그룹 지배 위한 마지막 작업...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유지와 강화가 최대의 과제다.


삼성전자 관련 주식 보유 현황. / 전자공시시스템 참조
삼성전자 관련 주식 보유 현황. / 전자공시시스템 참조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턱없이 낮다. 현재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84만여주다.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3.6%의 지분이 그대로 상속되면 좋지만 상속세가 50%에 달한다. 단순히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방법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과거 삼성에버랜드 사례로 보면 최대한 돈을 쓰지 않으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매입 당시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받은 60억8000만원에 대한 세금 16억원을 냈던 것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매력적이다.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삼성전자도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꼼수다. 삼성전자를 분할 한 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을 교환한다.

이후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한 뒤 지주회사와 통합 삼성물산(이 부회장 지분율 17.08%)간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4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보유 지분율도 30%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우선 대외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 최순실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 확대를 비롯해 일명 이재용법 추진까지도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어 주변 환경에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추진됐던 재벌 규제 법안이 재발의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이재용法(특정재산범죄수익등의환수및피해구제에관한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재벌그룹 대주주들이 본인 또는 제3자를 이용해 횡령‧배임으로 이익을 50억원 이상 얻을 경우, 그 이익과 이를 통해 파생된 재산까지 모두 국가나 회사에 귀속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재벌 총수 재산에 대한 몰수 가능 범위를 확대했다.

다만 현재 이 법안은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인해 국회 계류 중으로 알려졌다. 야당 한 관계자는 "법안은 현재 계류 중이며, 내년쯤 발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