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알파고로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작년말 백악관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보고서를 연달아 발표했고, 한국 정부 부처도 '지능정보사회'라는 키워드로 관련 계획을 내 놓았다. 알파고로 인공지능 이슈를 선점한 구글을 포함해 유명 기업들이 인공지능 탑재 상품이나 서비스 로드맵을 쏟아내듯 발표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호기심을 넘어 최근에는 두려움까지 깃드는 모양새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재미있는 신기술' 정도로 여겼으나, 정부와 기관에서 발간하는 각종 보고서를 통해 '몇 년 안에 내 일자리를 뺏을지도 모르는 경쟁자'이자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로까지 부각된 탓이리라.
아직 인간이 인공지능 보다 우위에 있는 영역은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지식의 저장이나 숫자 연산은 원래 컴퓨터가 인간을 압도하는 부분이다. 반면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직관'의 영역은 아직 인간이 우위다. 고양이와 개가 섞여있는 사진에서 인간은 직관적으로 두 무리를 쉽게 가려낼 수 있는 반면 컴퓨터에겐 아직 쉽지 않은 과제다. 사이트 가입 화면에서 로봇에 의한 부정 가입을 가려내는 장치로, 이미지 속에 찌그러진 문자를 넣고 맞출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캡챠(CAPTCHA)'가 쓰이는 이유다.
그러나 알파고로 대변되는 최근 인공지능 시스템은 학습을 통한 직관의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다. 인공지능 해설 기사에 자주 소개되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은 기술이 컴퓨터에 학습 능력을 부여한다. 인간의 직관을 모방하기 위해 인간처럼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려는 시도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개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특정 분야에 1만 시간 정도 집중하면 머릿속 사고방식은 물론이고 뇌의 형태도 일부분 그 분야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한다는 것.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이처럼 인간의 뇌 구조와 그 안에 든 사고체계를 함께 모방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알파고의 하드웨어 사양 발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품이 TPU다. TPU는 머신러닝 관련 소프트웨어인 텐소플로우(Tensorflow)에 최적화된 칩셋이다. 즉, 기계가 학습하는 데 특화된 하드웨어(뇌)인 것이다. 학습 능력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이에 특화된 칩셋 개발까지 병행하는 모양새다. 여기다 컴퓨터는 인간이 1만 시간 걸리는 학습을 압도적으로 짧은 시간에 해 낼 수 있다. 최초엔 복잡한 계산을 맡기려고 만들었던 컴퓨터가 그간 인간의 우위였던 직관 영역까지 넘보는 중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다. 과거 산업 격변기에도 '러다이트 운동' 같은 사회 구성원의 불만이나 불안 표출은 있었지만 인류 전체로 보면 사회 부가가치는 더 높아졌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실업 공포'와는 상반되는 주장도 보인다. 며칠전 발표된 보스톤 컨설팅 그룹 보고서는 '2035년 디지털 경제가 신규 창출할 일자리 수가 4억1500만개, 로봇 한 대가 3.6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은 시대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각 격변기 마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긴 호흡으로 돌아보면 기술 발전으로 대중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됐다. 열린 마음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