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 삼성SDS, 삼성전자와 합병무산 땐 '공중분해' 가능성도

입력 2017.01.17 08:20

박영수 특검이 16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 전체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삼성그룹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조차 밝히지 못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진행해온 시나리오가 전면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횡령·위증 협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조선일보DB
17일 삼성그룹 계열사와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전격 청구되면서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재편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재편 일정에 맞춰 물밑에서 진행 중이던 삼성SDS의 IT사업과 물류사업 분할 작업도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됐다.

이날 현재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가 추진 중인 차기 신사업의 성장 동력을 꺼뜨리거나 방향성을 잃게 할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업무는 사실상 전면 마비된 상태다.

삼성SDS 한 관계자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봤는데, 특검이 정말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책 마련을 위한 그룹 사장단 회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현업에는 아무런 지시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향을 못 잡고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SDS 분할 '진퇴양난'…시너지 없는 분할 강행하나?

이재용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삼성SDS다. 삼성SDS는 최근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위해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현재 홈네트워크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SDS를 IT서비스 사업과 물류 사업으로 나눈 후, IT서비스 사업을 삼성전자 인적분할 할 삼성전자 홀딩스와 합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류 사업 부문은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명분 하에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만약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의 집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 자명하다. 또한 삼성전자 홀딩스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제기되면서 잠시 주춤해졌던 삼성SDS 주주들까지도 집단 소송에 나설 공산이 크다.

삼성SDS의 물류 사업을 삼성물산과 합병해서 그룹내 전체 물류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명분에도 힘을 잃게 된다. 더 나아가 무리하게 IT서비스 사업을 떼어내 삼성전자와 분할할 예정인 삼성전자 홀딩스와 합병하려는 시도도 자연스레 수포로 돌아간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의 지분 9.02%를 활용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모든 시나리오가 무산될 게 자명하다.

문제는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삼성SDS의 분할을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성SDS는 이미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삼성SDS의 해외법인 5곳 중 인도법인을 제외한 4개 법인의 IT서비스 사업부와 물류 사업부를 분할했다. 또한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해외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이에 앞서 수년에 걸쳐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주요 사업부를 차례로 매각하는 등 조직슬림화를 진행했다.

삼성SDS와 삼성전자 홀딩스의 합병이 무산돼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한다는 잘못된 명분 하나만을 쫓아 무리하게 국내 1위의 IT서비스 기업을 공중분해한 후 매각한 꼴이 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지금까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서 지배구조를 강화한다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았는데, 현재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강하게 추진했던 만큼, 주주총회와 같은 공식일정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진행하겠지만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어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삼성 입장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정된 수순대로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추진하려 할 것이지만,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진짜로 구속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며 "삼성물산이나 삼성SDS 주주들의 집단 소송이 진행될 수 있어, 삼성이 큰 위기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경제민주화법에 발목…초조한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추락?

특검의 칼날이 이재용 부회장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당초 예정대로 올해 상반기 중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할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이 상반기 중 통과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때, 보유 중인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불가능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기업이 인적분할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된 경우에는 의결권이 주어준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 홀딩스를 만들고 삼성SDS의 IT서비스 사업부와 합병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박용진 의원은 자회사를 만들고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대기업의 행위까지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9일 인적분할로 자사주를 새로 배정받을 경우에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검토 계획을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6개월간 검토기간을 거쳐 지주사 전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겨냥한 특검 수사가 언제까지 진행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진행돼야 하지만,각종 의혹이 불거진 삼성이 동시다발적인 작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보인다"며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한 이재용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 시나리오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실제 구속 여부는 18일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