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중국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 현황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의 관련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 미국, 국가전략컴퓨팅계획 발표...2021년 엑사급 슈퍼컴 개발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7월 고성능컴퓨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고하기 위해 '국가전략컴퓨팅계획(NSCI, National Strategic Computing Initiative)'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를 중심으로 엑사급 슈퍼컴퓨터 시스템과 활용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에너지성 산하의 3개 연구소가 공동으로 슈퍼컴을 구축하는 'CORAL(Collaboration Oak Ridge Argonne Livermore)'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2018년 초 3개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본격화 될 전망이다.

3개의 시스템 중 2개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의 서밋(Summit)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rory) '시에라(Sierra) 시스템이다. 두 시스템은 IBM 파워(Power)9 CPU와 엔비디아 볼타(Nvidia Volta) GPU를 사용하고 그 성능은 150페타플롭스(PF)로 예상된다.

미국의 ‘오로라(Aurora)’ 슈퍼컴퓨터는 2018년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설치될 예정으로 인텔의 ‘KNH(Knights Hill)’ CPU를 사용하며 그 성능은 200PF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에너지성 제공
미국의 ‘오로라(Aurora)’ 슈퍼컴퓨터는 2018년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설치될 예정으로 인텔의 ‘KNH(Knights Hill)’ CPU를 사용하며 그 성능은 200PF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에너지성 제공
세 번째 시스템은 아르곤 국립연구소(ANL: Argonne National Laborotory)의 오로라(Aurora) 슈퍼컴이다. 오로라 슈퍼컴은 인텔의 차기 제온 파이(Xeon Phi)인 'KNH(Knights Hill)' CPU와 옴니패스(Omni-Path) 2 내부연결망을 기반으로 200PF 정도의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보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성이 주도하는 엑사급 컴퓨팅 사업인 'ECP(Exascale Computing Projec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계획은 2023년까지 엑사급 계산 성능을 보유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슈퍼컴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성의 ECP 계획은 미국 엑사급 슈퍼컴 개발의 상징적 사업이며 2023년 엑사급 시스템의 도달까지 3~4개의 시스템이 예정돼 있다. /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메시나 박사 제공
미국 에너지성의 ECP 계획은 미국 엑사급 슈퍼컴 개발의 상징적 사업이며 2023년 엑사급 시스템의 도달까지 3~4개의 시스템이 예정돼 있다. /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메시나 박사 제공
ECP는 기존 일정을 2년 앞당겨 2021년에 엑사플롭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업책임자인 폴 메시나 박사는 "현재 톱(Top)500 슈퍼컴에 사용되는 것과 다른 아키텍처를 구상 중이다"라며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나 뉴로모픽컴퓨터(neuromorphic computer)처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은 아니지만 현재의 시스템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기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를 중심으로 한 아키텍처나 HPE(Hewlett Packard Enterprise)에서 추진하는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 '더 머신(The Machine)' 수준의 변화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광범위하게 사용이 가능한 2개 이상의 엑사급 슈퍼컴의 개발이 2023년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 플래그십2020 발표...2020년 차세대 슈퍼컴 개발

일본의 ‘플래그십(FLAGSHIP)2020’ 계획은 2020년을 목표로 진행하는 일본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이다. ARM CPU를 사용해 엑사플롭스에 근접한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이시카와 박사 제공
일본의 ‘플래그십(FLAGSHIP)2020’ 계획은 2020년을 목표로 진행하는 일본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이다. ARM CPU를 사용해 엑사플롭스에 근접한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이시카와 박사 제공
일본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K 컴퓨터'의 후속작인 '포스트(Post)-K 슈퍼컴(공식명칭: FLAGSHIP2020)'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초 엑사급 시스템을 목표로 했지만 예산 및 기술적인 이유로 성능을 달성하기 어려워 사업 이름까지 바꿨다.

일본의 특이한 점은 기존에 사용해왔던 오라클 스파크(Oracle SPARC, Scalable Processor ARCitecture)' CPU를 과감히 포기하고 ARM CPU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스파크(SPARC) 칩의 성능 개선을 진행하면서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오라클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플래그십 2020은 기존의 ARMv8-A CPU에 실수연산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한 SVE(Scaleble Vector Extension)를 추가하고, 고성능 메모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연결망도 CPU에 내장한다.

이 사업은 예산이 1100억엔(약 1조1000억원)으로 2014년에 시작됐다. 2018년 초 기술개발을 마무리 하고 제작, 설치, 점검 등의 과정을 통해 2020년 사용자 서비스를 시작한다.

관련 업계는 이 사업이 일정상으로 2019년 설치와 성능 시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최초 엑사플롭스 시스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반도체 제조상의 문제로 인해 계획이 2년 정도 연기되면서 그 꿈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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