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접고 이커머스 사업에 올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서비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 /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 대표. / 쿠팡 제공
쿠팡은 음식점과 지역별 할인 쿠폰 등 로컬 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쿠팡에서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은 약 80여명으로, 쿠팡맨 3600여명을 제외한 전체 직원 8500여명의 1%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이달 안에 마지막 남은 서비스 계약이 종료되면 해당 인력을 다른 사업에 전환배치할 예정이다.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이 이커머스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쿠팡은 개별 서비스 항목의 고객 만족도를 수치화해 상품 신뢰도와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우량 판매자를 육성하는 '아이템마켓'을 도입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 판매자를 상단에 노출하는 것으로, 시작 초기부터 불거진 공정성 시비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로켓배송을 포함한 쿠팡의 이커머스 사업은 4년간 2400% 이상 성장했고, 1500개에 불과했던 판매상품 수는 현재 3000만개로 늘었다. 판매량도 빠르게 늘어나 2016년 전체 출고 상품 수는 4억5000만개를 넘어섰다. 2015년의 연 매출 1조1337억원 중 80%를 로켓배송으로 벌었는데, 이는 오픈마켓 시장을 주도하는 이베이코리아나 SK플래닛 11번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수치다.

쿠팡은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한 기술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비드 베이세 쿠팡 이커머스 SVP(Senior Vice President)는 "고객이 쿠팡의 로켓배송과 다양한 서비스에 호응해준 덕에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고객의 반응이 뜨거운 쿠팡직구와 여행 서비스, 로켓페이에도 혁신 기술을 도입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유통업계 이단아 쿠팡, 파격행보 이어가

쿠팡의 소셜커머스 사업 종료 선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그동안 쿠팡이 보여줬던 파격적인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관련업계에서는 쿠팡의 이커머스 사업 강화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쿠팡의 소셜커머스 사업 종료 선언이 어떤 식으로든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 변화를 촉구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쿠팡은 2010년 지역상품과 공동구매 형태의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장에 론칭해 국내 유통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에는 상품 직매입과 익일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여 관련업계의 배송 서비스 경쟁을 촉발했다. 쿠팡은 좋은 조건의 판매자를 보여주는 자동 비교 시스템과 최대 10% 추가 할인되는 정기배송, 단점도 볼 수 있는 리뷰 시스템, 로켓페이 간편결제 등을 차례로 도입해 운영해 왔다.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도 또 다른 관심 거리였다. 쿠팡은 2014년 5월에는 미 세쿼이어캐피탈로부터 1억달러(115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같은해 11월에는 미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3460억원)를 추가로 투자받아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2015년 6월에는 세계적인 IT기업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1조1536억원)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해 화제가 됐다. 당시 소프트뱅크의 투자금은 우버와 샤오미에 이어 글로벌 벤처기업 중 단일 투자유치금액 순위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시점에도 쿠팡은 전국단위 당일 직접 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자 중 보유한 물류센터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9만9173㎡의 인천물류센터 등 총 16개의 전국단위 물류 거점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 힘빠진 마케팅… '이커머스 후발 주자' 인지도 난제

관련업계에서는 쿠팡의 소셜커머스 사업 종료가 시장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덩치가 커진 쿠팡이 상품 판매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소셜커머스 사업으로는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쿠팡은 타사 대비 물류 자동화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을 운영하는 것도 누적적자를 늘린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정도였다. 실제 2015년 기준 3사의 영업손실은 쿠팡 5470억원, 티몬 1419억원, 위메프 1424억원 등으로 집계돼, 쿠팡의 영업적자가 소셜 3사 중 가장 크다. 지난해 역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돼 적자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자동화된 물류 인프라 구축이 완료 되는 시점에 다수의 인력이 투입되는 소셜커머스 사업을 버리고, 물량 경쟁을 할 수 있는 오픈마켓 위주의 이커머스 사업에 집중한다는 쿠팡의 전략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쿠팡의 물류인프라를 강화한데 반해, 쿠팡을 찾는 고객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닐슨코리안클릭의 지난해 12월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티몬에게 PC와 모바일 통합 순 방문자수 1위를 넘겨줬다. 또한, 오픈마켓 3사를 포함한 모바일 쇼핑몰 월평균 순방문자 수에서도 11번가(1274만명)와 G마켓(1249만명), 옥션(964만명)에 이어 867만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모바일에서 강세를 보였던 쿠팡이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순방문자 수 감소는 배송비 기준을 올리는 등 고객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쿠팡은 로켓배송을 이용하기 위한 최저금액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인상했고,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와의 서비스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반해 경쟁사들은 연말 특수를 잡기 위해 연일 대대적인 할인율을 적용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고객유치에 열을 올렸다.

이달 초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진행한 브랜드평판 조사에서도 쿠팡은 11번가와 G마켓, 티몬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연구소 측은 오픈마켓들이 신규 가입자와 수익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게 브랜드 평판을 높인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쿠팡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시장에서는 선두 기업이었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후발이라는 외부의 시각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쿠팡의 로켓배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서비스로, 올해에도 아이템마켓과 관련한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