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굴기(倔起)가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벌어지며 한국을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한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OLED 시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기술력이 독보적이지만, 중국도 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술격차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CD 시장에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 조선일보 DB
LCD 시장에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 조선일보 DB
최근 시장조사기관 위츠뷰가 발표한 2016년 대형 LCD 패널 출하량 조사 결과를 보면, LG디스플레이는 5294만장, 삼성디스플레이는 4680만장의 패널을 각각 출하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시장 1, 2위를 지켰지만, 출하량은 전년보다 각각 4.3%, 8.1% 감소했다. 두 기업 모두 LCD 패널 생산 비중을 줄이고, OLED에 역량을 집중한 탓이다.

중국은 이 기간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중국 BOE는 지난해 4364만장의 대형 LCD 패널을 출하하면서 처음으로 3위에 올라섰다. BOE에 밀린 대만 이노룩스는 4173만장의 패널을 출하해 4위로 내려 앉았다. 5위도 3309만장의 패널을 출하한 중국 차이나스타가 차지했다. BOE와 차이나스타의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29% 증가한 수치다.

OLED 분야는 LCD에서 힘을 뺀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주로 탑재되는 중소형 OLED 패널 수요의 95%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돋보이는 쪽은 중소형이다. 애플을 비롯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차기작에 앞다퉈 OLED 패널을 채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분기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출하량은 1억대에 육박한다. IHS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억8000만장의 OLED 패널을 출하했다. 2014년 출하량 1억7000만장과 비교하면 2년새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투자한 아산 A3 라인의 OLED 패널 생산량을 대폭 끌어 올려 상반기에 월 평균 생산량을 7만5000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반기 추가 증설까지 마치면 월 12만장 이상 생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중국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보다 OLE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디스플레이 기업 TCL은 최근 OLED 프린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혁신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 OLED 소재부터 장비, 제조에 이르는 생태계를 다지겠다는 의도다.

기존 중국 패널 제조사들도 OLED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CD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BOE는 올해 3분기에 6세대(1500×1850㎜) OLED 패널 장비 발주를 시작해 2018년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BOE는 중국 남서부 사천성 인근에 1000억위안(16조6690억원)을 투자해 OLED 패널 공장 두 곳을 건설하는 등 2019년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애플도 올해 선보일 10주년 아이폰을 위해 우선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공급 독점 계약을 맺었지만, 향후 안정적인 패널 수급을 위해 BOE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기존에도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여러 공급사로부터 수급해왔으나, 한국과 일본 이외에 중국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은 적은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OLED 패널 캐파(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현재 중국의 비중은 5%에도 채 미치지 못하지만, 대규모 증설이 완료되는 3년 후에는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기술 격차가 많이 벌어져 중국이 단기간 내에 한국을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