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로 한국 따라잡기에 나섰다.

LCD 시장에서 물량공세를 진행 중인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 조선일보 DB
LCD 시장에서 물량공세를 진행 중인 중국이 OLED 분야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 조선일보 DB
한국이 차세대 OLED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LCD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OLED 시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기술력이 독보적이지만, 중국과 대만도 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술격차 줄이기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LCD 시장 놓고 韓·中 경쟁 치열해진다

대만 폭스콘은 최근 중국 광저우에 610억위안(10조2000억원)을 투자한 10.5세대(3370×2940㎜) LCD 패널 생산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10.5세대는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하다. TV용 대형 LCD 패널 시장 선두인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폭스콘에 앞서 10.5세대 LCD 패널 생산 공장을 구축한 중국 BOE는 올해 하반기 장비 반입을 시작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험 가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시장조사기관 워츠뷰의 2016년 대형 LCD 패널 출하량 조사에서 4364만장의 출하량으로 LG디스플레이(5294만장)와 삼성디스플레이(4680만장)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 BOE, 폭스콘 등 중화권의 10.5세대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대형 LCD 패널 시장에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중국을 포함한 경쟁국의 거센 추격 속에 LCD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며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OLED 시장서도 중국의 한국 따라잡기 시작돼

OLED 분야에서는 LCD에서 힘을 뺀 한국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중화권의 추격도 시작됐다. 지난해 4월 폭스콘에 인수된 샤프는 최근 일본 내 OLED 패널 생산 라인에 1000억엔(1조100억원)을 투자할 뜻을 밝혔다. 샤프는 이를 바탕으로 최소 월 3만장의 OLED 패널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샤프의 이번 투자를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진입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7인치 이하 중소형 OLED 패널은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 기기에 주로 탑재된다. 이 시장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전체 시장의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샤프가 투자액은 늘렸지만 생산 목표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샤프가 제시한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목표는 연간 1500만대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수준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연간 수억대 규모임을 고려하면 그리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BOE도 올해 3분기에 6세대(1500×1850㎜) OLED 패널 장비 발주를 시작해 2018년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BOE는 중국 남서부 사천성 인근에 1000억위안(16조6690억원)을 투자해 OLED 패널 공장 두 곳을 건설하는 등 2019년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유비산업리서치는 2021년까지 OLED 패널이 출하량 기준 17억대, 매출 기준 750억달러(86조2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OLED 생산능력 투자는 한국 월 14만6000장, 중국 10만5000장 규모로 추정된다. 중국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1.8배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