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왜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할까…’주도권 확보·차량 안정성 향상’

입력 2017.03.15 09:04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경기도 하남의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정식 1호 매장을 열고 한국 판매를 본격화한다고 발표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로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차이가 크다. 추진하는 전략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과는 사뭇 다르다. 그 중 가장 큰 차이는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한국에 판매할 전기차 '모델 S 90D'. / 테슬라 제공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한 BMW⋅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각형 또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18650' 원통형 배터리만을 탑재한다.

18650 배터리는 지름 18mm, 길이 65mm의 원통형으로 생긴 이차전지다. 가정용 탁상시계에 들어가는 기존 'AA'형 배터리와 길이만 차이날 뿐 거의 유사하게 생겼다. 세계 최초의 리튬이온이차전지가 원통형 18650이며, 노트북용 배터리팩은 18650 배터리 68개를 묶여 만든다.

이차전지 업계에서는 전기차에는 배터리 장착 용량이 크고 위험하기 때문에 전용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트북용으로 쓰이는 18650을 전기차용 배터리로 쓰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관련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8650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차 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한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제조사에게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다. 원통형 18650은 리튬이온 이차전지 중 가장 오래된 배터리다. 이미 규격화됐으며, 구하기도 쉽다.

이차전지 전문가인 박철완 박사는 "18650 원통형 배터리는 단셀간 직병렬로 연결해 팩을 구성한다"며 "최초의 리튬이온 이차전지인만큼 제조 공정이 무르익을대로 익어 대량 공급에 가장 적합한 리튬이온계 이차전지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차량의 설계, 공간활용, 안정성 확보 등도 이유로 꼽힌다.

테슬라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스템. / 조선일보DB
한국에서 정식 판매되는 테슬라의 전기차는 모델S 90D다. 모델S 90D는 87.5kWh급의 대용량 배터리를 갖춰 1회 충전으로 378km(환경부 기준)를 이동할 수 있다. 7000개가 넘는 18650 배터리를 사용한다. 충전시간은 급속 75분, 완속 14시간이 걸린다.

테슬라는 이 많은 배터리를 차 바닥에 쌓아 뒀다. 7000개가 넘는 배터리를 수면과 수직으로 세워 빼곡하게 연결했다. 이런 설계 방식은 모델S 뿐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X와 로드스터 모델에도 적용됐다.

◆차량 안정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

테슬라의 이러한 설계 방식은 여러모로 장점을 발휘한다. 우선 차량의 안전성을 높인다. 차량 아랫쪽으로 가장 무거운 부품(배터리)이 고르게 자리하게 됨으로써 무게 중심이 낮아졌다. 차량의 전복 위험을 낮춰 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모델X 출시 행사에서 "모델X는 가장 안전한 SUV다"라며 "차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차량 전복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조향 성능도 높아지면서 코너링 성능이 향상됐다. 차량의 정 중앙에 위치한 배터리 덕분에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는 자동차가 코너를 돌때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언더스티어(위)와 오버스티어(아래)의 차이. / 네이버 블로그
언더스티어는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 시 앞바퀴가 접지력을 잃으면서 차량이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가는 현상이다. 코너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 핸들을 꺾었음에도 차량0이 관성에 의해 앞으로 쭈욱 밀리는 현상을 생각하면 쉽다.

반대로 오버스티어는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륜구동 차량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차량이 운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뒤쪽이 도는 경우를 말한다.

배터리가 바닥으로 사라지면서 차량의 공간 활용도도 높아졌다. 기존의 차량은 차량 전면에 엔진룸이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배터리가 차량 밑으로 자리하면서 차량의 앞뒤를 모두 트렁크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형과 파우치형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는 원통형보다 유리하지만, 부피와 구조상 차 바닥에 깔 수는 없다"며 "대부분 차량 뒤쪽 트렁크 공간에 위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각형과 파우치형은 원통형과 비교해 무게 중심이 높고 뒤쪽으로 쏠려 있어 주행시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