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면 상장사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 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지난 수년간 각 상장사들의 주주총회는 3월 마지막 금요일에 몰렸다.

주주들의 항의를 피하고 순탄하게 주총을 끝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 삼성전자 제공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SK·현대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KT 등 924개의 상장사가 24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코스피 416개사, 코스닥 498개사, 코넥스 10사 등이다. 12월에 결산을 하는 상장사 2070개 중 45%가 3월 24일 하루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금요일에도 178개의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열었다. 시간대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오전 9시와 10시에 대부분 몰려 있다.

주총이 금요일 오전에 몰린 것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최근 5개년도 12월 결산 상장법인 정기 주주총회 현황 분석'에 따르면 상장법인들의 주총 개최요일은 금요일이 6270회로 70.7%를 차지했다. 두번째로 많이 몰린 요일은 목요일로 9.3%, 822회였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금요일이 81.9%로 2928회였으며 코스닥시장 상장법인들도 금요일이 64.5%(3281회)로 가장 많았다.

또 개최일이 가장 집중된 시기는 3월 21일~31일 이었다. 이 시기에 열린 정기주총은 7041회였으며, 79.3%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간이 3월 11일~20일로 1578회, 17.8%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서는 상장사들이 주총을 금요일에 개최하는 것이 주주들의 참석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상장사들과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하면 여러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주주들의 항의를 피하고 최대한 순탄하게 주총을 끝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7일 열린 LG전자 주총의 경우,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주총이 끝났다. 5개의 안건이 상정돼 의결되는데까지 10분 밖에는 소요되지 않았다.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덜 받기 위해서라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금요일 오전에 주총을 끝내면 바로 다음날이 주말로 이어질 뿐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주총 관련 소식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주의가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장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12월 결산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물리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3월 중순을 전후해 주총 일정을 잡다보니 일정이 겹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