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직장인 김민서(가명)씨는 깨진 유리를 수리하기 위해 AS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그가 찾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주변에는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을 구매하겠다는 팻말을 세워 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을 눈에 띄였다. "깨진 걸 어디에 쓰려고 사나"하는 호기심에 AS센터 직원에게 물어보니 파손이 심하지 않을 경우 깨진 유리만 바꾸면 재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AS센터 직원은 "서비스센터에 깨진 액정을 반납하는 소비자에게는 액정 부품비를 다르게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액정 부품값은 29만9000원인데, 깨진 액정을 반납하는 소비자에게는 17만2000원으로 깎아 주는 식이다.

휴대폰 AS센터 주변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파손 액정을 전문적으로 구입하는 사이트가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고장나 더 이상 쓸모가 없어보이는 액정을 비싼 값에 회수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강화유리가 깨진 스마트폰.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강화유리가 깨진 스마트폰.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 강화유리만 깨지면 재활용 가능해

소비자가 흔히 말하는 액정은 여러 부품이 함께 묶인 '모듈'이다. 또 흔히 소비자가 깨졌다고 표현하는 액정은 사실 겉 표면에 있는 '강화유리'다. 강화유리 안쪽에는 사람의 터치를 인식하는 터치패널이 들어 있고, 터치패널의 안쪽에는 스마트폰의 정보를 출력하는 진짜 액정인 액정디스플레이(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 강화유리가 깨지면서 밑에 있는 부품들을 보호한다. 충격이 심한 경우에는 스크린이나 액정까지 파손될 때도 있다. 통상적으로 액정이 파손됐다고 하는 경우는 실제로는 강화유리가 깨진 경우가 많다.

사설 수리 업체는 정식 서비스센터와 달리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 때문에 스마트폰에 가해진 충격이 심해 액정이나 터치 스크린까지 고장난 경우 부품이 없어 수리를 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강화유리만 깨진 부품을 매입하는 것이다.

◆ 수출된 AMOLED는 짝퉁 갤럭시 부품으로

부품을 중국 등지에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수리 수요도 많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삼성전자의 짝퉁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부품을 한국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액정 매입업을 하는 김 모씨는 "중국은 아직 기술이 모자라 삼성의 AM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지 못한다"며 "깨진 액정을 수입해 유리만 새로 갈아 짝퉁 갤럭시를 제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액정 매입을 하는 업체들이 삼성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라며 "터치와 액정까지 고장난 부품을 매입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다수 액정 매입업체들은 삼성전자 부품을 가장 비싼 가격에 산다. 서울 홍대 근처에 있는 한 매장의 경우, 아이폰6S플러스의 액정을 최대 9만원에 산다. 약한 잔상과 찍힘이 있으면 3만~6만원으로 떨어진다. 이 가게에서는 갤럭시S7엣지는 최대 13만원,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3는 최대 9만5000원에 매입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품이 반출되는 것을 막느라 고민이 크다. 휴대품 수리 시 불량부품 회수라는 AS 규정을 도입한 이유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입구에서 매입업체들의 설명을 들은 소비자와 논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 '기존 액정 반납시 부품가격을 차등 적용해 주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깨진 액정을 매입하는 업자들이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의 부품 회수율이 꽤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가 파손된 액정을 업자에게 판매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화나 온라인 상으로 문의를 할 때는 비싼 값을 불렀다가 실제 찾아가거나 택배를 보내고나면 트집을 잡아 매입가를 낮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매입업자인 김 모씨는 "액정 판매시 잔상, 멍자국, 총알자국 등을 스스로 확인하고 정확한 매입가를 파악한 후 업자에게 보내야 한다"며 "잔상은 파랑 화면에서, 멍자국은 흰 화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총알 자국은 깨진 형태가 총알 맞은 모양 또는 고무줄 모양으로 찍힌걸 말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