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뉴스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접해보았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검색엔진에서 찾아보면 기업, 지식인뿐 아니라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이자 차세대 금융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과 같이 언급되는 키워드로는 핀테크, 비트코인, 투명한, 안전한, 보안, 제3자가 필요 없는, 장부, 전자화폐 등이 있다.

뉴스에서, 서점에서, 잡지에서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종종 접하고 있지만 컴퓨터 공학적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그런 기술이 있나 보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가 궁금증을 가지고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다 보면 '해킹을 막는 투명한 공공장부 기술' 정도의 구체적이지 못한 설명이나, 해시, 비잔틴 장군 문제 등과 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이용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들을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단 기술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으니 감히 블록체인을 이용한 플랫폼, 사업, 정책 등을 이해하려 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조용히 기사만 읽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를 강연을 나갈 때마다 듣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마다 필자가 갖는 의문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가?'다.

우리는 조폐공사에서 발행한 지폐를 사용한다. 그러나 조폐공사에서 어떤 기술을 사용해 지폐를 발행했는지 정확히 어떤 위조방지 기술이 쓰였는지 알지도 못하고 구태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또한 주식을 구매할 때도 매우 자연스럽게 증권사의 거래시스템을 이용하면서도 이 플랫폼이 어떤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쓰여졌는지, 개발과정에서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블록체인의 사용을 이야기 할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 블록체인의 기술적 측면을 설명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물론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의 개발과 검증은 컴퓨터 공학자를 포함한 전문가의 일이며, 그들은 그들의 일을 매우 열심히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컴퓨터 공학자가 아닌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블록체인과 핀테크에 관한 논의가 자꾸 기술적인 측면에만 포커스가 맞추어 지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 IT조선 칼럼기고를 통해 사회과학자의 시각에서 블록체인과 핀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본 블록체인 그리고 그 활용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블록체인이란, 모두에게 공개되는 조작이 불가능 한 전자장부를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기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여기서 우리는 블록체인의 특성 세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모두에게 공개되는', 즉 투명성이다. 블록체인은 장부를 기록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장부 기록된 모든 거래는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특성은 '조작이 불가능 한', 즉 신뢰성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만든 장부는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는 컴퓨터 공학적 기술로 인해)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장부를 공유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장부가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세번째 특성은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기록', 즉 장부를 관리하는 주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은행거래를 예로 들어보면 A가 B에게 1000만원을 송금하면 은행에서 그 거래를 장부에 기록하여 보관한다. 여기서 장부를 기록, 유지, 관리하는 보관비용이 발생하고 또한 장부가 분실 또는 조작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장부는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거래를 기록하고 장부를 분산해 보관하기 때문에 장부를 보관하는 기관이 따로 필요가 없다.

이 세 특성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현재의 기술로 실현 가능함을 알 수 있다. 투명한,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기록해 분산저장 하려면 모든 기록을 공개하고 신뢰할 수 있게 보관하면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블록체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아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기록에 이용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부각시킬 수 있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의 블록체인기술을 초창기 인터넷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처음 인터넷을 이용할 때 인터넷으로 보내는 메일은 우체국을 통해서 보낼 수 있었고 인터넷을 통한 검색은 도서관에 가서도 할 수 있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대화는 전화나 문자로도 가능했다. 심지어 느린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 보다 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이용은 우리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비용을 절감해 주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블록체인 또한 현재 기술로 실현 가능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부기록을 더 효율적으로 또 더 효과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필자는 블록체인의 비용절감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플랫폼을 유지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고 현재 기술을 이용해 장부를 기록하고 유지하는 것 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IT조선 칼럼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려 한다.

여기서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본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전자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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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 및 전자화폐로, 시드니공과대학 재직시절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와 화폐경제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SWIFT Institute 에서 연구지원을 받아 전자화폐가 진정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화폐가 대체투자 자산이 될지, 자산운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용을 가질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