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위)의 통신료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국민을 위한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이라는 오명과 함께 이통3사와 행정소송까지 가는 공방이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도 일관성 없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현판. / 윤태현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현판. / 윤태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위는 22일 통신비 절감 대책 발표를 통해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통신 이용료 할인율을 종전 20%에서 25%로 5%포인트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 선택약정할인 제도 가입 대상자는 전체 통신 가입자의 20%에 불과해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휴대전화 구매 시 공시 지원금을 받지 않았거나 이통사의 의무 사용 기한을 넘긴 소비자가 매달 통신료의 일부를 할인받는 제도다. 2014년 10월 첫 시행된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은 12%였지만 2015년 4월부터 할인율이 8%포인트 증가한 20%로 조정됐다. 예를 들어, 매달 5만원을 내는 월정액 상품 가입자는 통신료로 20% 할인된 4만원만 내면 된다.

미래부가 2017년 1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선택약정할인 제도 가입 대상자 수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6151만8184명)의 20.3%인 1251만명이다.

국정위의 통신비 절감 대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발표된 것인데,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통한 수혜는 사실상 국민 전체의 ⅕ 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인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시 지원금 할인을 받고 이통사에 가입한 고객은 통신료 절감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 인상 혜택을 받지 못한다"라며 "오직 1300만 명만 대상이 된다"라고 말했다.

◆ 이통3사, 행정소송으로 국정위 발표에 맞대응 하나

이통3사도 국정위의 선택약정할인 제도 인상안에 대해 불만도 토로한다. 선택약정할인 제도에 따른 통신료 인하액은 이통3사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할인율이 5%포인트 높아질 경우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포기해야 한다.

이통3사 로고. / 각 사 제공
이통3사 로고. / 각 사 제공
정부가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을 임의로 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점도 불만스러운 대목이다. 이통3사는 대형 로펌의 자문을 구해 이른 시일 내에 행정소송을 낼 방침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이 5%포인트 올리면 결국 이통사의 매출만 대폭 줄어드는 셈인데, 이는 정부가 민간 기업인 이통사의 수익까지 강제로 조정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라며 "할인율을 높이는 것과 관련한 법적 근거에 대해 검토 중이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정부 정책 일관성 떨어진다는 지적도…이유는?

미래부가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시행 목적을 중간에 임의로 바꿨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국정위의 무리한 요구에 따른 것이어서 오히려 피해자가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과거 이통3사는 새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일부 고객에게 별도의 '지원금'을 제공하며 단말기 구매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이통사에 가입한 지 2년이 넘었거나 자급제 방식으로 제품을 구입한 후 이통사에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았다. 미래부는 이통사의 이같은 마케팅 정책이 소비자를 차별 대우하는 것이라고 판단,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의 휴대폰 유통 구조는 이통3사가 직접 휴대폰을 판매하는 형태로, 대부분은 신제품 구매자는 이통사가 주는 지원금을 받아 개통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선택약정할인 제도에 가입하려면 제품 구매 시 일시불로 단말기 대금을 납부해야 해 부담이 된다.

국정위가 발표한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을 높여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판매하는 완전자급제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현 유통 구조로는 선택약정할인 제도 대중화 자체가 쉽지 않다.

미래부가 애초부터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을 높이겠다고 검토한 것은 아니다. 국정위에 업무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 '통신료 인하 방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민희 국정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은 지난 6일 "미래부가 공약 이행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라며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미래부는 국조위의 압박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결국 선택약정할인 제도 할인율 조정 등 통신료 인하 방안을 급히 만들어 보고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래부 한 관계자는 "통신 정책은 정부는 물론 소비자, 이통사 등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자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정책이다"라며 "국정위의 통신비 절감 방안 발표 내용은 매운 짧은 검토 후 만들어진 정책인 만큼 자칫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