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최초로 탑재한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빅스비(Bixby)' 기반 스마트 스피커를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스피커 시장은 향후 아마존을 선두로 구글·애플·하만카돈·알리바바·삼성전자 등이 참여한 6파전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이하 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코드네임 '베가(Vega)'라는 AI 스피커 개발 프로젝트를 1년 이상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스피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애초 삼성전자는 2015년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코드네임 '하이브(Hive)'라는 스마트 스피커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음성 인식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문제 때문에 계획을 취소했다.

WSJ은 "베가라는 코드 네임은 (스마트 스피커 개발 프로젝트의) 최신 명칭이다"라며 "베가 프로젝트가 하이브처럼 끝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3월 30일(현지시각) 갤럭시S8 언팩 행사에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빅스비’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갤럭시S8 언팩 생중계 장면 캡처
삼성전자가 3월 30일(현지시각) 갤럭시S8 언팩 행사에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빅스비’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갤럭시S8 언팩 생중계 장면 캡처
하지만 삼성전자가 빅스비 기반 AI 스피커를 시장에 내놓을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WSJ은 "빅스비 영어 버전 출시가 지연되면서 AI 스피커 기능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월 21일 한국·미국·캐나다에서 빅스비를 지원하는 갤럭시S8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5월부터 한국어 버전만 지원할 뿐 영어 버전은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WSJ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7월 말까지 빅스비 영어 버전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빅스비 영어 버전 출시 지연, 빅데이터가 문제"

AI 스피커 시장에서는 아마존 '에코'를 필두로 구글, 애플, MS가 경쟁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역시 조만간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미국인 중 AI 스피커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사람은 3600만명으로 2016년 대비 2배 늘어난다. 현 시장 강자는 아마존 에코로 미국 내 AI 스피커 시장의 70.6%를 차지한다. 구글홈은 23.8%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뒤쫓는 중이다.

음성 인식 스마트 스피커. / 조선DB
음성 인식 스마트 스피커. / 조선DB
에코는 2014년 11월 출시됐으며 구글은 이보다 2년 늦은 2016년 11월 구글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오디오 제조사 하만카돈은 MS의 음성 비서 '코타나'를 탑재한 AI 스피커 '인보크'를 2017년 가을 출시한다. 애플 홈팟은 12월 나오며, 알리바바 AI 스피커는 연내 출시될 전망이다.

AI 스피커 업계는 빅 데이터가 스피커 시장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한다. AI 스피커의 핵심은 사람을 말을 듣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 근간은 빅데이터다.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등과 같은 음성 인식 비서는 다양한 실수를 통해 성능을 개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빅스비 영어 버전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빅스비를 딥러닝 시킬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며 "심지어 미국 기업 구글도 음성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레딧(Reddit, 미국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자료를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더버지는 삼성전자 경영진과 개발자 간 물리적 거리감이 빅스비 개발의 제약이 된다고 꼬집었다.

더버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국인 엔지니어와 한국에 있는 경영진 간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언어와 지리적 장벽이 빅스비 영어 버전 출시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I 스피커를 출시할 경우 종전 스마트폰·가전 등 시장을 공략했던 경험을 활용해 시장을 빨리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삼성전자는 소매 분야에 강점이 있다"라며 "AI 스피커 시장 강자를 따라잡을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