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도시바…반도체 매각 갈길 바쁜데 곳곳에 '암초'

입력 2017.07.09 20:19 | 수정 2017.07.10 07:00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자칫 회생 계획 자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이른바 한·미·일 연합도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지만, 본계약 체결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중이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모습. / 도시바 제공
7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의 매각 반대 소송과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 쟁점을 해결하고 8월까지 계약을 성사시켜야 일본 증시 상장 폐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도시바가 고민하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마무리 시한은 2018년 3월이다. 보통 본계약 후 잔금 납입 등 거래가 완료되기까지는 6개월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시바는 본계약 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

도시바는 6월 21일 도시바메모리 매각 입찰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일본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선정한 후 후속 협상 중이다. 도시바는 6월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도시바메모리 매각 최종 계약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차일피일 시일이 미뤄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조급한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 대신 다른 곳과 계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시바가 생각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가장 결정적인 방해 요소는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메모리 매각 반대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설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웨스턴디지털이 6월 중순 제기한 도시바메모리 사업 매각 중지 요청에 대한 첫 심문을 14일 열 예정이다. 만약 여기서 웨스턴디지털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노리던 한·미·일 연합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 간 협상이 와해될 경우 매각 관련 새 판이 짜여질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도시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웨스턴디지털뿐 아니라 예비입찰에서 경쟁사보다 1조엔(10조원)을 더 써낸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도 여전히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이 아닌 새로운 사업자를 매각 대상자로 선정할 경우, 기존에 가졌던 매각 협상의 주도권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상장 폐지 위기와 관련해 코너에 몰렸기 때문에 기존 협상 조건보다 더 후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설은 일본 언론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얻을 수 있다는 구두 약속을 받고 연합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출자가 아닌 융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대신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은 갖지 않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의 지적대로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통해 의결권을 갖게 되면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 대상이 돼 도시바가 계획한 매각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의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도 그동안 한·미·일 연합에서 일본이 중심이 되는 조건으로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이나 재계를 납득시킬 수 없게 된다는 약점이 생긴다.

한편,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주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6일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와 도시바메모리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며 "양사가 협업을 통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도시바메모리 인수 완료 의지를 드러냈다.